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화끈한 영화 한편 봤다. 

얼마전에 리뷰를 쓴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 며칠 뒤에 본 작품인데 보는 내내 감탄하고 또 감동했었다. <악마를 보았다>를 보면서 필자는 '아~우리 나라에도 드디어 이런 영화가 나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이 영화를 보면서도 '아~우리 나라에도 드디어 이런 영화가 나왔구나~'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원맨쇼에 가까운 멋진 액션배우가 영화를 순전히 액션 하나만으로 이끌어가는 그런 영화 말이다. 물론 <올드보이>같은 복수극도 비슷한 부류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 영화의 스토리는 오대수(최민식 역)에게 복수하기 위한 이우진(유지태 역)의 기획과 의도대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 최민식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어찌보면 수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암튼 이전에 필자는 <테이큰>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푹 빠졌던 적이 있었다. 

전직 특수요원 출신으로 조국을 위해 일하다가 딸과 부인을 잃은 리암 니슨이 유럽여행 도중 납치당한 딸을 찾기 위해 긴장감을 잃지 않는 액션 퍼레이드를 퍼부었던 영화다. 본의 아니게 극장에서 3번이나 보고, 이후로도 틈날때마다 종종 보는데 그 이후로는 <테이큰>을 기준으로 액션영화를 평가하고 비교하기까지 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던 차에 나온 영화가 바로 원빈 주연의 <아저씨>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며, 액션 스타일도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다. 그리고 캐릭터 설정이나 배경 역시 비슷하면서도 전혀 달라 <테이큰>의 감동이나 전율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이 영화만의 독특한 감동 때문에 2배 이상의 만족감을 얻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테이큰>이 마치 하나하나 미션을 깨는 게임과도 같은 느낌이었던 것에 비해 <아저씨>는 보다 우울하고 진지한 분위기였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랄까. 암튼 뭐 그렇게 느꼈다.

이미 이 영화는 수많은 관객들이 보고 호평했으며, 네티즌 평점도 9.5 혹은 그 이상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점수를 받았다(아마 연말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는 것은 필자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다른 관객들 역시 우리나라에도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그 내용과 멋진 배우에 흥분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인셉션>을 보면서 '와아~어떻게 저런 스토리를 짰을까?'라고 연신 감탄사를 내놓았지만(마치 톰 크루즈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봤을 때의 그런 느낌?), 그 감탄도 잠시. 한국 영화계는 지금 옆집 아저씨가 평정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멋진 액션과 화려한 CG, 탄탄한 스토리 라인, 매력적인 주인공이 영화의 인기도를 평가하는 기준이라면 <인셉션>이 <아저씨>에 밀릴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영화는 지금 연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가?

필자가 보기에는 다음의 3가지 이유가 있다. 

 
1. 기존에 보여지지 않았던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우리도 이제 홍콩 영화처럼 조직과 조직간의 암투, 우리가 모르는 뒷세계를 멋있게 그려낼만한 느와르 영화가 나오는구나~'를 깨달았고, 그 영화는 아니나 다를까 호평을 받으며 한국 영화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악마를 보았다>는 아마 두고두고 회자되며 이후 나올 하드고어물의 전신격으로 손꼽힐 것이다.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유명배우를 셋이나 모아놓고 독특한 소재와 아이템으로 무장한 한국형 서부활극 <놈놈놈> 또한 기록이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릴 영화일테고 말이다. <왕의 남자>는 사극이 어떻게 하면 관객들의 돈을 끌어당길 수 있는지, 무엇이 그렇게 관객들을 열광케하는지를 알려준 영화였으며, <괴물>과 <해운대>는 한국에서도 괴수 영화와 블록버스터 재난영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을 알려준 영화였다. 마지막으로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는 현대사에 있어 전쟁과 분단, 민족 상잔의 아픔 등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사람들에게 어떠한 감동을 주는지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영화였다고 할 수 있다. 하나만 더 덧붙이면 <쉬리>와 같은 영화가 또 한번 방영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긴 하다(드라마 <아이리스>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을 보면 분명 크게 인기를 끌 수 있을 것 같다). 

