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타이포그래피 전시강연자료집을 만들어 보낸다. 10꼭지. 그래 이 정도면 괜찮겠지 싶다. 내일 전후 이력을 보태어 놓으면 그런대로 오고 간 길의 흔적이 남겠다 한다.
-2.
작업실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바쁜 날이다. 어제는. 찹쌀에 오곡을 넣고 밥을 하고, 남은 양파를 남은 애호박찌개에 넣어 저녁국밥을 해 먹는다. 정리해둔 책장에 책들을 살펴보고 쉬다 놀다하다 일찍 잠들어버린다.
0.
한밤중에 깨어 가지고 온 책을 든다. 2부를 마저 읽다. 마지막 시.
현弦
춤을 출거나
콩깍지
조르르 콩알
어디 갔을까
장길 실개울에
빠졌다
두붓집 간수에
빠져버렸다
끝없는 추석 하늘
그을은 일각 一角
거미줄에 걸린 현 弦
춤을 출거나.
박재삼 박목월 박용래 누가 낫다 할 수 없구나 싶다. 그리고 3,4부를 아껴두고 남은 잠을 자다. 쌀쌀해지는 새벽, 이불을 꼬옥 감싼다.
대전에 가면 박용래문학관을 한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