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1. 아트** 토즈. 이름이 입에 붙지 않는다. 간혹 기억에도 붙지 않고 입에도 겉도는 낱말들이 세상이 나돈다. 아침 결혼식장의 이름도 필요한 시간만 기억해내고 아예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무용한 것이다. 몇년 전 짬을 내어 후배를 만나러 가는데 촌닭이 되어버린 나는 그 공간과 사람의 동선, 소리에 넋을 빼앗겨버려 멍한 상태가 몇분이나 지속된 경험의 공간이다. 간혹 드물게 접하는 서울은 이렇게 정신을 날치기해 간다.
#2. 단편이 되어버린 공간들이지만, 이곳 소극장. 카페들. 그리고 연애도 시위의 흔적이 있던 곳들이다. 인파에 압도되어 서툰 걸음걸이가 그 흐름과 박자가 맞지 않는 곳. 몸상태가 평온한 '미'의 상태가 아니라 들뜬 '쏠'의 상태로 되게 하는 곳. 시간이 조금 넉넉할 것 같았는데 토요일 말미는 오고가는 사람들로 지하철이 북적이고 느려 시간이 별로 남질 않는다. 돌아오는 길. 굴다리 인근 [오늘의 책]도 없고 여전히 휘황한 신촌네거리 불빛들 속에 예전의 나,너들이 들뜬 '쏠'의 상태로 떠돌아다닌다.
#3. 몸은 용케도 옛 기억을 살려낸다. 친밀감보다는 낯섬이 밀고 들어오는 공간들. 이렇게 낯선 공간들은 지울 수 없다. 그틀로 압박해 불현듯 밀려오는 기억과 느낌들은 여전히 낯설고 불편하지만 친숙한 어떤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녹아 있는 서울말투, 논조, 불특정 공간, 시골보다 짧은 여운없는 인사. 무덤덤함.
#4. 아*** 토즈도 찰싹 달라붙지 않는 공간이다. 애써 무덤덤해지는 공간. 서울이란 도시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간막이의 공간들처럼 느껴진다. 그저 필요에 의해 모였다가 흩어지는 강의실같다. 마음을 잡기보다는 필요한 것만 편취해내기만 하는 공간들로 여겨진다. 진행도 낯설고 자리도 어색하기만 하고 저자와 만남을 밀어내는 듯한 ..너를 위한 점선들이 없다. 저자에게 필요한 영양분만 가져가기만 해라라는 어색함이 깔려있다. 농담이나 훈훈함이 그것의 절반을 덜어내기까지는 한참이란 시간과 노력이 더해져야 했다.
#5. 이 마을에 많이 서재 마실을 다니지 않는다. 서울 촌사람들처럼 필요한 것만 빼어먹는데 익숙한 사람이기에, 사소한 관계에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흔적을 잡아넣는 곳의 용도로 소통의 공간에 대한 과잉기대는 하지 않는 곳이다. 관계를 부여잡을 엄두도 나지 않지만 관계를 만들어갈 열정도 없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이 나만큼 바쁘고 바쁘다. 그래서 할 것이 별반 많지 않다.
#6. 사람을 글로 판단하거나 소문으로 판단하지 않는 편이다. 가급적 만나서 직접 대면하는 것이 그래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평들을 신뢰하지 않으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서야 느낌들을 가다듬는다. 부드럽고 수수하고 소탈하신 santa님은 지조와 강직함이 드문드문 비춰보였고, 쟈니님은 상황을 보는 날카로움은 단련되어있는 듯했고 , 하얀마녀님의 명료하고 단박한 즐거움이 몸에 배여 이런저런 상황을 크게 재거나 하지 않을 것 같다. 여우님은 디테일의 힘과 수다의 힘을 갖는 재원이다.(무슨 잡지 인물 소개 타이틀같다.) 웬디양은 얼굴은 더 오목조목 키는 더 훤출하시었다. 물론 명랑은 말할 것도 없이. 마립간님 같은데 날카롭지만 무척 부드러워 보였다.(잘못봤을 수도. 왼쪽 앞줄로 기억하고 있지만...)
뱀발.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오전까지 사촌여동생 결혼식.집안 행사.저자와 대화. 바삐 돌아다니다. 느긋하게 즐기지 못해 아쉬움만 가득하다. 생각같아선 밤샘을 하고 싶었지만 집안호출로 꾹꾹 참아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