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321 (월*모)  어찌하다보니 월평동 사람들과 약속이나 한 듯 줄통화가 이어져 모임까지 이어진다. 약간 시간이 있어 모임장소에 걸어가기로 한다.   손이 허전하여 작년 이맘때 본 <말랑말랑한 힘> 을 들었다. 봄바람도 좋았지만, 접힌 시들이 또 다른 맛이다. 급한 듯, 작년 읽어치워버렸다는 느낌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늘 하루 걷지 않았다면  날림 독서나, 새것 좋아하는 병때문에 지난해의 시집 한귀퉁이 접힌 마음들을 건져 내지 못할 뻔하다. 지인들과 많은 이야기, 많은 느낌들을 담아내려하다 술도 제법 마셨다. 돌아오는 길 지인의 연락으로 차수가 보태졌는데...... <말랑말랑한 힘>은 무사히 도착했는지 궁금하다.

 

 

 


1.

봄꽃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2.

'부부'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뱀발.  다시 읽으며 심란한 민*당이 맘 속에 들어온다. <부부>라는 제목보단 <배려>라는 이름을 달아주고 싶어졌다. 꽃침도 맞고, 배려라는 시선도 올핸 꼭 챙겨 가져갔으면 좋겠다. 내 이야기 들어주는 장터가 아니라 새내기 시선하나 맘 하나하나  긴 상 마주들 듯 할 일은 아닌가? 10% 안쪽으로 득표하더라도 그 숫자에 연연해하지 말고, 늘 바닥이라 생각하고 서로 생각해주는데서 시작해도 할 일들은 널려있는 것은 아닐까?  내 색깔로 도배해야한다는 너무 용감?한 애당심만 넘치는 것은 아닐까? 안되는 것만 많고, 소문만 무성한 잔치에 주인은 찾아볼 수 없는 현실... 할 일도 중요하지만 생각 틀/소통되는 틀이 바뀌지 않으면 더욱 더 힘들어질 것 같아 불안석이다.

3.

옥탑방       
                                                                      


눈이 내렸다
건물의 옥상을 쓸었다
아파트 벼랑에 몸 던진 어느 실직 가장이 떠올랐다

결국 
도시에서의 삶이란 벼랑을 쌓아올리는 일 
24평 벼랑의 집에서 살기 위해
42층 벼랑의 직장으로 출근하고
좀더 튼튼한 벼랑에 취직하기 위해 
새벽부터 도서관에 가고 가다가
속도의 벼랑인 길 위에서 굴러떨어져 죽기도 하며 
입지적으로 벼랑을 일으켜 세운 
몇몇 사람들이 희망이 되기도 하는 

이 도시의 건물들은 지붕이 없다
사각단면으로 잘려나간 것 같은
머리가 없는
벼랑으로 완성된

옥상에서 
招魂하듯 
흔들리는 언 빨래소리 
덜그럭 덜그럭 
들리는


우리 현실로 돌아오면 사실 눈물이 글썽이게 만듭니다. 머리가 없는 벼랑으로 완성된 도시의 건물들, 거기로 올라가기 위해 안달하는 동료와 스스로를 볼 때, 측은함에 앞서 왜?란 질문이 버젓이 머리를 내밀어 곤혹스럽습니다.  옆과 전후좌우도 없고, 혼자만 살고 있는, 혼자만을 내버려둔 현실때문에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이 시가 작은 울림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냥 언 빨래소리처럼 영양가도 없고 되돌아보는 자극제도 될리가 없겠지요. 현실은 너무 서글픔입니다. 그래도 나눌 수 있음은 작은 시작이겠죠.

뱀발.  놓쳐선 안되는 시들도 다 놓쳐버릴 뻔한 것 같다.

4.

나를 위로하며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마음아


이 시도 좋지요.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를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마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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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3-22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랑말랑한 힘'이라는 말이 너무 맘에 들어요. 함민복 시인, 시집은 아직 한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데 한번 구해서 읽어봐야겠어요.
제 서재 이름으로 하고 싶네요 '말랑말랑한 힘' ! 그래도 될까요?

여울 2006-03-2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힘
말랑말랑한 힘

뻘 | 함민복


(그러셔도 될 것 같은데요.) 함민복님 소관사항이라서 제가 감히...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