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언어와 취사선택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안다는 것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뒤섞여 있을 때,/이것은 아는 것이며/이것은 모르는 것이라고 말하고,/그것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이것이야말로 둘 다 아는 것이다."묵자/경설 하

잡념 1. 


십여일전, 아마 그쯤 되었을 것이다. 이 아포리즘에 서성거린 때가 말이다. 오늘 자판으로 흔적을 남기기까지 제법 오래된 셈이다. 독서습관을 돌이켜보게도 하고, 지난 읽기 흔적을 돌아보면 무척이나 아픈 말이다. 왜냐하면 [알 것 같은 것]을 한통속으로 묶어두어 시간이 지나면 안개같아 구별짓기가 되지 않는다. 시간에 또렷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알것같은것]이 점점 [알 것 같 은 것 들]로 희미해진다. 그래서 그 회초리를 음미하고 있다. 그 습관에 딴죽을 걸어본다. 다시 종아리를 힘껏 때려본다. [알것같은것]에서 [아는것/모르는것]의 몸섞임에는 얼마만큼의 수업료가 들까? 그리고 [둘다 아는 것]까지 얼마의 아픔을 요구할까?  

물론 이것은 지에 대한 말일뿐 지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 지혜란 그것이 부정될 수 있음을 아는 것이다. 완전무결하다고 만족하면 잘못이다. 그것은 그칠 곳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지혜는 토론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그칠 곳을 모르면 지혜가 아니다."

 라고 한다

  
 

 
삼물이 갖추어진 명제라도 대체로 명제가 옳으면 사실도 그러하지만1) 혹은 명제는 옳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 2,3)가 있으며, 한쪽은 두루 통하지만 한쪽은 통하지 않는 경우 4)가 있으며, 한쪽은 옳은데 한쪽은 그른 경우 5)도 있다. 그러므로 항상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1) 백마는 말이다. 백마를 탄 것은 말을 탄 것이다. 노예는 사람이다. 노예를 사랑한 것은 사람을 사랑한 것이다.

2) 도둑은 사람이다. 도둑이 많은 것을 미워한 것은 사람이 많은 것을 미워한 것이 아니다. 도둑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명제가 그른 것임에도 사람들은 모두 옳다고 한다.

3) 만약 이런 논리대로 한다면 "도둑을 사랑한 것은 사람을 사랑한 것이 아니며, 도둑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며, 도둑을 죽인 것은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다"라는 논리도 무난할 것이다. 

4)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을 두루 사랑한 연유에야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사람을 두루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라도 사랑하지 않으면 사람을 사랑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5) 사람이 병들어 문안한 것은 사람을 문안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병을 미워한 것은 사람을 미워한 것이 아니다. 묵자/소취 명실론 :

 

잡념 2. 귀납과 연역에 익숙한 우리 1)에게 사물을 1)로 볼 것을 강요하는 문자체계의 공백을 이렇게 날카롭게 해부할 수 있을까? 그 무한 공백과 뒤틀림을 이렇게 명징하게 증명할 수 있을까? 하는 탄식을 하다. 로고스, 명제, 논리의 한계에 대해 되짚음을 준다. 머리의 꿰어맞춤이 얼마나 가슴, 마음, 몸, 손, 발을 빠져나갈 수 있다. 그렇게 경도되어 머리가 가슴도 마음도, 손발을 비롯한 온몸을 칭칭 묶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아도르노보다 계몽의 변증법보다 예리하다. 이름의 그물, 그렇게 명제로 똘똘 말아만든 앎이라는 것도 사실이나 허점, 실체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면 사람을 죽이고 살리고, 차별하고 허툰 짓을 할 수 있는 날강도가 되리라. 천하에 남이 없다. 한 사람이라도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함께 사랑하고 이로움을 나눈다. 그러나 함께 서지 못하고 쌓은 그릇된 이름의 탑들, 그렇게 쌓아놓은 앎의 누각엔 기둥이 없다. 기둥은 안타깝게도 사실관계를 따져본 일이 없다.  허명의 악순환으로 이름에 기대어 만든 지식일뿐이다.
 

2.1 어쩌면 그래서 늘 처음부터 시작하는 길이 가장 빠른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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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1021 운동에게 묻는다.
    from 木筆 2010-10-22 16:45 
    # 0.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란 실험을 했어도 정작 그 산 사이에 있는 민주주의를 실험해낸적이 없다. 다 살아있는 것 바깥의 정신나간 가치를 포획해내기 위해 삶을 다 죽여버렸고 죽이고 있다. 수십억이 죽어나가며 여성이란 이유로 수백년간 차별이 당연한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숱한 학문도 진리도 삶을 한번도 구해낸 적이 없다. # 2. 학문이란 학이란 울타리를 둔 것으로 학문간의 소통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서로 소통을 하지 못하게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