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마음때문에

1.

지금의 시국을 바라보다보면, 드는 생각이나 마음이 여러갈래다.  누가 마음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 유심론이라 했을까? 아니면 관념론이라 했을까?  사람들은 공조하는 것이 있다. 맥놀이처럼 기타줄의 음을 맞추다보며 함께 울리는 음들이 있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공감하는 마음은 관념적인 생각이 아니다. 그것만큼 지금 현재를 잘 말하고 표시해주는 것은 없다. 상황을 지적으로, 정세를 이것저것 끼워맞추면서 해석이나 평론을 하는 것보다 더욱 정확하고 적확하다. 그래서 있는 종합적 현실이다. 유물론을 좋아하는 사람들 말대로 유물론적이다라고 해두자.

그 생각을 갖다보면, 요동하는 지금, 마음이 문밖을 나갔다가 들어오길 반복한다. 생각도 울타리를 넘다오다를 되풀이한다. 언제 절망을 이야기했으며 증오를 이야기했으며 슬픔을 이야기했던가도 아득하다. 그래서 분위기에 편승해서 일단 말을 해보자.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나 몸이 얼마나 중요한가 이야기를 나눠보자. 요동치는 일상에서 생각길과 마음길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조우한다. 온몸으로 경험하고 오감으로 느끼는 일상은 삶에 숨통을 틔우지 못할지라도 생각의 숨통, 마음의 숨통을 틔우는 일을 바지런히 하고 있다.

그래서 그 생각길과 마음길이 풍요로워지는 모든 것에 열린다. 그렇게 생각길과 마음길이 만나 섞이고 넘치고 몸을 짓누르고 있는 시대의 아픔과 중독까지 넘쳐흐르길 바란다. 담을 넘은 생각과 고민과 아픔과 마음이 도도하게 세상을 관통하며 보란 듯이 흘렀으면 하는 것이 바램 가운데 하나이다.

2.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낭만적이고 현실을 모르는 치졸한 발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념에 고삐를 물린 친구들과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조급에 사로잡힌 친구들은 그 마음들이나 생각들이 보일까? 아니면 암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생각이나 마음이 그토록 애태웠던 심리적 38선을 얼마나 많이 들낙거리고 있는지 보이기나 할까? 

3.

신호등 퍼포먼스를 가지고 놀 수 있는 20가지 방법은 없을까?  초록신호등 슬로건 컨테스트에 정지선에 기다리고 있는 운전자에게 점수를 주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비상깜빡이 5점. 쌍라이트*비상깜빡이 8점... 중심가만이 아니라 동네 인적이 많은 공원네거리에서 또 다른 퍼포먼스를 할 수 없는 것일까?

가슴이 열리고 몸이 열리는 사람들에게. 가슴의 상상력, 몸의 상상력이 열린 친구들에게 우리는 무슨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일까? 머리의 상상력마저 갇혀, 아무 것도 실험해보지 못하고 아~ 그땐 그랬는데만 향유할 것인가? 작고 다른 생각들, 상상력은 없을까? 꿈꾸지 않고 실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그 상상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상황에 레떼르를 붙여 스스로 상상력마저 옥죄는 버릇이 또 다시 나타나지는 않을까? 가슴과 몸의 언어로 관점과 우려스러운 정세의 행보를 풀어내는 것이, 생각길도 마음길도 새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삼삼오오 대자보 토론회, 즉석 사진출력 컨테스트, 삼행시 대회,  즉석노래방기기 대여 노상 노가바 컨테스트...


3.

위기, 위와 기. 늘 상황은 위험으로 닿는 한쪽과 기회로 닿는 다른 한쪽이다. 그리고 현실은 늘 그 사이에 놓여있다. 위험과 기회의 양 극단을 상상해보는 일이 그래서 필요하다. 되지도 않는 아이디어와 발상을 한쪽 끝에 놓고 또 다른 4대선결조건을 모조리 들어주는 항복조건을 끝으로 가정하는 일이다.

그 길 사이. 현실화하고 현실로 만드는 일은 굳센 실험정신과 반짝이는, 요동치는 우리들 자신이다.  축제도 재미도 어느 새 몸에 배이게 된다면, 언제든지 다시 불러올 수 있는 사회적 자양분이다. 두려워하지도 쫄지도 말고, 그저 어떻게 춤출 수 있을까만 고민해도 버거울 수 있는 하루는 아닐까?

4.

시드뭐니(seed money, 종자돈)만 밝히는 세상에 갑자기 출현?한 시드이거야(seedigeoni, 종자마음. 종자생각, 종자연대, 종자축제)가 솔직히 당황스럽다. 하지만 우려는 일단 접기로 한다. 즐기고 난 연휴에 되돌아봐도 아쉬움이 없을 일은 아닐까? 시드뭐니의 세상에 시드이거야라는 단비. 그 속으로 사고를 넓혀보는 것도 솔솔한 재미는 아닐까?

