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의 인문(酌)

1. 가끔 사람들이 그리워지면, 내 마음이 사람들의 울타리 안에 머물고 있는지? 몸이 썰물처럼 밀려나가고 마음만 온전히 남게 되면, 마음 속엔 온통 사람들이 머물고 있음을,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그렇게 서성거리고 있음을 느낀다. 내 머리가 아니라 내 몸이 그렇게 사유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래 이렇게 생각 속에서만 배회해서는 되지 않는 것이란 것.


2.  그런데 블로거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교차되지 않는 동선, 마음의 그림자만 보여 불안하다. 삶의 동선에서 교차되지 않기에, 그게 뭐 대수인가라고 하지만, 마음들이 울타리안에 머물러 그 마음의 빗물들이 웅덩이에 고이지 않나 싶다.


3.  가끔 머리, 가슴, 몸, 손, 발을 따로 보고 거기에 꼬리말을 붙인다. 머리의 연대, 가슴의 연대, 몸의 연대, 손의 연대, 발의 연대로 말이다. 그러다가 머리(만)의 연대, 가슴(만)의 연대, 몸(만)의 연대, 손(만)의 연대, 발(만)의 연대로 이어가다보면 아프다. 그런데 일상이 그렇게 섬처럼 인지되고, 그 섬을 당연히 여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실의 진동을 넘어서지 못하고, 그 벽의 자장안에 더 강하면 강할수록 힘들어지는 그런 상황에 가슴이 미어진다.

4. 블로거들의 인문은 벽을 트지 못한다. 갇힌 회로나 갇힌 곳으로 소용돌이의 나선을 그리며 소멸한다. 생활의 자장에 갇혀, 나에게 갇혀 삶은 블로거의 밖을 외출하지 못한다. 빈약한 손과 발. 무서운 속도의 자장. 생각의 과속은 또 다른 색깔을 희석한다.

5. 하지만 누군가 물음을 댈 것이다. 여유가 없으므로 여유가 밀고가지 못하므로 인문은 더 여유없다라구.

1. 그럴까?

2. 삶의 여유가 없다라고 여기나 삶과 여유를 따로 떼어놓고 보면, 연애란 것이 삶의 여유가 있다고 많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 그건 핑계의 한부류란 느낌이 든다. 그러니 아마 그것은 머리가 하는 일이 아니라 가슴이 하는 일일 것이다. 가슴이 차가운 사람들의 모임이겠다 싶다. 머리만 끓어넘치는 것은 아닌가?


3. 음주의 잔향은 깊다. 마음을 깊게하거나 들뜨게 만들고, 생각할 엄두를 내지 않던 길을 가게 한다. 그래서 약물복용은 또 다른 진폭을 만들고, 가끔은 이해되기도 한다. 중독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무래도 불특정다수블로거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아마 연애들을 하고싶은가보다. 사람들과 관계하고 싶은가보다. 마음 속에, 밀려나간 몸 속에 꿈 속에 사람들이 남는 것을 보면,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을 궁금해하는 것을 보면... ...

4. 그러다가 마음을 내민다. 머리만, 가슴만, 몸만, 손만, 발만이 아니라 만을 빼내고 (도)를 들이민다. 머리도, 가슴도, 몸도, 손도, 발도. 그래서 머리-가슴-몸-손-발의 그물에 갇히고 싶다. 그 그물에 드러누어 한여름을 보내고 싶다. 해변가 야자수 그늘에 느긋한 낮잠을 즐기고 싶다. 그대도 옆에 눞고 싶은가? 우리는 (만)의 시대에 지치도록 살고 있다고, 그대는 느끼는가? (도)의 시대가 열리지 않으면 (만)의 늪에서 당신의 삶을 소진될 수 밖에 없다고. 당신은 아는가? 당신은 머리가 커서 이미 손과 발이 퇴화되었는지 모른다고, 눈으로만 느낄 수 있다고, 감각이 소멸했고 더 이상 즐거움의 촉수가, 신경이 발라비틀어졌다고... .. 

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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