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셋-책도셋-생각도셋

참새들이 30여마리 몰려왔다. 잣나무 아래 덤불 사이로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부리를 쪼아대고 있다. 잠시 후 인기척이 있으면 어느 녀석의 추임새로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무가지로 포로롱 자리를 잡는다. 잠시 뒤 기척이 잠잠해지면 어느 녀석의 깃발때문이지 모르겠지만, 쏜살처럼 덤불사이로 축지법을 쓴 것처럼 머리가 반쯤 파묻히는거다.  이 녀석들은 제법 부푼 햇살로 입가심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해의 끝자락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지만 역시 성가시다는 듯 햇살 두모금 먹고 넉넉한 날개짓으로 포로롱 포로롱 꽁지를 뺀다.

1.

함박눈을 한웅큼 먹은 12월 31일은 마르고 시원한 공기와 하늘이다.  모임의 성찬일까? 모임의 별빛일까? 어제 몹시 곱던 초승달과 별만큼이나 모임의 향기를 안고 한해를 갈무리해본다.[날림]의 청순함과 [신박]의 중후함, 그리고 그 공간을 늘 따스함으로 부풀리는 추임새와 더늠의 공간은 뭉클했다. 책소개의 따스한 시선들도 어찌 마음을 짜고서는 낼 수 없을 정도로 색깔이 녹녹치 않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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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리고 마을이야기 한 점. 촛불도 강행군으로 지칠 무렵, 더 이상 열정이 몸을 담보하지 못할 무렵. 마을에서 만난 사람. 엊그제 송년모임을 했고 아픔과 상처, 다시는 보지 않으려했다는 말. 그리고 나를 돌아본다. 기다려주지 않고 보여주지 않는 서늘한 판단이 얼마나 그를 상처입게 했는지 말이다. 나란 인간이 다짐하던 말과 온기가 얼마나 비수처럼 되돌아갈 수 있는지. 애타는 마음들을 나의 잣대로 외면했던 일이 그와 나의 접점에서 얼마나 일그러질 것인가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었다. 상처를 매만지고 매우는 일. 더디지만 그렇게 표시를 내는 것. 아직도 만날 수 있고 시간이 열려있다는 점이 고마울 뿐이다. 서늘한 스스로 경계와 버릇에 대해서도 곰곰 짚어 보련다. 그렇게 쉽게 관계를 매우는 버릇이 주위에 얼정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보지 못하고 있던 것이겠지~.  하나 더 넣는다.

3.

가족송년회. 처가 처동생들이 모든 상차림을 준비하고, 송년케익까지 준비하였다. 기특함을 넘어서 설겆이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며 늘 대접만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식구들과 접점도 마음도 일상을 섞여내고 있지 못한 부재를 발견한다. 애쓰고 나누고 싶어하는 것들에 다가서지 못하고, 스스로 시선으로만 경계를 쳐서 몸의 다가섬 금지령을 내린 듯 멀리했던 것은 아닌지하고 말이다. 아이들은 청년으로, 애기들은 수다쟁이로 벌써 다르게 줄달음질치고 있는데 아무 것도 달리 접점은 없다.  엉거주춤 문턱을 들어서는 자세가 말이 아니다. 생각질만 한가마니다.

4.

올해의 책세권. [나와너]-[서로주체성의 이념]-[동무론]. 세번 숨이 막히다. 하나를 더 보태면 [분자혁명]일텐데 이 책은 묶음이라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서문이 정리가 잘되어 있다) 나만 이야기하는 서양사나 학문은 늘 미심쩍었다. 아닌가 싶은데 아닌 것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 빨려들어가다보면 그래서 그 완결적인 구조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라는 물음이 묻어 나왔다. 그러다가 혹시나 하여 외도를 하며 찾은 책들이거나 다가선 책들이다. 쭉쭉 이어가다보니 나르시즘의 대한 의도하며, 이어지는 흐름이 너무도 유사하여 놀랐다.  

 



5.

진선미가 아니라 슬픔을 이야기하고, 생각이 아니라 상처와 아픔, 고민과 방향성에 대한 생각이 겹쳐있다. 나를 멈추고 그것에서 너로 이은 생각들이 의외로 가지치듯 이어진다. 뜨문뜨문 읽은 책들을 올해가 가기전에 마무리하여야겠다고 했는데, 너와 나, 그 울타리를 넓히고 섞이는 일에 고민이 꿈결을 채어가기도 한다. 그래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하여야 하는데, 네가 고민과 상처와 아픔을 이야기한다면, 그 고민에 어떤 것이 있는데. 그것이 대체 무엇인데라구 되물으면 막히는 것이다.

6.

사실 놀라운 것은, 학습도 선행이 있나? 고민도 선행이 있겠지. 생각결을 다가서다보면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동무론]을 마져보고, 어제도 잔여분량을 강독하다보니, 주섬주섬 스쳐지난 책들과 사상가들을 이리저리 맛깔나고 선명하게 엮은 것에 놀랍다고 느낀다.(물론 개인적인 판단이다.) 하지만 이미 나와너가 아니라 서로주체성만이 아니라 저기 저만큼 성큼성큼 두고있다. 인문의 그물망을 이렇게 넓고 촘촘히 엮은 능력에 대해 고개가 절래절래 흔들린다.(오버하는지 모르겠지만)

7.

버릇, 몸을 끄-을-면-서, 고민과 방향의 결, 숙성과 사례, 자본의 나르시즘과 거울을 뚫고 넘어가는 세세함에 대해서는 더욱 풍부한 시선과 삶, 일상, 다름이 더욱 실감나게 하겠지만 역시, 지난 생각흔적을 엮기에는 짜투리처럼 중동날 수밖에 없던 생각조각들을 잇고 보수하기엔 마음을 주고 교재로 삼아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오늘 이곳에서는 송년촛불이 있다. 그리고 마음 속에 남는 사람들은 뫔속에서 아끼기로 하고 광고(데마고그가 아니라 진심을 알리는 일이니 낚였다 생각마시고 몸을 던지시면 본전뽑는다. 나-너-너-나의 그물망은 늘 나를 앞선다.) 남기며 한해 꽁지를 뺀다. 포로롱..으능정이촛불에서 고개를 반쯤 담을 것이다. 포로롱~~~ 건강하시고 어려움을 같이 타넘는 내년 한해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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