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렇게 좋은 봄날을 가슴 속에 스며들어 노니는 것도
백번을 넘길 수 없는 것이 삶이라,
그렇게 봄을 깨우치는 것도 나이가 불붙고 난 뒤라.
깨우친 봄이 또렷해지는 것도 그렇게 봄앓이를 하다가
흘려버린 봄이 아까운 뒤라.
그렇게 기다리며 애지중지 하던 봄도 꽃이 타고,
꽃샘잎샘에 중동을 날려버려
허무해지는 봄도 여러 번이라.
2
아~ 남아 사귈 수 있는 봄날이 또 몇 번일는지.
불법과 비합법의 사랑에 녹아내리는 봄날은 몇 번일는지.
3
봄날의 끝물을 마신다.
벌써 팔랑이는 연두가 덮이고 내린다.
4
홑이불처럼 여린 풀빛이 하늘을 가리는 봄날!
뱀발. 봄이 여름과 겹쳐 꽃만 화들짝 놀란 건 아닐까. 나비와 벌도 어안이 벙벙한 봄날. 출근길 젊은 동료에게 전하고 나니 하고싶은 것들이 더 진해지는 날이다. 하고싶은 것이 더 많아지는 날이다. 하고싶은 것이 더 깊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