혹성탈출과 공범자들

[ ] 회식, 일상의 반복은 공허하다. 변하지 않는 모습들 속에는 관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레파토리. 그 레파토리. 회식이 끝나자 걷다. 눅눅한 습기가 군데군데 박혀 있다. 무엇을 할까 하다가 읽히지 않을 책과 술한잔의 여파를 생각하자니 그냥 멍하니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영화 시간대를 검색하다보니, 겨우 이어지는 것이 있다. 혹성탈출과 공범자들.

[ ] 혹성탈출. 특별한 것이 있을까. 오그라는 감정을 몇차례 식상한 버전으로 찔끔찔끔 던져놓는다. 아 레파토리. 그 레파토리.

[ ] 공범자들을 탈출이 끝나자마자 갈아탔다. 지난 기억들이, 아니 지난 삶들이 반추된다. 쓰라린 상처, 당사자가 따로 없겠지만 타겟이 되어 삶을 던진 사람들의 흔적이 아리고 쓰리다. 영화상영이 끝나고 이용마라고 검색했다. 최근 새로 임명된 방송통신위원회장이 기자를 만난 기사가 떴다. 복막암 투병중인 그의 막막한 현실에서 무엇이라도 기록에 남기는 일이 필요하다고 하는 인터뷰가 내내 따라붙는다.

[ ] 자정이 되어서야 귀가를 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1시가 넘다. 2시가 가까웠다. 선풍기 바람과 밖의 바람, 절묘한 습도가 잠을 어쩌지 못하게 한다. 어디를 탈출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국경을 넘어도 늘 마음자리는 맴돈다. 공범은 되기가 쉽다. 마음자리를 놓는 순간은 어디나 공범이다. 화면에 그 버젓이 자리를 틀고 있는 방송국 건물들과 직원들. 월급과 보수의 심장이 여전히 쿵쾅쿵쾅 뛰고 있다. 여전히 승진하고 여전히 로비하고, 여전히 반성하지 못하고, 여전히 얼굴 노회함이 아니 사장 한 번 해본 일이 대단하다는 표정에 녹이 슬고 악취가 진동한다. 늘 생활은 어디선가 공범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를 건져올리는 탈주를 꿈꾸지 않는 이상, 꿈에서 현실로 내리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 언저리를 배회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 ] 가을을 몇 점 집어 먹을 만큼 새벽잠은 달콤하다. 어제밤 지나간 자리를 거슬러 오른다. 마음빚 몇 점을 삼켰다. 이용마기자의 쾌유를 빈다. 김경래 기자와 최승호님의 건투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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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2017-08-23 0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범자들 봤어요

여울 2017-08-23 08:21   좋아요 1 | URL
보셨군요. 진행중인 mbc 상황도 있군요.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말아야겠어요. 더위조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