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온통 냉소적이 되었다."


-1. 


원저는 1983년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퇴근길 배철수에프엠에서는 송골매 이야기가 나온다. 뉴욕에 처음으로 송골매 한쌍을 들였는데, 그 도시의 생태계, 다양성으로 말미암아 지금은 무척(?) 많다고 한다. 먹이사슬이 풍요로움을 더해준다고 한다. 끝에 송골매는 난지도 위에 불뚝 선 상암 방송국을 얘기한다. 쓰레기 냄새는 온데간데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송골매밴드는 1985년에 뉴욕 공연을 했다 한다.


0. 


이 책은 2015년 2쇄판이다. 40년이 지난 지금과 더 잘 맞는 이야기다. 


1. 


어쩌면 긴 설명이전에 이항대립이나 이분법. 적으로 돌리는 무한 반복의 원인 제공도 있으리라. 


냉소주의자가 대중 유형이 된 것은, 대도시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보편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공공성을 창조할 힘을 상실했다는 게 더 정확한 이유일 것이다. 45 현대의 대중 냉소주의자는 개인적 신랄함을 잃었고, 공개 진열의 위험을 시도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오래 전에 유일무이한 원형으로서 타인의 관심과 조롱에 자신을 노출하기를 포기했다. '심술궂은 또렷한 눈초리'를 한 이 사람들은 군중 속으로 잠적해버렸다. 그리고 익명성이 냉소적 일탈의 본령이 되고 말았다. 46 현대의 냉소주의자는 심리학적으로 자신이 경계선상의 우울증 환자라고 이해한다. 그는 우울증을 통제하면서 어느 정도의 작업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 현대적 냉소주의의 근본 요소는 바로 그들의 노동 능력인 것이다. 46 


냉소주의자는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늘 만사의 궁극적 귀착점인 무를 보기 때문이다. 자신의 활동에 대한 영구적 회의를 자기 내면에 설치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상황논리나 자기 보존의 욕망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하는 것이다. 47. 계몽된 허위의식이다.


2. 

초반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독서가 필요할 듯싶다. 들뢰즈의 늑대인간도 이탁오의 지천명이 되기 전 컹컹 짓기만 하였다는 표현도 함께 올라온다.동물농장도 아니고 인간농장이라니, 자존심 상하지 않는가? 한번 읽어봐야하지 않겠는가?


3. 


혼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집단이 사육되고 있다고, 사육되면서 그 늪을 한치도 벗어날지도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4.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소극으로 다가오는 것은 정치만이 아닐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조라는 것도 꼬리에 꼬리를 물어 밀물과 썰물처럼 다가오며 빠져나간다. 저자는 그래서 소피스트, 견유주의야말로 머리의 지혜가 아니라 몸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 한다. 지금을 빠져나갈 수 있는 뻔뻔함의 시대정신. 어떠신가?



북을 쳐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라.
부대 내 매점 여주인에게 입을 맞추라!
그것이 학문이라네.
그것이 책 속에 담긴 가장 깊은 의미라네.
-하인리히 하이네,<<교의Doktrin>> - P17

신, 우주, 이론, 실천, 주체, 객체, 몸, 정신, 의미, 무. 이런 주제의 시대는 갔다. 이제 개념의 활력이나 이해의 황홀경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우리의 사유 속에 남아 있지 않다. 우리는 계몽되었고, 무감각해졌다. 진리에 대한 사랑이 문제가 아니다. 친구(필로스)가 될 수 있는 그런 지식은 이제 없다.이제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을 사랑한다는 생각은 꿈에서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어떻게 하면 그것을 돌처럼 굳게 하지 않으면서, 그것과 함께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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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9-13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냉소적이성비판..이 책 매우 좋아요. 저도 소장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