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과 일상으로 녹여내는 일,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이윤에 굶주린 자들><미친기후를 이해하는 짧지만 충분한 보고서>

비정규직이 절반이 넘는 이 땅에서 배부른 소리 좀 하려고 합니다. 먹고 살기에도 바쁜데 무슨 남 걱정할 일이냐라구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노동운동도 하기 힘든데, 사회운동하기에도 정신없는데, 과학기술자운동까지 신경써야 하는 거야구. 도대체 당신들은 마음 편하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는거냐구 말입니다.

도대체 내가 뭐 잘못한 것이 있다고 지구의 기후까지 신경써야 되는지? 뭐가 대단한 일이라고 석유까지 신경써야 되는 것인지?

금융과 자본은 세계화되었지만, 정작 중요한 정치는 세계화되지 못했습니다. 아니 꿈도 꾸지 못하죠. 세계무역기구는 있어도 세계환경기구나 세계윤리기구는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불감증에 걸린 우리는 모르고 있는 것을 아프지 않는 것으로 등치시킵니다. 북에서 몇백만이 홍수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지?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삶이 내동댕이쳐지는지 보이지 않기에 아파할 틈도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일상하고 연결시키지도 않습니다.

아픔이란 것이 세계화되지 못할 때, 그렇게 앎이라는 것이 뉴스처럼 보도만 될 때, 우리의 불감증은 더욱 더 강도가 세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상품을 만드는 노동자이기도 하지만, 소비라는 행위를 동시에 합니다. 을의 처지에서 졸지에 갑의 처지로 바뀌기도 하지요. 한편 사회활동을 하는 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가족을 구성하는 일원이기도 합니다.  교육운동-농민운동-여성운동-환경운동-농민운동-학생운동-과기운동-이주노동자-빈민운동-분권운동 같은 운동의 구성원이기도 한 것입니다.

내가 아파하는 것이 더욱 크다라는 사고는, 내가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므로 알아줘라! 내 주위로 모여야한다고 은연중에 말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픔은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애써 잊으려는 노력으로 아픔을 서열화하려는 허튼 짓은 아닌가요? 동시에 아파하지 않을 때, 같은 아픔에 대해 서로 모색하려하지 않을 때, 정신없이 속도에 취해 온 것처럼 그냥 휩쓸려가지 않을까 합니다.

지역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하고, 학교에 급식이 되도록 제도화하는 일, 사회단체를 통해 관리 감시하는 일과 만들어가는 일이 노동운동과 별개일까요? 교육운동과 별개일까요? 여성운동과 별개일까요? 과기운동과 별개일까요? 비정규직을 남발하는 대형마트나 자본과 기업을 속속들이 밝혀 누구나 다 알 수 있도록 가슴에 가져가도록 하는 일, 구매를 조직적으로 하는 일이 합쳐지면 아무 의미가 없을까요? 슈퍼와 벼룩시장을 살리고, 대형마트가 들어설 때 옵션을 두거나, 할인마트 운영시간을 줄이는 일이 시답지 않은 일인가요? 학원자본을 키우는 학원의 먹거리와 학습시간에 제한을 두는 것이 교육운동이나 침체를 걷고 있는 노동운동과 관계없는 소시민의 일일까요? 열악한 근로환경과 작업환경을 비교하도록 데이터를 내고, 비교가능하도록 노력하는 일은 쾌쾌묵은 일들을 하는 것일까요?

석유생산의 정점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현재화되고 있으며 , 곡물 역시 우리의 식탁을 점령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건강과 삶이 담보잡힌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기후온난화가 아니라, 양극화되어 가뭄과 폭우, 한쪽엔 긴 장마로 고착화되었습니다. 어김없이 자본의 양극화와 기후의 양극화로 세계인구의 1/6이 버젓이 굶어죽어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친 기후라고도 하니 말입니다. 그대로 살면 좋을텐데. 안다는 것이 몹시 불편한 일이죠. 외면도 습관이 될 수 있을텐데. 찾아서 알아낸다는 것이 무척 불편한 일입니다.

일상의 절반이 석유중독으로 점유되어 있고, 먹거리의 절반이 곡물자본으로, 너무도 익숙한 것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내 자식만,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게하려고 하여도 지혜있는 앎이 필요한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익숙한 것과 다음세대는 분명히 결별하여야 될 것 같고, 지금 이 세대는 결별을 준비하지 않으면 그 아픔은 고스란히 증폭되어 대물림될 것입니다.

없는 살림에 더 줄이라니 야속하지 않나요? 있는 놈이나 줄여야지 내가 뭘 기여한다고 줄이라니? 매일 먹는 먹거리도 의심하라구요? 그 판에 박힌 에너지 절약을 해야된다구요? 쇼핑중독인데, 그 사는 것 하나하나 신경써보라구요? 없는 살림에 더 비싼 유기농을 먹으라구요? 먹고 살기 바쁜데 농민들 걱정까지 하라구요?

줄이고 남기고 아낀 앎들은 어디에 쓰나요? 당신의 지난 일년 바뀐 삶이었나요? 일상은 다양해졌나요? 다르게 해보신 것 얼마나 되시죠? 다양한 삶의 가지수에 대해 논의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젠 여러분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답을 주셔야 할 때입니다. 

눈발, 참* 분들에게 보내는 뉴스레터 한 꼭지로 ... ... 분야에서 일가견하시는 분들이라... ...


댓글(4) 먼댓글(1)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8-01-02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에선 오히려 살만하신 분들이 더 무관심하고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들'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고, 곱씹어 읽어 봅니다.

여울 2008-01-03 0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그런 면에서 저도 살만한 분?!인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줄이고 남기고 좋은 데 쓰겠습니다.

파란여우 2008-01-0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제 별장으로 가져가고 싶어요.
그곳도 덧글은 남기지 않지만 은근 방문객이 많은 곳이라 널리 질문을 던져 놓고 싶군요.
허락해줘요^^*

여울 2008-01-05 12:08   좋아요 0 | URL
어여 가져가세요. 카피더레프트입니다. 찢고 늘리고 볶고해도 상관없습니다요. 이미 제 소유임을 떠났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