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가운데 밀집되어 있는 아파트에 살면서 생태적으로 사람답게 잘살아 보자는 말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도시를 벗어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전원주택이니 주말농장이니 하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후에 가서야 이 복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에 내려가 살 계획을 꿈꾸어 보지만, 이런 생각 또한 아무나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 결국 내가 사는 이 아파트에 정을 붙이고 살기로 했다. 이왕 떠나지 못할 바에야 베드타운이라는 삭막한 아파트의 현실을 내 마음에서부터 부수고 나를 기다리게 하는 정겨운 아파트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됐다. 이 책에서 우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싶은 소박한 마음을 담고자 했다.

... 용기를 내보자 과감하고 소문난 용기는 내지 못한다 해도,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손수 가꾸는 일은 정말 소중한 듯하다. 그러기 위하여 이미 몸에 밴 습관이 되어버린 권위 같지 않은 권위를 과감히 버리고, 소위 관행이라는 핑계에 편승하여 남이 만들어주기만 기다리며 앉아 있지말고 죽이 되어도 좋으니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꾸리는 엄두를 내보자. 뭐 그리 대단한 목표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다. 변화는 일상이다. - 최순덕, 최종덕


*어처구니있는 아파트살이, 지인의 안해에게 주는 선물:  세상의 바쁜 사람들을 위하여란 속제목이 달려있다. 도와 모가 아닌 일상인을 위한 작은 변주에 맘이 끌린다. 생태에 무게중심이 많이 실려있지만, 지역과 사회에 대한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접근법이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것 역시 독자욕심이란 느낌도 든다. 어처구니있는 다양한 삶의 접근법, 시도를 다룬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은근히 든다.


자폐현상이란, 남이 보기에 자폐증이지 자신에게는 결코 자폐증이 아니다. 단지 타인과 자신 사이에 세상을 만나고 관계하는 소통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기존의 사회적 체계와 관습적인 권위, 문명적인 편견을 버리기만 한다면, 부모를 비롯한 어른의 사회는 자폐아하고도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다.(중략) 자폐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자폐를 특정의 질병으로 치부해 버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자폐적인 어른이 자꾸 늘어가기 때문이다. 자기 중심으로만 타인을 바라보는 어른들, 집단권력에 의존하는 어른들, 툭하면 짜증내고 화부터 내는 어른들, 극단적인 자기보호의 또 다른 특면으로 표출되는 고집불통의 어른들, 나만 잘살기 위해 타인을 배제해 버리는 어른들, 이 모두 자폐적인 모습이다.

자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하는 일부터 연습해야 한다. 너와 나의 만남 속에서 너의 모습이 내 속에 투영되어야 한다.(200-201쪽에서)


 

** 정신없이 바빠지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라면 그 속에 점점 잃어가는 것 또한 지역과 사회에 대한 감각마저 둔감해지는 것일 것이다. 전혀 다른 속도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속도를 늦추거나 휘게 만드는 일 역시 재미있고 해 볼만한 일은 아닐까? 사회적인 체계, 관습적인 권위, 문명적인 편견을 바꿔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농도깊어지는 자폐현상은 일상 속으로 가져오려는 감수성, 재미 역시 절실히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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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4-08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하고는 반대군요.
저는 늙으면 오히려 도시근방으로 나갈 생각을 합니다.
노년이면 육체적으로 쇠약해져서 생활 행동반경 거리가 좁아지고
병원혜택을 쉽게 받아야 하고, 가까운 곳에 일가가 있어야 마음이 편하고요.
무엇보다 친구가 필요한 시기죠. 그래서 노년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꿈을 꾼답니다.
그때까지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뎅...이거 원 촌구석에서..
쓰다보니 말 그대로 어처구니 없는 시골살이를 살고 있군요. 호호호

여울 2006-04-10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치가 대단하시네요. 쪽집게이시니...'대략난감?!' ㅎㅎ
도시주의자입니다.ㅎㅎ 제도밖보단 제도곁에 몸을 부대끼려는 것 같아요.
사실 따지고보면 제도밖-곁-안 모두 바꾸는 것이라면 다 좋아합니다. ㅎㅎ

부대낄 때면 시골이 넘 그리운 거 있죠. 땀내나는 일에다 농주 한잔이 그리워질 때가 자주 생기는 것 같아요. ㅎㅎ. 어처구니 있는 시골살이 멋져요. 부럽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