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아요' - '사물존대' - '좋아요'의 사이
판단, 숙고, 결박, 나르시즘 - 강연 중 책을 좋아하는 중년인 분이 이런 말을 한다. 당신 책 글의 서문을 읽느라고 혼났다. 어려워서 도대체 무슨 말인줄 몰랐는데 여러번 읽고읽고 나서야 읽어나갈 수 있었다. 중년 문자해독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책을 보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간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곤혹스러움을 마주치지 않는가 싶은 느낌이 순간 들었다. 책을 보는 일은 끊임없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자신을 돌아볼 기회조차 없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과 삶이 치여 정작 삶과 자신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걸린다.
'~인 것 같아요', '커피 나오셨습니다' 말투는 생각이나 사람들의 습속, 관계를 말해주기도 한다. 술어가 다로 끝내지를 못하는 것. 청소년들에게서 '-인 것 같아요'라는 말투는 이들이 무엇에 대해 숙고하는 과정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행동을 하거나 판단 역시 쉽게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더 더욱 문제인 것은 '좋아요'이다. 사람들은 인정을 받았다라고 착각할 수 있는데, 이는 쉽게 강박을 낳는 것 같다. 대화도중, 한분은 "왜 나한테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어"라는 전화를 받고 그 즉시 페북을 삭제하고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우물에서 들여다보는, 내내 응시할 수밖에 없는 반의식과 무의식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사물존대'를 만든 발상과 현실화의 맥락이 궁금하다. 이것은 사실 개판(반려견의 시대)보다 더 심하다라고 여긴다.
'좋아요'가 왜 '나쁜가', 사실 소통이 아니라 인정, 인정이 아니라 자신을 묶어두는 일인 것 같다. 도움받고 도움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좋아요'에 일상이 끌려다니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관계도 결핍되면서 얕아진다. 아마 알람소리는 모두 끄고, 필요한 정보를 끄집어내는 편으로 선택하는 습관을 들여야 아마 당신의 뇌도, 기억력도 조금은 좋아질 것이다. 그런면에서 폴더폰을 쓰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정보를 막고 가려서 선택하는 것이 훨씬 관계의 농도를 짙게 가져가는 방편일 것이다. 정보는 밀려오고가는 사이 그 정보에 좋아요라는 스티커를 발부하다가는 끊임없이 그 빨간스티커에 끌려다니고 있는 당신을 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지게 말한다면 아무 생각없이 손이 가는 팝콘이나 감자칩 같은 것일 수 있겠다. 허우적거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스스로에게도 다짐하는 말이다. 입맛이 당기고 손이 갈때 구구단, 아니 21단이나 외우자. 훨씬 현명해진다. 더 시대에 뒤떨어지게 이야기하지만 멍때리면서 왜 텔레비전을 보았지밖에 없다.
볕뉘.
1. 중년의 말씀과 뒤풀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느끼는 것 가운데 하나는 숙고나 숙성이 없어진 것은 아닌가 싶다. 그것은 어려운 일로 다가오고, 끊임없이 얕은 관계들이 그나마 부담없고 견뎌나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 그리고 그렇게 벌어진 틈으로 '상품이 나오셨습니다'가 더 고마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문화박약 현상은 안타깝게도 SNS가 불난집에 기름을 붙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숙고나 숙성이 오고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알아달라거나 알아줘야 한다거나 판단이 필요없는 얕은 말만 오고가고 필요한 감정만 고른다. 어쩌면 피폐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언어학자도, 신경과학자도, IT업자도 아니지만 빠른 속도로 휩쓸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알라딘서재가 바뀌었다. 페북꼴 나지 않으려면, 책 읽는 이들에게 필요한 장치들은 무얼까? 글쎄, 아니올시다. 책은 더 팔지 모르겠지만 시장통이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왜요? 왜그러세요?나 붙이고 싶다. 유행에 끌려다니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 브레이크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정신 줄 잡지 않고 다들 그냥 가게하는게 더 큰 문제이다.
2. 일장 일단이 있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단점을 알게되면 그땐 이미 늦어 되돌릴 수 없기도 하다.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중독되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