암튼 이러한 영화들이 왜 한국 영화사에 길이길이 이름을 남기게 되고, 또한 관객들이 저절로 지갑을 열게 했는지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볼때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기존에는 없었던 스타일의 영화'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화려한 CG로 무장한 영화, 테러와 폭발, 암살과 무차별 살인 등이 묘사된 영화, 거대한 해일이 도시를 덮고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영화 등은 그동안 한국과 맞지 않는 소재였다. 어떻게 한강에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살 수 있으며, 무슨 부산에 쓰나미란 말인가.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고 유행의 흐름도 바뀌어 버렸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더 이상 조직간의 암투나 요인 암살, 남-북한의 정치 · 외교적인 긴장감은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 연일 변화하는 이상기후나 돌연변이 동물에 대한 내용(그런 면에서 거대 멧돼지를 그린 영화 <차우>도 한자리 차지할 수 있겠다) 역시 이제는 헐리웃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들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그런 흐름에 맞춰 등장한 <아저씨>는 정말 있을 법한 일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지 않았나 싶다. 마약 밀수와 불법 장기 매매, 살인과 납치 등등. 헐리웃 영화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식으로 녹아낸 다양한 내용들이 이 영화에서 등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없었던 순수한 한국적인 액션영화,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내용을 잘 그려낸 영화라는 측면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는데 이질감이 없었고, 오히려 관객들이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2. 원빈? 더 이상 미소년이 아니다. 그만을 위한 영화.

한때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화 <트로이>가 개봉되었지만, 관객들은 그 안에서 매력적이고 멋진 주인공 아킬레스(브래드 피트 역)에 환호했다. 어떻게 보면 영화 제작자 입장에서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원빈을 위한 영화였고, 원빈이 혼자 힘으로 이끌어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더 관객들은 열광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원빈은 지금까지 나약하고 청순하고 매력적이며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미소년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쟁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그는 강인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카리스마있는 형(장동건 역)의 보호를 받으며, 자신 때문에 변해가는 형을 안타깝게 바라보다 영원히 이별하는 역할을 맡지 않았던가. 

그런 그가 이번에는 180도 변해 버렸다. 전직 특수요원(무술교관으로서 무술시범이 너무 잔인해 참관하던 국회의원이 심장 쇼크를 일으킬 정도의 무시무시한 사람) 출신으로 아픔을 겪고 조그마한 전당포를 운영하던 그에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졌다. 마약 밀매와 불법 장기 밀매, 경찰과 국정원의 조사, 듣도 보도 못한 놈들의 공격, 그리고 유일하게 자신을 '아저씨'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와준 소미의 납치...

영화 <테이큰>은 따지고 보면 영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영화였다. 영화 초반 유명 가수의 경호를 맡게 된 전직 특수요원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 역)의 선방, 직업상 가족에게 소홀한 그를 버리고 돈 많은 놈에게로 간 와이프, 철부지에 왈가닥인 딸내미 킴(매기 그레이스 역)과 그녀를 두둔하며 아버지를 몰아세우는 와이프 등등. 영화 초반부에 주인공과 그의 신변에 대한 내용이 공개되고 뒤이어 거짓말까지 하면서 유럽 여행을 가는 킴이 납치를 당한다(딸내미 여행 보내려고 거짓말에 동참한 전 와이프는 결국 전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게 되고...어처구니가 없구만). 그렇게 영화 초반부에 앞으로 '이런 일들이 일어날꺼요~'라는 프롤르그가 친절하게(?) 깔렸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하나하나 미션을 깨는 게임' 같다고 느꼈던 것이다. 순서에 의거해 차례처례 정리가 된 액션 영화랄까? 하지만 <아저씨>에 그런 친절한 소개는 없었다. 차태식이 전에 뭘 했고, 왜 지금 전당포를 하는지 등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소미의 엄마가 어떤 여자였고, 왜 마약 밀매에 껴들었는지도 안 나온다. 하지만 사건은 일단 벌어지고, 차태식은 관객과 똑같은 루트를 통해 사건의 중심으로 한발 한발 다가간다. 그 점이 <테이큰>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스토리 라인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나이 많은 아버지가 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젊고 매력적인 옆집 아저씨가 자신과 전혀 피 한방울 안 섞인 옆집 소녀를 구한다는 설정이 더 극적인 긴장감과 감동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역할을 원빈이 했기에 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 아닐까?

 
3. 뚝심있게, 일관되게 스타일을 지켜낸 영화.

