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향이 강하다. 바다내음이 코를 찌른다. 곤한 몸. 이렇게 산보삼아 땀을 비추이고, 꽃과 바다에 취해야만 곤한 잠에 빠질 것 같다. 앞 산 품에 잠시, 아니 능선만 가볍게 보고오려 한다는 생각은 아담하게 안긴 길을 보자 깊이 빨려든다. 동백꽃을 손에 담아 한잎 한잎 헤아려본다. 한잎 한잎 성숙한 촉감은 붉게 번지는 꽃잎처럼 아득하다. 흙길은 점점 평온하다. 길고 완만한 품은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희미한 블루는 점멸하는 등과 어울린다. 얕은 능선의 바다바람은 동백나무 소리와 매화향을 섞는다. 그리고 때로 능선의 나무들도 넘는 바람에 몸을 맡겨 제각각 변주를 낸다. 어둠 속에도 더 붉어지는 참꽃은 숨지 못하고 드러낸다. 그렇게 산의 품에 취하고 꽃에 취하고 바다 향을 묻혀 잠자리에 든다. 책속에도 꿈속에도 맑고 깊은 향이 비처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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