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또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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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태양의 아이"는 일본 민족국가 형성 과정 속에 억압된 균열인 '오키나와'를 중심적으로 다룬다.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는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갖은 땅이었는데, 일본에 의해서 1871년 본토에 복속된다.
그 후에도 끊임없는 차별이 오키나와 인들에게 아로새겨지고, 이에 대해 발언하는 소설.
정말 절묘하게 잘 짜여져 있다. 오키나와 출신 아버지는 정신병을 앓고 있고, 어머니는 오키나와 음식점을 하는데, 이 곳에는 오키나와 출신 노동자들이 모여서 일종의 유사 가족 형태를 이룬다. 이 가족의 따뜻함과 주인공 '후짱'이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것 정도는 동화적 장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병 아버지가 서서히 그 상태가 악화되며 죽는 것과, 후짱이 '오키나와'에 대해서 공부하고 깨달아가는 것이 서사 속에서 어우러지면서, 깊은 감동을 주며 계몽효과를 지닌다.(기인님의 리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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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과 삶에 대하여
좋은 사람일수록 이기적인 인간이 될 수 없으니까 쓰라리고 고통스러운 거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남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처럼 느낄 수 있다는 점이겠지. 어쩌면 좋은 사람이란 자기 안에 남이 살게 하는 사람인지도 몰라 286
살아 있는 사람만의 세상이 아니야. 살아 있는 사람들 속에 죽은 사람들도 함께 살고 있어서 인간은 따뜻하고 착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단다 341
인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위대한 사람이 아니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큰 문제이기 때문에 제대로 표현할 수 없지만 아무리 괴로운 때에도, 아무리 절망적인 때에도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322
동정하는 일은 쉬운 일이지만 그런 동정이 진정한 우정일까? 진정한 우정은 고통스러운 역사를 아는 것이다. 알았으면 또 생각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삶에서 그것을 살리는 일이다 240
슬픔에 대하여
한 인간일 뿐이지만, 자기의 삶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슬픔의 매듭 끝에 있는가를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348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은 살아오는 동안에 많은 슬픈 이별을 해왔기 때문이다. 323
불행이나 슬픔은 제각기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줄줄이 이어져 있는 것임을 아프도록 깨달았다.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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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0. 늦잠, 식구들과 거실에서 산만하게 각기 제 할 일을 하며, 어정쩡한 자세로 집어든 책이다. 책을 책으로 괘고 보아도 자세가 불량스럽다. 찰랑거리는 삽화가 곱다. 생각보다 몰입도가 높다. 울컥거리는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게, 불량스럽게 본다.
1. '죽은 사람'과 관계는 가라타니 고진이 윤리 21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인데, 이렇게 쉽게 녹아들게 만든다는 점에서 놀랍다.
2. 오키나와 주민의 1/3 이 전쟁으로 희생되었고, 70년대에서나 미군정을 벗어났다는 사실, 제주도가 많이 겹쳤다. 똑똑한 사람들은 죄다 전쟁으로 희생되었고, 지역에서도 산내 학살관련 위령제가 한달 이전에 있었다. 곳곳이 상흔인 셈이다. 경상도에서 인재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는 현대사 아닌 현대사에 씁쓸하기는 하지만, 죽은 자들을 맘 속에 가져가려는 흔적은 없는 것 같다. 앞만 보고 끊임없이 옥상으로만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3. 슬픔과 고통을 모르고서야, 3년이란 기간동안 빠져지내지 않고서야, 지원을 한다는 것처럼, 도와준다고 말하는 것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한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 노숙자정책이 그러하며, 육아정책이 그러하며, 비정규직 정책이 그러하며... ... 탁상과 현실의 차이에 있어 값싼 동정에서 우러난 정책은 결코 쓸모도 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한다.
4. 어색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동화도 어른동화도 아닌 사회동화라 칭하는 것이 좀더 나을 듯 싶다. 불감증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낼 수 있는, 그 그물이 조금이라도 우리의 틈새로 들어올 수 있다면... ...마음이 아리고 뭉클하다. 세상물정 모르는 스스로에게 반문해본다.
5. 겨우 존재하는 사람들, 열외자의 사고, 행동...여러 모습들을 묘사하는데 무리라고 여길 곳이 없다. 어떠한지~. 돈 몇푼 쥐어가는 것 외엔, 읽은 일련의 도서들과 상통하는 것이 많다. 한번 읽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