음...그러니깐 이 영화는 액션, 드라마의 장르에 속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이런 액션 영화들을 보면 중간중간 로맨스가 끼어든다거나, 코믹적인 요소가 섞여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면을 볼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유명한 첩보 영화 시리즈인 <제임스 본드>를 보자. 이건 아예 처음부터 본드와 본드걸이 등장해 액션 중간중간 훈훈한 눈요기(?)를 선사한다. 본 아이덴티티로 시작하는 제이슨 본 시리즈와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물론 여기에도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이 등장하지만, 그녀는 다음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촉매제 역할을 하면서 영화의 인기를 견인한다. 마치 <올드보이>에서 최민식과 강혜정이 부녀 지간인지 모르고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즉, 이런 액션 영화를 보면 으례 겁나 멋진 남자 배우가 등장하고, 그와 사랑에 빠지는 겁내 매력적인 여자 배우가 등장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영화를 이끌어 가는데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만, 부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저씨>는 뚝심있게 원빈 하나에 집중 조명하면서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영화 초반 소미의 엄마가 추파를 던지는 장면도 있지만, 가슴 속에 잊지 못할 상처를 안고 사는 원빈에게 다른 여자는 눈에도 안 들어올 것이다. 원빈은 철저하게 악을 미워하고 선을 사랑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리고 그 선을 사랑하는 마음은 죄없는 어린 아이들에 대한 그의 눈물과 말없는 표정으로 표현되고 있었고 말이다. 어차피 부모도 버린 애들 몸값이 얼마나 하겠냐면서 떠들어대는 악인에게 '너는 지금 그 아이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어~'(정확한 대사인지는 기억 안 남)라고 말하며 냉정한 응징을 가하는 원빈의 모습은 그야말로 고독한 영웅, 그 자체였다. 어떻게 보면 아들을 잃고 변모하게 되는 <데스센텐스>의 아버지 닉(케빈 베이컨 역)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암튼 원빈은 그 캐릭터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모습을 잃지 않는다. 무뚝뚝함 속에서 스며 나오는 애정이 잔잔하게 영화 전반부를 흐르고 있다고 해야 할까? 마지막으로 나쁜 놈을 응징하고 살아있는 소미를 향해 한 그의 첫 마디는 '오지마. 피 묻어'였다. 이 얼마나 캐릭터에 충실한 대사란 말인가. 

자잘한 것들 다 치워내고, 순수하게 액션과 드라마적인 요소만 뽑아내 잘 버무린 영화였기에 그 순수함에 관객들이 열렬하게 호응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몇마디만 더 하자. 
이 영화에서 필자가 보는 내내 눈길이 갔던 배우가 하나 있었다. 태국의 국민배우 나타용 윙트라쿨이 바로 그인데 여기에서 그는 킬러 람로완 역을 맡아, 영화 내내 원빈과 철저한 대립구도를 세웠다. 특히 그는 비록 범죄 조직에서 일하고 있으나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준 소미에게 연민을 느껴 그녀의 목숨을 살려주고, 영화 후반부 태식과의 대결에서는 총을 버리고 1:1 정면 승부를 펼쳐 새로운 킬러상을 표현해냈다. 특히 영화 후반부 원빈과 펼친 대결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씬으로서 영화의 대미를 장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필자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선배한테 재밌다고 하자, 선배는 '어설프게 총 쓰고 칼이나 몽둥이로 싸우는게 테이큰과 비교되니 별로였다.'라고 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필자는 오히려 그래서 더 이 영화가 재밌었고, 친근하게 와 닿았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헐리웃 영화에서 나오는 애들처럼 총 들고 설치는 그런 위험한 나라가 아니지 않는가. 보다 현실적인 영화, 헐리웃식 액션영화를 베끼지 않고 순수하게 충무로식 액션영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더 재밌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 글을 보시게 될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 영화를 봤을텐데, 혹시 못 본 분들이 있다면 한번쯤은 보시기를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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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영화 2편이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악마를 보았다’이다. 이미 ‘장화 ․홍련전’, ‘달콤한 인생’ 등으로 필자에게 익숙한 김지운 감독의 작품인지라 개봉 전부터 보려고 기다렸던 영화였다. 물론 연기력하면 두말할 필요 없는 최민식과 최근 강한 이미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병헌이 라이벌로 등장하고 있어 그 부분도 기다려졌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 휴가를 맞이하여 친구들과 대거 영화 관람을 했는데...결과는 ‘Good’이었다.

