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보이세요?
---수리남 사탕수수농장주의 딸 14세 일기---(쿡!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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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들은 쟁반을 식탁 한가운데에 놓았다. 아빠는 힘이 세다. 아빠는 쟁반 뚜껑을 손수 열었다. 한 작은 게 보였다. 쟁반 안에서 몸을 잔뜩 쪼그린 채 앉아 있었다. 그게 몸을 일으켰다. 무릎까지 오는 꼭 끼는 재킷에 엉덩이와 앞쪽을 가리는 천을 두르고 있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다.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꼬꼬란다. 아빠가 말했다. 우리 마리아에게 주는 어린 노예지. 엘리사베트 아줌마가 준 선물은 작은 채찍이었다.
난 꼬꼬가 생격서 기분이 좋았다. 전에는 나만의 노예가 없었다. 아침이면 꼬꼬는 모든 것을 준비해놓았다. 내 손을 닦는 수건, 내 얼굴을 닦는 수건, 내발을 닦는 수건, 내 엉덩이를 닦는 수건....꼬꼬는 절대 웃지 않는다. 꼬꼬는 언제나 앞만 바라보고 있다...하지만 꼬꼬의 눈빛은 멍하다. 세상에 있지도 않은 어떤 것을 쳐다보고 있는 듯하다.
마리아, 훈련 잘 시켜라. 노예들한테 자유를 너무 많이 주면, 나중에 후회한다.
문이 쾅 닫혀 버리자, 꿈은 순식간에 사라졌다...난 일어나 앉았다...꼬꼬가 방안에 서 있었다...만일 거기 채찍이 있었다면 꼬꼬에게 휘둘렀을 것이다 감히 내 꿈을 빼앗아가다니!..
그럼 그 애를 팔아 버려. 그건 처음 듣는 말이었다. 난 그런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정말 기발한 생각이다.
자업자득이지, 엄마가 말했다. 비명은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후식을 먹었다. 맛있었다. 엄마도 맛있다고 했다. 난 조금 더 먹고 싶었다. 여자 노예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결정이 났다. 꼬꼬를 팔기로 했다. 뺨에 흉터가 난 노예도 팔 거다. 곧 노예 시장이 열린다. 인생체험을 하기 위해 나도 따라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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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한 한 아이의 일기-----------------
착하게 사는 일은 정말이지 너무나,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저 모두의 생각을 따르고, 자기 시대가 옳다고 믿는 것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남들이 고개를 돌리는 일, 당신도 불편함을 느끼는 그 일, 거기서 고개를 돌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만이 우리를 사유하게 하며, 우리를 우리 시대의 허영과 어리석음, 그리고 끔찍한 악행에서 구원해준다는 사실이다. 고병권 추천사
잡념.
1. 돈에 끌려다는 일이 폐지된다면, 마치 노예제도가 폐지되듯이, 노예가 없어지듯이, 우리가 끌려다녔던, 끌려다녀야만 했던 일들이 이처럼 노예를 부리듯이 일상의 삶에 붙어있었다면.... 그때 일상들이 돈을 매개로 한 당당함들이 고객이란 이름을 전후로 굽신굽신과 호령함이 부끄러워진다면
2. 나의 삶의 구할은 노예였고, 노예였던 사실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시대였다고, 그래서 다들 돈에 끌려다녔고, 돈을 빌미로 사람을 부렸고, 호객했고, 노예의 삶을 살았다고
3. 자신이 노예짓을 하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서슴없이 노예를 샀으며 수리남의 소녀일기처럼 거추장스러운 모든 것은 그 노예의 탓이지 내 잘못은 아니라고... 노예에서 노예로 물리는 삶을 벗어난 사람은 보기 드물었다고, 어떻게 그 노예의 시대가 수백년을 지탱했는지 의아하다고
4. 돈에 볼모로 잡혀 삶을 빼앗긴 시대는 전혀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삶을 구출해내지 못하고 돈만 바라보는 아이러니의 세대였다고....
뱀발. 연두부의 올해 추천책 가운데 하나이다. 다행히? 빌려주어 아*** 저녁약속을 기다리는 사이에 읽다. 우리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 불감지수는 어떠한가? 만갈래의 다른 느낌이 생겨야 하지 않을까? 그러지 않으면 늘 우리는 일상에서 지기만 할 것이다. 관련되는 추천도서 두권을 보탠다. 연두부 한권, 저도 한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