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하고 꽃향기나는 날, 저녁 산그림자가 비칠 무렵, 도착한 아파트 집안은 때아닌 홍수, 쓰나미, 온통 바닥 구석구석은 물로 채워져 점점 수위가 올라가고 있었다. 조금 뒤, 빗물처럼 위층을 채운 물은 뚝뚝 천정 갈라진 틈으로 긋기 시작한다. 이렇게 위층의 수재사고로 본의아니게 거의 이재민이 되어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는 곰팡이와 함께 한 여름을 보냈다. 호시탐탐 안해에게 냉대를 받던 책들도 물에 포욱 잠겨 패기 처분되었다, 황망한 책 시체를 처분한 나날. 그나마 반쯤 피어올라온 곰팡이를 닦고 말리고,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흨흨  황페한 마음을 그나마 쓸쓸한 텔레비전으로 달래야 했다. 안방과 거실, 우린 충분히 위로받을 만했다. 텔레비전은 그나마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런 아픔과 함께 우린 그 집을 떠났다. 독심술이었을까? 이심전심이었을까? 찬바람이 이는 가을날. 바쁨을 핑계로 이사가는 당일날 찾아간? 우리집은 분명 무엇인가 달라져 있다. 무엇일까?  연속극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고, 아침 불륜드라마까지 섭렵한 모녀의 행동에도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책장이 거실로 나오고, 텔레비전 한대는 안락사시켜 창고에 폐기처분한 것이다. 거기에 독서등까지... ... 이재민이 되고 나서 사람이 이렇게 까지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TV드라마에 심취한 모녀의 다정하고, 열띤 뒤풀이 토론 모습을 이제는 정녕 볼 수 없단 말인가? 애석해야할지 말아야할지... ...


그렇게 모녀는 화려한 전향을 꿈꾸었다. 그러면서 안해 주변은 거실 책장짜기로 영역이 넓혀지고 드뎌,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언플러그 운동이 효력이 발휘되는가 싶다. 꿈인가? 생시인가? 울집도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마음에 자랑도 하고 싶고, 신세계가 보이는가 싶었다. 겉재미만 아는 세상이 드디어 속재미의 속살의 초입으로 들어서는구나. 우리도 세시대의 분위기에 동참하는가 싶다. 속마음은 이렇게 표시하지 않아도 알려지고 마는 것이구나 하구 말이다.


그뒤로, 우리집에 아주머니들의 출입이 잦아들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책을 몇권씩 빌어갔다는 소리도, 책장이 너무 멋있다는 이야기도, 어쩜 이렇게 잘 꾸며 놓으셨어!라는 탄사도 이어졌다. 아는 지인의 집에도 책장짜는 소리가 들린다는 소문도.. 하지만 과연 책을 얼마나, 거실이 얼마나 의도와 관련된 용도로 사용되는지는 모른다. 책읽고나누는 곳인 것 같기도, 컴퓨터게임하는 곳 같기도, 텔레비전을 안보는같기도 책을 보는 것 같기도.... 그렇게 ‘같기도’를 닦는 나날이 이어졌다.


천둥이 계룡산자락에 떨어지는 소리가 멀리 들리고, 소낙비가 장마비처럼 쏟아지던 날.

안락사시켰던 텔레비전 한대가 신의 기운을 받았는지? 모녀의 신비한 염력때문이었는지? 늑대개처럼 복제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것도 독서방이라고 명명한 곳에 보무도 당당하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더 힘차고 낭랑한 드라마 배우의 연기력을 새삼 실감하는 모양이었다. 아~ 어쩌란 말이냐? 역사는 선형 진보가 아니라, 나선 회전을 한다더니, 이렇게 수구의 재집권 의욕이 불탈 줄이야~. 소낙비 내린 날 쿠데타를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반짝빤짝하는 눈망울을... ..


큰놈과 나는 그래도 모종의 연막 전선을 펴고 있다. 독서라는 연대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재집권 의욕을 단숨에 날려, 호흡의 날숨이 멈추도록 과감히 보무도 당당한 그놈을 다시 안락사시켰다. 우리집의 겉재미-속재미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부자의 연대로 모녀의 기도를 속재미의 세계로 푹 빠뜨려보려는 야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환경***합, 원고청탁분  11:20분시작 1220 송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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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7-04-06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러그뽑고, tv끄기 운동...원고청탁에 이기기 못하고 옆지기와 딸래미를 판다. 후환이 두렵다아

연두부 2007-04-06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2007-04-07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니 2007-04-07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은 부활절 축하해요 하하하

여울 2007-04-0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두부/고니님, 추카할 일이 아니죠. 린치를 당할 모습을 상상하시면서 즐거워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딸래미 손 매가 유난히 맵습니다요.

속삭인 여우님, 여우님의 필로 냉큼 썼습죠. ㅎㅎ. 마당글에도 여우님 필력이 보이시죠. 아주 조그 ㅁ ㅎㅎ. 여우님의 빠른 회복도 바랍니다. 건강하셔야 되요...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