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922-26(6) 읽고 있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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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세월에 쏟아부었던 그 혼신의 정열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민중주의의 이름으로 주저없이 바쳐진 젊은 피와 지성, 담대한 용기, 뜨거운 동지애, 자기희생정신, 그 모든 것들이 신자유주의시장 속에 폐기처분되어버렸어. 아아, 아르다운 그 모든 것들이 더러운 시장에 맡겨져 폐기처분되어버렸단 말이야! 돈밖에 모르는 세상! 난 이제는 더 이상 민중도 시민도 믿지 않기로 했어. 용미야, 이제 난 이 군중을 믿지 않기로 했단다......-선생님, 울지마세요!...오용미가 울음을 터뜨리면서 와락 그의 가슴에 안긴다. 281
영혼이 없기 때문에 이 군중은 스스로 아무것도 못해. 금방 터져나갈 듯 엄청난 에너지로 충전되어 있지만, 아무것도 못해. 그냥 구경꾼일 뿐이잖아. 심지어 자기 운명에 대해서도 구경뿐일 뿐이야. 그러니까 음모자들에게 이용당하기 딱 좋지. 용미야. 그날의 군중은 이렇지 않았단다. 구경군이 아니라 참여자였어. 자기 운명의 창조자였어! 아아아, 그땐 안 그랬어! 278
대나무가 꽃을 피운다는 말 들어보셨죠? 위기에 처한 대나무가 꽃을 피운다는 것 말입니다. 뿌리로 번식하는 대나무숲은 땅속의 양분이 고갈되면 일제히 하얗게 꽃을 피워 씨만 남긴다음 스스로 말라죽는답니다. 후대를 위한 자살이죠. 그래서 죄다 망해버린 폐허에 남겨진 그 씨들이 싹을 틔워 새로운 시작을 하는 거죠. 레밍 쥐도 그래요. 양식은 한정되었는데 번식이 너무 많아지면 바다를 향해 대이동하여 집단자살을 한답니다. 자연의 법칙, 자연의 섭리인 거죠. 우리 인류도 그와 같이 되지 않을까요? 인류가 지금 자신도 모르게 자살충동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닐까요? 자연의 섭리에 따라 그 길로 가도록 예정되어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 인간도 그처럼 약간의 종자만 남겨놓고 집단자살한 다음에 다시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요? 총체적 소멸을 통한 재생이죠. 인간 종자가 지구상에 해충처럼 창궐하고 잇어요....핵전쟁으로 집단자살하거나, 다른 묵시록적 대재안을 만나거나 할 거예요. 깊은 상처로 신음하는 이 지구가 언제까지 가만있겠어요.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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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란] 처음의 몰입장면이 지나며 등장인물들, 중반을 넘어서며 말미로 가며 아쉬움이 밀려온다. 마당극의 낯익은 설정과 인물의 돌연한 처지의 변화,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전화이 많이 아쉽다. 신파의 향내까지. 그렇다고 주제나 전반에 흐르는 문제의식에 공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절망감이나 거리로 거리로 쫓기는 현실의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질주하며 모두의 삶으로 돌진하고 있다. 돌진으로 아무생각도 할 겨를이 없다. 몸에 각인된 구타의 흔적이 오로지 추억으로 색깔을 바꿔 서서히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을 뿐이다. [열외인종 잔혹사]의 장영달,윤마리아,노숙자 김중혁, 10대 기무의 인물설정과 코엑스몰에 벌어지는 가상의 소설보다 현실은 더 괴팍하고 방향의 비수는 갈지자를 그린다. 좀더 작품성이나 현실감을 더 기대할 수는 없을까? 추천한 분들의 심정에는 동의하지만 그렇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2. 한승원의 소설쓰는 법의 강독을 앞뒤로 이어간다. 소설가들의 일상이나 어려움을 건네 듣기는 했지만, 그렇게 각고의 노력과 관심, 공과 시간이 들여지는지는 몰랐다. 분야와 다른 이의 시선이 얼마나 깊이 녹아야하는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책표지나 설명들이 원고료가 억대를 넘어서는 현실에서 선정적이지만 나름 관심을 충족시켜주는 부분이 많이 있다.
3. 라투르의 책을 마저 보려했는데 해설, 후기보다 본문이 지리하고 어렵다. 명확한 설명보다 참고한 서적에 대한 설명이 이어져 맥락을 쉬 확인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뭉퉁그려 봐야겠다.
4. [고사신편] 조금, 내려오는 길 [한여름밤의 꿈]을 사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