국가-(행정-국회-사법)-광역시-구-군읍동에 철저히 갑옷을 입은 시스템에 오로지 명령된 결정밖에 하지 못하는 콘크리트  몇층 건물 기둥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보자.  우리의 생각의 파고가 어디까지 스며들고 그 틈틈을 채울 수 있는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생각을 멈추지 말고 계속가보자.  콘크리트 기둥처럼 자리를 채우고 있는 동-구-시-국가기관 사이사이 너네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안티를 걸 수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구 말을 걸어보자. 광우병쇠고기가 우리동네에 들어왔다고 가정하고 내가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동에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녹을 먹은 공무원들이 꼭 해야만 할 일이 무엇인지를 가정해보자.

내가 내가족이 아니라 우리 아파트가 우리 상가가 우리 부서가 할 수 있는 일이 요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당당히 상상해보자. 주춤거리지 말고 생각을 밀고 가보자. 그리고 또 다르게 살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따로 다르게 생각할 줄 모르는 무뇌관료들과 행정단위가 뇌가 있다고 가정해보고 할 일을 따져보자.


5.

당신의 퍼포먼스가 당신이 모른 사람의 마음에 시드이거야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우연히 스며든 접촉점들은 어쩌면 마음과 가슴 속에 들어가 그들의 인생의 행로를 다르게 저울질하는 씨앗이 될 수는 없을까? 가능한 다양하고 다르고 신선하고 즐겁게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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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6-03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는 시위방식도 여럿 겹칩니다.
축협 같은 곳에서 한우 직판매 행사나, 연극 단체에서 풍자극이나
아이들 생각은 어떤지 토론하는 무대도 만들어주고
연설자를 다양하게 구성해서 여러계층의 의견도 듣고요.
전경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은거 낭독도 하고..
증오의 대상으로 서로 노려보지 말고.
오래전에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 전경들하고 족구도 했었거든요.
그 살벌한 시절에도 그런 제안을 나누던 경험이 있으니
이번 시위도 서로 뭔가를 소통하고 집합 시키는 자리였으면 싶어요.
시위방향에 관해 다들 한 생각을 갖고 있는건 아닐테니.
마당님 말씀마따나 조급증에 사로잡힌 시위대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어둡습니다.

여울 2008-06-04 00:16   좋아요 0 | URL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들이 넘쳐나는 듯해요. 생각보다 걱정은 하지 않는 편입니다. 잘 짚어내고 길을 만들고 하는 듯해요. 아무튼 재미있으면 가고싶고 또 가고 싶을텐데 말입니다. ㅎㅎ

여울 2008-06-04 00:18   좋아요 0 | URL
[펌] 삼세판_대전 모습 하나.

어제는 동영상을 보고 놀라신 분들이 많이 참석하셨습니다.
특히 어머님들이 눈물을 많이 흘리셨고, 어머님들께서 서울로 가서
싸울 결심을 하시더군요.

어제도 시작은 400여명 되었던 것 같은데 8시 집회 끝나고
거리 행진을 시작하면서 보니 이미 1000여명으로 늘어나 있었구요.
일부는 아마도 합의(?)가 안된 돌출 행동을 하신 것 같은데
한나라당 당사로 향한 것이었습니다.

으능정이 앞에서 즉석 토론이 벌어졌는데 잘 들리지는 않았고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는 쪽으로 결정은 난 것 같았습니다.
30분 정도 기다리니 일행이 돌아 왔는데
여러모로 집회문화가 달라졌습니다.

한나라당 당사 앞에 가자 이미 의경들이 당사를 다 둘러쌌는데
나이가 있는 아저씨들이었다고 합니다.
각 파출소에서 다 나온 것 같다구요.

1000여명 중 떨어져서 간 50여명의 시민들이 당사 앞에서 대치를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앉았는데 누가 시작했는지 "가위바위보!!"를 위쳤답니다.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또 다른 시민이 "어 그러다 우리가 지면 어떡해요?" 하니 바로
"삼세판!!"
"삼세판!!"
"삼세판!!"
그래서 시민팀(?)에서 어린이를 대표로 내세웠는데
경찰들도 키득키득 그렇다고 가위바위보를 할 수도 없고
결국 두 세명 들어가 당사 문에 스티커를 붙이는 걸로 합의를 본 모양.
이에 불만이 많은 시민도 있었다고는 합니다.

다시 모여 10시쯤 해산했는데
신성동 팀에서는 맥주 한잔 마시며
다음주에는 노가바, 몸짓을 준비해 가자고 했습니다.

여러모로 참 고마운(!) 2MB 입니다. --;;; (참터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