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민주주의라는 것이 있다면
명사는 아닐 겁니다.
형용사도 아닐 겁니다.
아마 동사이거나 부사에 가까울겁니다.
만약 민주주의라는 것이 있다면
화석이 아닐겁니다.
캐내고 때고 태우고
불을 지피는 걸겁니다.
만약 민주주의라는 것이 있다면
모시거나
섬기는 것이 아닐 겁니다
민주주의가 있다면
역사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물에 가까울 겁니다.
지금 여기 바닥 위에
지지고 볶고 싸우고 나누는 걸겁니다.
어쩌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외치기만 했지
어쩌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빌리기만 했지
어쩌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묶어 놓기만 해서
어떻게 다룰지도 모른다고 고백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