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여도 축여도 입은 탄다아
꼬리를 문다

 

 상가집을 다녀온 뒤, 작정 좀 하고 읽을 것 좀 준비를 하려는데, 칙칙한 더위와 몽롱한 습기에 어질어질 한다. 좌탁을 꺼내고(밥상이다.) 영화구경차 몽땅 나가버린 빈 거실. 설겆이를 하고 나름 애를 쓴다. 도저히 이 상태로 지구력을 발휘할 것 같지 않아, 가벼운 달리기와 몸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힘들 듯하다. 이것저것 챙겨 완보에 가까운 달림이다. 흐느적거리며 몸을 조금 덥혀진 뒤에서야 샤워를 하고나서야 정신이 차려진다.

 070 인터넷에 클래식 에프엠 방송은 지지직거리고, 공칠공을 언플러그하고 나서야 온전하다. 오보에를 연주한다는 음악 소개자는 아무래도 태양과 음악이라는 주제로 아나운서에게 소개와 동시에 동의를 구한다.  적도와 지중해와 중부독일과 노르웨이...위도에 따른 음악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노르웨이 위도 60도의 곡이 적도 부근의 말레이지아나 아프리카선상의 사람들에게 체질적으로 이해가 올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중부독일로 노르웨이로 옮겨가는 선곡은 그럴 듯하다. 늘 이 소개자는 이렇게 음악가가 태어난 곳과 연관을 둔다고 한다.

 그렇게 몸차리고 책을 보는데 다른 곳에 정신이 있으니 꾸벅 졸게 된다.  온전히 날밤 새어 보자던 작정은 어김없이 무너지고, 11시간 숙면.  아침결에 잠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를 반복하는데, 아이들의 수다가 볼륨이 커지기를 반복하다. 이미 열한시도 훌쩍넘고 반을 더 가르치고 있다한다. 거짓말이라고 잠을 더 청하는데, 증폭된 볼륨에 잠도 달아난다. 패잔병처럼 좌탁에 널부러진 책들이 안스럽다. 이것저것 아침도 챙기고 아*** 셀브르 도자기전 행이다. 잔차는 날카롭게 달리고, 빗방울이 도착할 무렵 후두둑 거린다.

 이종수전과 셀브르전은 확연한 차이가 난다. 250년의 전통이라곤 하지만 비스크 작품들이나 도자기들은 그다지 같은 톤의 반복에다 장식위주여서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자본주의가 상품화엔 성공했지만 심미안이나 다양성에는 한치도 진보를 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100년동안의 작품이 어찌 이리도 한결같은지. 차한잔하며 나누는 관전평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리 정서와 맞는 이종수도자기전은 더 낫다는 평이다. 그런데 설명하시는 분(이렇게 들을 수 있는 배려까지? 혼자가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슬쩍슬쩍 들어본다. 오고가며 딴짓만 일삼았지만)은 어찌 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도자기만드는 기술이나 과학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역사를 이야기한다. 어찌할까?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야 더 적절한 것 아닌가 싶다. 동선내내 같은 톤의 같은 설명이다. 이것이 눈높이 설명은 아닐터일텐데. 아이들의 역시 숙제형 접근방식. 다른 팀은 해설자의 안내를 받고 작품보다 연신 설명을 적는다.

건축이나 회화나, 조각이나 모두 따로 떨어져 전시되지 않았다. 그 자체로서 감흥을 준 것이지 따로따로 박제화되도록 장식으로 떠돌지는 않은 셈이다. 찻잔이나 도자기나, 장식품으로 박제화된 19세기 비스크나 작품들에는 오히려 우리는 유사품에 익숙해있다. 금박을 입히든 우리는 모조에 너무나 익숙하다. 그런면에서 늘 작품으로 이어져온 이종수 도자기들이 더욱 그윽하고 익숙한지도 모르고 은근히 배여있는지도 모른다.

관심있던 작품에 대한 평이 혹시나였는데, 듣고 나선 역시나이다. 태양의 위도론이 아니라 뭔가 다른 관점이 있겠다 싶다. 뭘까? 선채로 비평에 솔깃했다면 느낄 수 있을텐데. 깊고 그윽한 맛이 아니라 뭔가 달콤하지만 표면에 묻힌 단맛은 아니었을까? 프랑스엔 널린 것이 석고광산이다. 우린 흙으로 빚어내지만 그들은 석고로 빚어낼 수밖에 없다. 혹 이런 여건도 확인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죠. 확인되지 않는 사실이지만 혹시 이종수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셀브르전을 동일하게 배치하지 않았을까 하는 음모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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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 2008-08-02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종수도자기와 셀브르 도자기의 차이점을 말하라면 "만져보고 싶다, 보고만 싶다" "향기가 날 것 같아 코를 대고 싶어진다, 무취무향이거나 유약냄새뿐일것 같다" "자연이 빚은 빛깔과 무늬에 작가의 혼이 어우러져 있다,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무늬와 색깔에 금방 싫증이 날듯 싶다." "또 보고파진다. 한번이면 족하다." "갖고 싶다. 선심쓰듯 주고 싶다." 등등. 그러나 이것은 단지 저의 취향일뿐입니다. 이종수선생님의 작업사진이 자꾸 눈에 아른거립니다. 주인허락도 없이 마음은 벌써 작업실에 가있습니다.ㅎㅎ (여울마당님, 저도 무지 반가웠어요.^^)

리즈 2008-08-03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슨트 설명 다 듣고 저희 남편도 마당님과 비슷한 이야기 했는데, 저는 좀 다른 생각이예요. 미를 추구하는 방법이 많이 다르다고 할까? 이종수의 도자기는 은은하면서도 미세한 색깔과 질감과 모양의 차이를 관람객(?)이 발견할 수 있어야 진정 미를 알 수 있지요. 내가 적극적으로 그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느낄 수 없지요. 반면 세브르 도자기는 내 주의를 시각을 끌어당기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지요. 저절로 눈이 가요. 선명한 색깔, 아기자기한 모양에서 현대 미술의 절제되고 기하학적인 모양까지... 초기 작품들은 별 감흥이 없었는데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은 좋았어요. 상업성에 예술성을 가미하려하는 그들의 시도가 인상적이었답니다. 암튼 아직 가보지 못하신 분들은 놓치지 마세요.

여울 2008-08-0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밭님, 리즈님, 제가 눈구경꾼이 된지 얼마되지 않아, 심미안이 없답니다. 그저 마음 가는대로 끌리는대로 움직일 뿐이죠. 많은 기대하지 마세요. 하하. 최근 것도 리즈님 말씀대로 끌리는 것들이 있었죠. 그런데 벌써 마감이 되었군요. 사진으로 몇 조각 링크를 걸어두었습니다. 마음가는대로 보세요. ㅁ

여울 2008-08-08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종수님은 지난 8월 6일 운명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서야 소식을 들었군요.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