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 마라톤대회, 일찍 잠을 청하고 5시쯤 일어나 이것저것 챙긴다. 비가 올 때를 생각하여 면티,양말,긴팔 옷 등등, 그리고 엊그제 서점에서 산 책 몇권...  일어나 준비하니 시작이 훌쩍지나가버린다 토마토 한넘 베어먹고 동네에서 출발하는 버스편으로 다가간다.

2.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있다. 안면있는 분도 있구. 마침 떡과 음료도 주어 조금 베어먹고 졸음이 오기전 조금 읽다 이내 아침이 설어 잠이 든다. 

3. 대회장에 도착하니 날이 음습하니 을씨년스럽다, 시간도 조금 일러 한바퀴 오다가다 하며 복장을 챙긴다.  운동도 서툴게 한지 오래되었다. 더구나 그다지 컨디션도 좋지 않으니 말이다. 완주나 할 수 있으려나~ 하지만 사람들 속에 섞여있으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가볍게 뛰어주고 가볍게 스트레칭.

4. 비도 흩날리지 않고 흐린 날씨지만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홑옷으로 충분한 듯.

5. 중반 힘도 나서 잘 달렸건만 1/3남기고 비도 흩날리고, 바람도 부니 만만치 않은 듯. 더구나 몇달 15k 이상 달려준 적도 없으니 은근히 걱정이다. 13-4k 배도 고파오고 쵸코파이나 바나나로 요기라도 했으면 좋겠지만, 달리는 내내 물밖에 없다. 15k지점 걷는 이들이 한둘 생기고, 걷지만 말자 하지만 역시 맥이 빠지며 달림이 쉽지 않다. 비는 내리치고 바람은 때를 만난 듯 불고, 걷다 달리다. 하프코스마저 이러니 다 온 듯, 오지 않으니 힘들고,  팔이 점점 비와 바람에 차가워지는 듯 감각도 둔해진다.  왜 이리도 길은 지? 2시간 페메는 앞서 달려가고...  

6. 간신히 완주하였다. 준비해간 옷가지를 챙겨입고, 인근식당  갈비탕 한그릇과 모주 한사발에 그나마 온기를 충전할 수 있음이 다행이다.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곤한 잠을 자다. 몸의 녹이고 일어나 시집을 본다. 헌데 지금에서야 안 일이지만 (시-딸교육) 사이의 잇는 것을 시집으로 확인하기 힘들다.   

 

 

 


이가희 - 1962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나를 발효시킨다>와 저서 <한국 토종엄마의 하버드 프로젝트>가 있다. 2004년 하버드 대학을 포함해 미국 명문 10개 대학에 합격한 딸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교육 초청강사로 활동 중이다.


7. 막내녀석과 멱감으러가구.  삼겹살집을 가구 주말을 한가득 채워보낸다.   봄에 여름나기 위한 작은 충전이다.

060403


학생들의 과외 봉사는 이가희(42.시인) 씨가 주선했다. 이씨는 대전 출신으로 지난해 민족사관고교를 2년만에 조기 졸업, 하버드 등 미국 10개 명문대학에 동시 합격해 화제가 됐던 박원희(18.하버드대 1년) 양의 어머니다. 학생들의 봉사 기간 중 박양이 '미래에 대한 설계'를 주제로, 이씨는 '글짓기'에 대해 특강도 각각 할 예정이다.

황인혜(18.민족사관고 2년) 양은 "방학을 맞아 고향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던 중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과외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로 했다"며 "동생들이 배우겠다는 열의가 대단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전혀 별개의 책이라고 생각했던 책이 동일인물의 것이고, 2004년 10월에 출간되었다. 시의 흔적엔 많은 것이 담겼다고 여겼는데, 그 감수성과 열정들이 아이교육으로 응집되어 나타난 것은 왜일까? 시와 삶은 별개의 것이라고, 그리고 시를 위해 삶을 꾸기는 것도 보아왔지만 그냥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8.

산 1번지의 가계부

 

없는 것이 더 많아/그녀는 오랫동안 부엌을 서성인다/식 올린 후 처음 맞는 남편 생일/살 오른 고등어를 굽는다/돼지기름도 지글댄다/늦은 저녁 남편이 돌아오면/달빛도 방 안에 내려와/미역국에 고단한 하루를 말아 후루룩 들이켜고/석쇠의 비린 길들도 뼈대를 남긴 후/오랜만에 포만의 트림을 한다

낮은 지붕 위 앙상한 꿈들/오늘밤,살갗 거친 바람 속을 서성이지만/그녀, 한참동안 가계부를 쓸 것이다/식료품 칸에 늘 쓰던 두부,콩나물 대신/고등어 한 손의 비린내를 적고/돼지고기도 두 근 올릴 것이다/돌아않아 땀에 절은 남편의 일당을/몇 번씩 헤아리는 그녀,

창문 가까이 부서지던 달빛/그녀의 가계부 위에 하얗게 누워 있다

 

둔산동 3.

이도시에서는/교통사고 전광판 사망자 숫자가/어제보다 더 늘어나도/더는 눈빛이 달라지지 않는다/어렵다 싶으면 걷어차고/쉽게 포장된 길만 골라 달리지/투덜대는 이데올로기의 깃발을/우무도 편들지 않는다/가슴에 반쯤 열어둔 여유랑/마저 꽁꽁 처매고/달음박질치는 우리네 사랑법/이 도시의 사람들은/높은 자리에만 앉으면/죽어도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현기증 몇다발 비틀거리는 거리/더 이상 절룩이는 의식에/항생제,5%포도당은 필요치 않다/다만 소독하지 않는 그 무표정엔/아무래도 더 큰 전광판이 필요한가 보다

곰탕끌이기/봄에는 나무가/젓갈골목은 나를 발효시킨다

 

   마늘 한 접

  뒷베란다 한 구석에 매달려/겨우내 찬바람에 시달렸을 마늘 한 접/가볍게 내의를 벗겨내자/윗풍 드셌던 기억이 한 꺼풀씩 떨어진다/껍질 그 안, 육쪽의 방에는/동그랗고 짱짱한 얼굴,/더러는 바람 들어 이미 물컹하게 얼은 몸,/까맣게 타 들어가 시간의 흔적만 안은 채/썩어가는 녀석들이 함께 있었다./남은 몇 통이 육쪽의 울에 갇혀 있었다./봄눈 틔우는 3월이 오도록/아직도 겨울 솜바지를 입고 있는/나는 무슨 폐허를 키우는가/걸핏하면 주루룩 쏟아지는 눈물/절구통에 제 몸 바수는 마늘처럼/누구에게 으깨어져 나를 나눈 적 있던가/진물 흐르는 생일지라도 녀석들처럼/냄내나 징하게 풍기고 싶다/오늘은 저 알싸한 상처조차도/맛나는 겉절이로 버무리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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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6-04-0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하프코스 완주하신건가요?
어제 비도좀 뿌리고 바람도 강하던데....
장하십니다. 아, 존경..... ^^

- 1키로도 못 뛰는 여자 백 -

여울 2006-04-03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가을산님, 고마워요. 바나나, 쵸코파이 반쪽의 절실함을 느끼고 왔습니다. 거의 꼴등에 가까웠지만요. ㅎㅎ

hnine 2006-04-03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게 서점에서 산 책 몇 권 속에 이가희씨의 시집도 있었군요.
마지막 세줄에 쓰신 궁금증을 저도 가지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