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방 뜨자(作)
모임과 참여자의 공진화를 향한 발걸음(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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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네가 이곳에 다녀간다. 유달산과 갓바위 인근을 돌아다니다 미진했던 곳, 한번 더 보고 싶던 곳에 갈 수 있었다. 사설 성옥기념관엘 들렀다. 진품들을 몇점 볼 수 있어 좋다. 고암의 추상묵화, 윤두서의 그림을 비롯해 추사글씨. 백자. 마음에 점이 박히도록 남는 그림들이 생긴다. 연두부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할아버지 큐레이터가 있는 남농기념관을 마지막으로 홍탁 안주에 인동주를 한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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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늘 걸리는 지점이 있다. 연緣의 그늘이 강하다보면 사私적인 것과 공公적인 것의 경계가 희미해져 그 구분을 못한다는 것이다. 내것, 네것, 기획아이디어가 발원된 곳에 대한 배려도 사라져 그것이 어느새 내것이 되어, 우리의 것으로 되고자 한 의도조차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한다. 소유의 개념이 없다는 것도 별반 좋은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뭉뚱그려 좋은일로 버무려지거나 [하면좋지]가 되어 좀더 세밀하게 구체화될 여유를 잃거나 조금 더 풍성해져 현실에 맛날 기회가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사私적이란 것은 모둠도 모임도 마찬가지다. 우리모임私에 집착해서 공공재로 올라온 안건들도 모임의 사私적 소유로 그쳐,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맥을 끊기게 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여러번 느끼는 것이지만 [수면위로 올라오려는 것]에 대한 임신, 알을 품는 노력이 중요한데 반복되는 것을 보니 늘 올라오기만 하면 처리하는 습속만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2.
그러니 기획도 어느 개인의 것이 되고 나-너의 것이 되지 못한다. 여기에 조급증까지 버무려지니 일인들 제대로 되겠는지 의심스럽다. [수면위로 올라오려는 것]은 대부분 현실적응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냥 하면되기도 하지만 제대로 하려면 품어야 한다. 의외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시간에 약하고 쫓기는 모습이 비일비재한데, 그 습속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별반 달라질 일이 없다. 기껏 비대위나 준비위로 꾸려지는 것에 게으름까지 더해져 또다시 성질급한 몇몇의 기획으로 그치는 것이 비참에 일조한다.
3.
[수면위로 올라오려는 것]은 서로 눈치를 볼 것 없이 마음으로 채어 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다르게 품을 수 있는가이다. 다른 친구보다 어떻게 다른 관점에서 사유를 전개해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한번은 데리다처럼 끈질기게 명사 사이를 해부해보는 것도 필요하며, 한번은 집행하는 입장에서, 한번은 한국화를 보는 것처럼 입체감있게 보려는 것도, 또 한번은 원근법의 소실점을 달리해보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한번은 처절히 몸의 기억으로 반추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아주 조금 논의가 제법 생동감이 있고, 미처 볼 수 없었던 다른 시각에서 [수면위로 올라오려는 것]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해보고 아주 조금 출산의 기미가 보일 수 있는 것이다.
4.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퇴행이다. 어쩌면 더 큰 퇴행을 온몸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다익선. 좋은 일은 많으면 좋긴하지만서도 정말 좋기만 한 일인가 의심해보아야 한다. 모임들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교육을 하고 기획을 하곤 하지만, 기획이 왜 필요한가? 기획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교육에만 관심이 몰려있을 뿐, 근저에 있는 물음에 대해선, 어떤 물음을 공유해야하는지 부족해 보이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5.
[고민]을 좀더 오래, 새롭게 하고 싶다면 [수면위로 올라오려는 것]에 제발 딴지를 걸어야 한다. 그래야만 발의자를 넘어서고 혼자만의 기획을 넘어설 수 있다. 아무 생각없이 [그거좋네]로 받아들이지 말고, 온몸의 기억을 반추해서 다르게 틀어야 한다. 그래서야 비로소 나의 기획을 넘어 겨우 너-나의 기획으로 접어들 수 있다. [고민]을 낚아채지 못한다면 회원당신들도 영원히 대행업소의 대행병에 걸려 아주 작은 고민조차 행동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집행하는 일만, 색깔없는 같은 색의 일만 처리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6.
무엇을 할까가 아니라 우리가 왜하는거지? 왜 하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도 없고, 그 물음에 대한 공유도 없는 것이 실*자 연대의 시류가 아닌가 한다. 지역 흐름의 모임동선을 보다보면, 겉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크지만. 보태는 것이 보태지 않는 것보다 고민되게 하겠기에.
뱀발. 먼댓글을 이어봅니다. 벌써 한해가 지난 일이군요. 그래도 조금은 달라졌다고 위안을 삼아보지만, 나란 우물은 우리의 우물은 여전히 깊고 좁은 것은 아닐까 합니다. 우물밖을 나서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여전히 우물 안을 오르고 있고, 생각도 맴돌고 있다는 의혹이 듭니다. 아니 봉우리를 오르고 있나요. 한틈 쉬어갈까요. 너무 바쁜 듯이 올라왔는지도 모르겠군요. 쉬엄쉬엄 쉬멍오르멍 해야겠네요. 마음은 상하지 마시고, 땀 좀 식히면서 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