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습을 늘 관찰해야 한다는 문제는 지성의 핵심적 활동이다.653

1. 반지성주의 극복

우리 자신의 정체가 문제되는 경우는 우리의 행동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을 것이 우려되는 경우이다. 이 피해란 물리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 지위, 존엄성, 존재가 상처를 입는 것을 포함한다. 상대방에게 ‘누구세요?‘라고 정체를 묻는 경우보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 경우가 훨씬 추상적인 문제로서 더욱 포괄적인 생존, 즉 재산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존재, 지위 등의 안전에 위기를 느끼는 경우이다. 648

‘우리‘의 정체성 문제에 대한 본격적 해결책은 1990년대에댜 제시되었다. 말하자면 우리의 모습을 늘 지속적으로 거울로 비추어보는 일이다. 문제는 물리적인 모습만 비추어보는 게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 심리적 정신적 문제, 건강 문제 등까지 비추어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얼‘을 검토하고 영혼을 돌보아야 한다. (1960년대 이후 정체성 위기에 비명을 ㅈㅣ르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1980년대 역시 ‘나는 혁명가다‘, ‘나는 프롤레타리아다‘라는 답 역시 객관식 문제를 풀던 버릇에 다름 아닌 이념 권력에 굴복함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649

자신의 학문을 갖고 있지 못하고 남의 나라에서 학문을 배워오기에 급급했다. 그리하여 제 3세계 나라는 스스로 자기 나라, 민족, 사회에 ㄷㅐ한 지적 관심이 깊지 ㅁㅗㅅ하고, 결과적으로 진정한 주체성을 결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ㅈㅏ신을 늘 되돌아보는 행위가 ㅈㅔ도화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반지성주의가 극복되어야 한다.(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이유는 남북전쟁이후 벌인 대학 개혁 운동으로 세계 일류의 대학으로 등장하고 순수 학문들이 높은 수준을 달성한 연유다.)..반지성주의를 극복하고 우리의 지성과 학문을 이루게 되면 그 때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적 지성이란 적어도 인구가 몇 만이 넘는 집단에게는 필수의 구조인 것이다. 651-652

2. 정체성의 문제

혹자는 우리 현대사를 ‘난폭 운전‘에 비유하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고, 요행히 살아남은 사람들도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스릴 만점‘의 아슬아슬한 여정이었다.....무엇보다 근대의 출발점에서부터 우리 민족은 개인들 간에 너무나 많은 불신, 의혹, 증오, 질투, 위협, 다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른 말로 ㅎㅏ면 민족 공동체가 완전히 개인으로 흩어져 ‘홉스적 자연상태‘에 처해 있었고, 이는 도저히 ㅅㅏ람이 정상적인 문명적 삶을 영위할 ㅅㅜ 없는 상황이었다......그런 ㅅㅏㅇ황에서는 각자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서 사는 것 외에 다른 생활 ㅂㅏㅇ식이 ㅂㅜㄹ가능했다.....핸들이 고장난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잘 운전할 수 있는 운전사를 구할 수 없었다...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자연상태는 지속되고 있다...OECD국가에서 노사관계와 금융부문에서 거의 꼴찌였다. 이 분야들은 서로에 ㄷㅐ한 ‘신뢰‘와 ‘신용‘없이는 발전이 불가능한 분야다. 좌우에 상관없이 모두가 가담하고 있는 사회적 불신, 의혹, 질투, 적대가 사회의 핵심문제이다. 우리의 갈등지수는 ㅅㅔ계 최고수준이다. 639-641

우리 현대사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시련을 두루 겪었다. 그렇다고 모든 시련을 섭렵했다고 안도할 수도 없고 자만할 수도 없을 것이다. 자랑스러운 역사라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피와 눈물이 흘렀고, 부끄러운 역사라 하기에는 너무나 영웅적인 투쟁의 연속이었다. 641

그간 많은 사람들은 우리는 혁명을 못 겪었다고 하지만 우리는 분명 ‘두 개의 혁명 419,516’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혁명을 겪었다. ‘혁명‘을 한다는 명쾌한 의식은 갖지 못했고 과정과 형태 또한 기형적이었지만 두 혁명이 야기한 ㅅㅏ회적 변화의 규모는 엄청난 것이었다..문제는 혁명 의식이 불급한 것이 아니라 과했다는 데 있었다....그러한 성공 속에서 ㅈㅏ제를 잃어버렸고 내리막길에는 ㄱㅏ속도가 붙었다. 643

5공과 같은 시대를 돌파해서 민주화를 이루어 1990년대를 맞았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뛰어난 적응력과 끈질김을 확인해주는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ㅇㅣ 극단의 ㅅㅣ대를 종결지은 것은 죽음의 공포를 넘어선 극단의 격렬한 투쟁이었다. 중산층 국민들은 젊은이들의 과격한 입장을 이해하고 투쟁에 고마워했지만 엄청난 의식의 혼란을 겪었다. 644

