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눈을 뜨다. 아! 침대가 낯설다. 옷을 입은 채, 어깨 통증이 느껴진다. 그래 여기가 아닌데... ...부시시 화장실에서 얼굴을 가다듬고 시계를 보니 예약해둔 열차시간이 지나버렸다. 아~ ㅠㅠ 서둘러 다음 기차 예약을 하고 택시를 집어탔다. 비가 얕게 내렸다. 역앞 횡단보도에 신호등을 기다린다. 건너편에 우산을 쓰지 않은 몸이 불편한 이가 눈에 들어온다. 신호등이 켜지고 그이를 의식하며 지나친다. 그제서야 그는 우산을 편다.

 

 

상상 편집위의 흔적을 돌아보다 신대표는 출판사나 기타 등등은 운영위로 올라와야 할 사항이라고 챙겨둔다. 지난 사업계획을 의식하다가 미진한 일들을 곰곰히 나눈다. 작은 강좌 "너의 목소리가 들려" 택시노동자의 이야기나 외국인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실태를 듣고 나누다보면 또 다른 기획꺼리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주문이다.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내년 일꺼리로 연계가 되듯 꼭지들을 나누고 잘 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한다. 문제의식을 직접 듣고 나누고 하는 자리가 되기도 하고 상상잡지의 베이스 역할도 할 수 있으니 이것저것 물고물리면서 만들어가는데 모두 큰 공감이 쏟아진 듯 싶다. 이예선대표님이 중등교재를 같이 준비하고 있는 배재대 다문화센터의 한분을 섭외해서 가까운 시일내에 물꼬를 트기로 했다.

 

주제가 있는 토론회로 시민대학 진행경과를 보고받다. 토론자 섭외가 아카데미 분들 위주로 되어 있어 바람직하지 못함을 지적하고 균형감있게 수강자, 시민대학 측을 섭외할 수 있도록 주문한다. 아카데미도 수강해보거나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시민교육, 정치교육이라는 주문을 하는 기획의도가 조급해보인다는 지적이 있었다. 발제자도 정확한 사항을 모르고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접근하는 것은 아카데미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월담을 통해서 객관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시의원의 협조를 받으면서 6개월뒤 토론회를 기획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이번에는 의견을 나누면서 격의 없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획하고 고민을 나누고 숙성하는 것에 대해 나누다.  예전에는 술자리 기획이 그래도 통했는데 동맥경화인지 나이브한 것인지 일상적인 것에 치여 기획도 숙성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옥상옥처럼 위원을 선정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닐 것이고, 일대일로 만나서 이야기 듣는 것도 기획은 되지만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대표단이 오늘처럼 만나 이야기나누고, 사무국은 나름대로 맨토맨으로 만나 기획꺼리 구하고, 운영위도 내년총회까지 하고싶은 꺼리들을 가지고 나눴으면 좋겠다고 하다.

 

 

소모임들도 따로따로 모이지만 주제를 가지고 만나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냥 모임별 옷색깔만 코디해서 불쑥 색다른 '색색모임'을 해서 얼굴도 안면도 익히면 좋을 듯 싶다는 말씀들이 있었다.  회의 중간중간 이런 생각이 불쑥 들었다. 사회혁신운동이나 한권의 책 어떻게 기획되고, 무슨 의도에서 진행되며 어떤 반향을 일으키게 될지 고민의 맥락을 느낄 수 있다면 그래도 한마디는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잘 되기를 바라고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심경은 모두 같을 것이기에 말이다.

 

화로구이에서 친구보다 더 다정한 '고삼 딸'이야기를 듣고, '미리 기획하는 법'도 나누고 싸지 않은 맥주에 남은 마음들, 그리고 깊은 이야기들 마저 나누다가 불쑥 늦었다.

 

초록불이 들어오고 어깨 통증도 가셨는데 그는 왜 우산을 폈을까

 

ㅊ.ㅅ : 기차 끝편으로 옅어지는 사랑하는 이들의 실루엣처럼 *전을 떠나보내는 주말의 시공간은 머리카락이 한움큼 빠지는 듯 아프다. 그렇게 공허를 앓는다. 일터 일도 2%쯤은 매듭을 짓지 못하고 운영위로 달려 막차를 타듯  시월의 마지막날을 채운다. 시름시름 앓은 마음들도 태운다. 오랜만에 참석한 운영위의 마음자락이 선물받은 바바리코트 같다.

 

 

볕뉘.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점멸신호를 모오스 신호처럼 보내도 마음은 볼록 그릇처럼 담기지 못한다. 수신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다. 다른 이들도 그렇게 각자의 패턴과 문양으로 보냈을 것이다. 시집을 건넨 이의 마음을 읽다. 그러고보니 참 고마웠다. 나도 너도 몸을 빌려쓰고 산다.  영혼들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의 몸을 빌려쓰고 사는 이들의 마음을 더 살필 수 있을까? 그(녀)들이 보낸 신호들에 늘 수신 상태가 불량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서울 통닭집 2층에서 닭내장탕을 시킨 어스름, 그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하는 모시민단체의 얄팍함에 분개했고, 3년동안 물불가리지 않고 일하겠다던 다짐하던 목소리의 떨림과 표정이 가시질 않는다.  아이의 선택과 학교에서 생긴 문제에 당당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어머니의 딱부러지는 모습도 그러했다. 퀼트에 대한 관심이 도를 넘어서 인문학과 연결시키고 싶어하는 열정과 셀레임들... 신바람나게 연주를 하다가 마무리 직전의 생기있고 발랄한  표정... " 찰나의 모습들이 마음에 쏙들어와 있다. 

 

멋있다는 말 역시 적절한 때와 온도, 그리고 관계의 농도가 짙어지는 순간 불쑥 체현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멋있고 맛있지 않는 회의를 하는 것은 곤욕스럽다. 혹시 싫어하는 마음들이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의 수신상태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능력 가운데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몸이 몹시 무거워 책 한줄도 읽지 못하고 멍때리다가 어젯밤을 날렸다. 시집들이 걸려 얕게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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