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 아침 수은주가 가르킨다는 표현은 낡다 싶다. 관용어를 관용할 수 없다. 더구나 지난 밤의 강풍까지 제법 스산한 분위기까지 옮아온다. 하여튼 한해를 마감하지 않았는데 서툴게 짚고 가야겠단 마음에 이리 수선이다.










1. 과학 - 집중해서 끝까지 밀고갈 심산이었던 것 같은데, 로저 펜로즈에서 멈추었다. 그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무척 논쟁적이라 젊으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구순을 바라보고 있다. 무의식중에 노년차별이라니, 이 또한 성차같은 것이게도 하겠다 싶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의 책은 바닷가 블루하라카페에서 마무리했다. 시간을 사건으로 본 것이 이채로웠는데, 이탈리아 사상가나 철학자들에겐 그런 맥락이 있다 싶다. 타르드나 사건의 정치학을 쓴 친구들도 그러하다. 수학자인 친구는 인문학에 심취한 친구이기도 한데, 수학을 이렇게 일상의 무늬와 버무려 쓸 수 있는지 놀랍기도 하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는 칼세이건의 전부인과 아들의 함께 쓴 책이다. 생화학에 관한 접근이 신기하면서도 빨려들어갈 정도의 충동을 주기도 한다. 생명의 탄생과 더불어 광합성의 과정을 파악하면서 곧 메카니즘을 응용한 발명이나 발견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예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올해 영국에서 잎사귀 한장. 인공광합성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실리카 베이스의 태양광에너지 역시 똥을 남기니 안전하다고 볼 수도 없다. 뭔가 더 나은 진척이 있길 바래본다.











2. 톨스토이 - 단편, 중편소설, 그의 예술이란 무엇인가와 삶이 끌려 계속 살피게 된다. 파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역시 너무도 잠잠하다. 대화와 논쟁의 텍스트로 살피기게 부족함이 없다. 대형교회와 그에 빠져드는 청춘과 잡히지 않는 삶들은 위태로울 지경이다. 신이 아니라 복을 구한다고 솔직해지기나 했으면 그 다음 발을 디딜 수 있을까 싶다. 









3. 21세기 사상 - 브루노 라투르와 도나 해러웨이 후속 저작들이다. 인간이후, 동식물과 사물, 환원하지 않는 사유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엿보이게 만든다. 인간을 전제로 한 사유의 한계가 어디인지 거꾸로 되짚어볼 수 있다. 이런 저작들 사이로 가다보면 공통적으로 지시하는 인물들이 그리스의 루크레티우스다. 하지만 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데, 아무래도 라투르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인물. 미셀 세르다. 그를 거쳐 조금 더 들어가면 비코의 충실한 해석자 쥘 미슐레가 나온다. 그러고보면 우리의 생각을 뻗어나가는 방식이 얼마나 국한되었는지 짚어봐야 할 것 같다. 미슐레의 저작을 다시 번역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 다행이다 싶다. 그레이엄 하먼은 하이데거 전공자이어서인지 좀 낯선 느낌이었는데, 존재의 지도를 쓴 레비 브라이언트는 참고저자를 제대로 짚어내기에 훨씬 수월해보인다.









4. 일본소장학자 - 이런 흐름과 발맞추어 아래 두 책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일본 소장 사상가라고 해야 할까. 아즈마 히로키는 지금까지의 본인 저작을 이 관광객의 철학으로 정리해주고 있다. 전 저작을 읽으면서 놓쳤던 부분을 상기하여 읽으면 좋은 독서가 될 것 같다.










5. 레비나스 - 1995년에 타계한 레비나스의 저작은 많이 나와있지 않다. 최근 본 이 책은 다행스럽게도 그의 논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마음이란 무엇일까? 뇌와 몸사이에 있는 어떤 것은 아닐까? 감정이란 무엇일까?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과거를 미래로 어떻게 확장시키는가? 포스트휴먼이 환원하지 않는 사물에서 연결점을 찾는데 뭔가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우리는 인간에 대해서 사유를 제대로 하기나 한 것일까 싶기도 하다. 그렇기에 레비나스의 지향성, 번식성, 사건이라는 개념은 서구의 동일성철학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내며 최근의 뇌신경학의 출발점하고도 유사한 점이 있어 놀랍기도 하다. 서로 연결짓는 독서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해가 기다리고 있다. 그 첫문구는 주역의 2021.1.1일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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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12-3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여울 2021-01-01 11: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카스피님도 좋은 한해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