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109 동치미에서 강신주의 [당당한 인문학]을 2회에 걸쳐 세미나를 한다. 두번째 모임 발제와 책수다를 참견할 시간을 갖게된다. 미흡한 부분은 다음날 다시 보며 채운다. 책의 말미 사랑과 자유에 대한 에필로그가 잔상처럼 남는다. 발제한 분들의 여운도 함께 말이다. 

 

자유로운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만이 자유를 얻는다.

 

사랑과 자유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그는 책 속 [자본주의에 맞서라]는 편에 대해 과연 청춘들이나 사람들 반응이 정말 괜찮은 것인지 궁금하다. 그래서 청춘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되묻다. 수긍하고 잔잔한 반향이 있는 것 같다고 답한다. 대중성을 갖는다는 것, 스타로서 역할은 무척 큰 것이다. 진보가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들을 성큼성큼 해낸다는 것에 대해서 반갑기 그지 없는 일이다. 철학하는 시읽기의 즐거움에서 시와 철학을 연결시키고, 김수영을 되불러낸 것도 김수영을 새기고 있는 나로서도 반갑고 기쁜 일이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의 경계를 문지르고 새로운 이를 다가서게 하는 것도 반갑다. 막스 슈티르너를 비롯해 아나키즘의 인물들을 불러내는 것도 반갑다.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가?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꼭 되물어야 하는 물음을 진지해줘서 고마워하고 있는 편이다. 철학과 시, 인문, 음악...자유와 사랑을 어루만지고 살아지는 이들에게 살아갈 중심을 준다는데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기독교에 대한 거침없는 도발도 말이다.

 

세미나를 하면서 말미 불안하다. 냉장고드립이라고도 표현하던데, 그 표현을 보고 김종철샘이 자본주의의 배에서 뛰어내려라라는 문구가 겹친다. 뛰어내리면 어떡하라구. 가장자리 가장 없는 사람들이 가장 크게 흔들릴텐데. 그렇게 무책임할 수 있을까라는 예전의 기억이 되새겨진다. 냉장고를 없애라의 의미를 넘어선 과잉이 느껴진 때문이기도 하다.

 

말미 소유란 무엇인가에서 자유, 안전, 소유...그리고 형평을 다룬다고 같이 토론해보면 좋겠다는 말을 건넨다. 그에게서 느낀, 불안의 요소가 뭘까 고민해본다. 철학, 인문의 울타리에서 넘어서거나 너머 서려 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중적인 스타로서 그가 할 일과 하고싶은 일들이 많겠지만, 형평과 공평의 입장에서 경제, 소유에 대한 부분을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경제와 경영의 디테일을 형평이라는 삶의 잣대로 세세히 다루지 못한다면 철학과 인문의 문턱에 걸린 그의 주장은 비현실성때문에 거꾸로 인문과 철학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실을 지고가는 숱한 사람들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또 다른 마음의 위무로 그칠 확율이 높아보인다. 자유와 사랑은 소유의 디테일과 연결에서 다시 말해져야 한다. 큰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사랑과 자유에 대한 의도적인 방점만이 아니라 세속의 철학인 경제, 자본주의의 속살, 현실의 속살에 치밀해지지 않으면 그가 닦아놓은 길...덧셈까지도 폄훼될 지 모른다.

 

지식인들이란 제일 질투가 많은 법이다. 이땅의 지식인의 역사를 모르는가? 두손 두발 다들 때까지 가만있지 않는다. 망가지고 망가져서 다시 일어서지 않는 것이 이땅의 지식인들의 생리이지 않는가? 책도 덜 새겨 읽고, 잘한 부분에 대한 언급도 인색하면서 과잉...필연적인 오류를 수반하는 일들에 벌떼처럼 모이지 않는가? 그의 역할과 또 다른 대중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뱀발.

 

1.  생각이나 느낌을 따로 정리해볼까 하다가 서투르게 흔적을 남긴다. 이견을 반긴다. 좀더 얘기해볼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과잉도 있다. 논란을 위해서라도...

 

2. 러셀이 [행복의 정복]에서 말한다. 편의상 나의 행복에 대해서만 말하겠다고..내가 기대고선 너와 사회의 측면에서는 따로 다루겠다고 한 기억이 난다. 고 이영희선생님은 우리 민족의 근성에 대해서 말한다. 밟고  밟고 또 밟고....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유시민이 서구의 합리성을 몸에 담고 있어 무엇을 해도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 사람이 많다. 노회찬이 유들유들 오히려 우리 근성에 맞는다고 강신주는 흔적이 남는다.  솔직하게 털면 어떨까? 공부 좀 더하겠다고...

 

3. 안타깝다. 페북을 비롯한 회자되는 곳곳에 전자는 이야기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담화들만 있는 건 아닐까? 알라디너들이 되짚어보면 어떨까 싶다. 그냥...안타까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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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1-2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여울마당님, 댓글을 기다리시는 것 같아, 이견보다 저의 의견을 남깁니다.

저는 과거의 세상의 일들은 균형점을 찾아가기보다, 과잉과 거품을 포함한 기승전결의 과정을 거치며 파국을 거친 이후 새로운 시작을 했습니다. 이 과정을 (최소한 인류 역사가 진행되는 동안) 무한이 반복할지, 그 끝에는 균형점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자본주의는 파국으로 가리라 예상합니다.

여울 2014-01-22 08:43   좋아요 0 | URL
그래도 샛길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희망은 없는 것이라고 숙연하고 처연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나은 방법이라고... ... 그래도 물에 빠진 사람이 바닥이 어디쯤 있다는 것을 알기만 한다면 좋겠습니다. 마립간님, 과잉과 거품같이 소멸하는 경우가 태반이죠. 개인이든 인류 역사든 말에요. 의견 고맙습니다.

쉽싸리 2014-01-21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는 고종석 선생의 트위터에서 처음 문제의 칼럼과 그 의견을 접했는데요. 그 칼럼만 놓고보면 비유와 논지전개가 적절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 칼럼이 상식이 결여 되었다는 평가에 동의하는 편이구요. 그래서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지 싶어요. 하지만 여기저기서 이리저리 너무 크게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문제이지 싶어요. 강신주 선생의 일종의 '공'?도 있다고 생각해요.
강신주 선생이 어떤 식으라도 의견을 냈으면 하는데요. 이건 뭐 오로지 제 개인생각입니다. ^^

여울 2014-01-21 19:00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트위터 의견들 모아놓은 것도 봤습니다. 수치심, 냉장고 칼럼이 과하죠. 제가 안타까워 하는 것은 공공연히 잘나가다 그렇게 될 줄 알았다거나, 읽어보지 않았지만 스타일로 봐서 조직생활 하지 않은 자유주의자라서 문제다. 읽어보지 않았지만 문제의 칼럼으로 봐서 인간이 되어먹지 않았다라는 평들이 많지 않나싶어요. 정말 자유주의자라면 현실에 있어 개선의 여지 나 역할이 많은 것이죠. ... ... 잘나가는 지식인이니 그거 쌤통이다가 아니라 냉정하게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어요. 나의 노선이 맞다가 아니라 유행의 와중이라도 그 결들을 세세히 살펴보는 것이 어떤가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