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휴가의 틈에 노신을 쫓다. 아***를 잠깐 들러 중간이 빈 문집 두권도 빌린다. 중동난 조각들의 원문을 되새겨보니 길에 대한 짜투리 문단도 그렇구 기억하고 싶은 문구만 새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를 쫓다보니 그가 나눈 쇠철상자 이야기도 그러하고 목만 남은 싸움들에 마음을 밴다. 육성이라기 보다는 처절한 피의 울음소리 같다. 마음이 배이고, 마음의 살깥을 벗겨내는 듯 불편하다. 그러다 꿈을 꾸었다. 내가 쇠철상자에 갇히고, 검은 그녀석은 정확히 내가 있는 곳을 알고 돌멩이인지 쇠마디인지 던져댄다. 그 순환에 갇혀 숨소리도 낼 수 없다. 간신히 깨어났는데 여전히 현실은 더 깜깜하다는 말을 쓸 수 없다. 그래서 뒷부분을 지운다
뱀발. 그는 일년에 한권이상 번역을 했다. 번역의 원칙을 갖고 일어, 동구, 러시아... 그는 미술비평도 했다.의사가 되려했었고 생물학,화학을 가르쳤고, 소설을 만들었다. 고문을 번역하는 공무원생활도 했고, 글을 쓰는내내 치밀하고 철두철미하다. 현실을 밀고 가는 그의 말은 말이라기보다 처절함이다. 그의 잡문은 잡문이 아니라 잔뜩 벼리고 있는 날카로운 칼끝이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기가 겁난다. 마음이 난도질 당할까, 보고 또보면 아픔이 뒤섞여 제 정신을 가누지 못할 것 같아서다. 노신은 죽지 않는다. 마음에 묻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므로, 마음에 묻혀 온전히 살아있을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두렵고 겂이 난다. 정말. 이렇게 책보기가 겁이난 적이 없는데, 온통 내가 다 발려질 것 같아서 두려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러면 노신이 뒤통수를 한방치겠지....이런 아큐같은 놈, 공을기같은 넘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