1990년대에 오면서 비로소 한국인들은 우리의 우여곡절의 과거를 돌아보기 시작했고, 그토록 거친 역사는 더 이상 반복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이 과정에서 늘 부딪쳐 온 첨예한 문제는 정체성의 문제였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ㄴㅏ는 살아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과연 나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로 남을 수 있을까‘ ‘우리민족은 누구인가‘ ‘나라란 ㅁㅜ엇인가‘‘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는 늘 제기되어온 ㅈㅣㄹ문이었다. 645


3. 문학에 나 있는 사상의 길

민주주의의 문제는 ‘내용‘가 유리되어 정치 집단들 간의 투쟁이 되어버리고 합리적 토론의 자리는 맹목적 믿음으로서의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대체되었다. 민주주의보다 더욱 시급한 현실적, 민족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악마로 묘사되기도 했다....민주주의 외에 자유주의, 보수주의, 급진주의 등의 주요 정치 이념들에 ㄷㅐ한 논의도 이런 수준을 넘지 못했다. 22

나아가서 이런 상황 즉 대부분의 제도, 사상, 학문, 철학 등을 서구에서 ㅊㅓ음부터 배워와서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이 우리 지식인들의 최대의 역사적 임무라는 생각은 반지성주의를 이루어 혼자서 다른 생각을 하거나 ‘골치 아픈‘문제들을 들추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생각 자체, ‘철학‘을 억압하고 기피하는 문화로 발전해왔다. 23

이렇게 사상이 발전하기 힘든 상황의 나라에서 어떻게 사상을 찾고 사상사를 연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논의된 일이 없었다. 그저 어설픈 서양 학문 흉내 내기를 반복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구걸해왔다. 24

우리 역사 연구가 실증주의적으로 경도된 것은 그간 늘 복수를 ㅎㅐ야 할 원수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왔기 때문일 것이다. 학문 제도 수준에서 아직 우리는 우리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단계에 와 있지 못한지도 모른다. 28

419518 ㅇl런 사건들은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예술 작품과 같은 해석의 대상이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역사는 그 자체로 사상 텍스트라 할 수 있다. 이런 사건들은 개개의 뚜렷한 정체를 갖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는 심연과 미로,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심연과 미로를 탐사하는 일이 바로 우리에게 가장 중심적 사상 연구 과제이다. 29

우리에게 사상사 연구를 위한 통상적인 텍스트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들을 대체할 다른 지적 창작물을 찾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텍스트는 단연 그간 우리 사회에서 부단히 만들어져 온 예술작품들이다. ...무엇을 창조하는 일, 즉 새로운 인물이나 새로운 생각을 창조하는 일은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다. ‘학문‘에서 하는 합리적 논리적 사고로는 아무 것도 창조할 수 없다. 그저 잘 쪼갤 따름이다. 30

볕뉘

0. [197s 박정희 모더니즘]은 현대사를 산업화와 민주화의 이분법으로 보지 않을 것을 주문한다. 그릭 진보라는 것이 서구 사상으로 비유하건데 개인적 자유에 연유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산업화-민주화 세력 공히 효율, 성공, 자기계발, 생존을 우선시한다. 그 틀로 호명하지 못하는 형평에서 기울거나, 말못하는 사회적 약자의 삶에 ㄷㅐ한 생각의 거처도 마련하지 못한다.

1. 저자는 서구의 사상과 지적 흐름은 우리에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 연구작업의 일환으로 소설이란 ㅇㅖ술작품에 천착하여 우리의 지적흐름과 사상을 좇아 재사유화하고자 한다.

2. 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한국사회 정동을 묻다)과 곁들여 보면 더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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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1-0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의 지성과 문화는 유럽에 대한 경쟁의식과 수용 사이에서의 긴장감에서 컸다고 생각합니다. 결정적인 수혜는 세계대전들과 유럽 대륙의 불안정이었다고 생각하고요. 그때 많은 지성들과 문화인들이 미국으로 많이 망명해 대학 강단, 연구 분야에 많이 유입되었지요.
한국 경우는 반대. 이런 시스템에서 클 수 없는 인재들이 해외로 많이 빠져 나간 것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미국도 여러 문제가 많지만 민주주의 시스템을 한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여전히 후진적. 시민의식이 커져가는 요즘 한국을 보면 마냥 비통할 일도 아닌 거 같고요.

여울 2017-01-06 00:35   좋아요 0 | URL
네 두루 살펴볼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나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상하는 것보다는 작고, 시간은 훨씬 지체될 것 같아요. 이럴 때일수록 선악이 아니라 다양하고 다원적인 관점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 사유들이 폭과 시간을 줄일수도 있지 않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