일단 필자는 영화를 장르 구분 없이 다 보는 편이다. 물론 전쟁영화나 시대극, 액션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안 그런 분이 있다면 죄송~),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혹은 로맨스), 다큐멘터리, 스릴러, 예술, 스포츠 등등 다 보는 편이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후한 편이어서(책에 대한 평가도 그렇듯이), 필자 기준의 ‘재미있다’와 ‘재미없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닥 객관적인 신뢰성을 많이 주지는 못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그나마 먹히는 장르가 있다면 ‘하드고어’ 혹은 ‘호러’ 분야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좀비영화나 잔인한 호러물, 다소 징그럽거나 역겨울 수도 있는 하드고어를 즐겨 보게 되었고(여기에는 일반적인 공포영화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다), 어느 정도의 내공이 쌓인 덕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다보니 필자에게 있어 이번 영화는 상당히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처음으로 나온 ‘하드고어 스릴러’(뭐 영화 분류는 일단 범죄, 스릴러로 되어 있는 것 같지만 암튼...)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너무나도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장면(사체를 절단해 박스에 던진다거나, 인육을 먹는다거나, 냉장고에 토막 낸 사체를 넣는 장면 등등) 때문에 두 차례 상영이 연기되었고, 결국 많은 부분을(감독이 본인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기에 부족하리만치) 잘라낸 다음에야 겨우겨우 상영되었다. 얼마 전 TV 인터뷰(어느 방송인지는 모르겠다)를 보니 이병헌이 나와서 하는 말이 “사회적으로 이렇게 큰 이슈가 될지 몰랐다. 그렇게 이슈가 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뭐 이런 거였다.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든, 영화사적으로 큰 족적을 남기기 위해서든 어쨌든 이 영화는 한국 영화계에 큰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영화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일 테니 말이다.

그에 따라 영화에 대한 평가 역시 극과 극을 치달리고 있다.

정말 잘 만들었다, 소름끼치는 연기력에 혀를 내둘렀다,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가 나오는구나 등등의 평가를 받는가 하면, 너무 잔인하다, 스토리가 없다, 그냥 의미 없는 복수만 계속될 뿐이다 등등의 평가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CGV에서 제공하는 박스오피스 상에서는 3위에 랭크되었지만, 전체 평점은 그리 높지 않다(단연 1위는 압도적으로 원빈 주연의 ‘아저씨’). 이런 난항 속에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등(http://bntnews.hankyung.com/apps/news?popup=0&nid=04&c1=04&c2=04&c3=00&nkey=201008231915523&mode=sub_view) 해외에서는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 왜 그럴까? 단순히 한국 영화계가 보수적이라서? 아니면 외국 관람객의 눈에는 이런 하드고어물이나 잔혹한 스릴러가 흔해 빠져서? 글쎄. 그에 대한 판단은 각자 하는 것이 좋겠다.

뭐 영화 주변 얘기를 간단하게 했으니, 이제는 본인의 생각을 몇자 적어보도록 하자.

본인은 일단 이런 장르의 영화를 즐겨 본다. 그런데 이런 영화의 특징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잔인하고, 이유 없는 살인이 계속되는 경우가 잦다. 그 유명한 ‘13일 밤의 금요일’이나 한때 큰 이슈가 되었던 ‘쏘우’ 시리즈(1~6편),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얼마 전 필자가 봤던 ‘콜렉터’와 같은 영화들이 그렇다. 갑자기 악인이 등장하고 그는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이고 동강낸다. 이런 류의 영화는 ‘세븐데이즈’, ‘백야행’, ‘시크릿’과 같은 인기를 끌었던 범죄 스릴러와는 다르다. 반드시 범행의 이유가 등장해야만 하고, 범인의 행동 패턴이 분석 가능하며, 예측 가능하여 잡힐 듯 말 듯 긴장감을 줄 필요가 없다. 그냥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자르고 부수면 된다. 물론 일반적인 좀비 영화와는 다르다. 인간 대 인간이기에 이런 류의 영화는 더욱 더 소름끼치게 하는 것이다(좀비 영화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언급하자).

필자가 이런 하드고어물 중에서 秀作으로 꼽는 것은 ‘호스텔’이라는 영화다. 1~2편과 함께 속편으로 볼만한 작품도 하나 나왔는데, 단순히 죽이고 베고 찌르는 것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언급되어 있어 볼 만하다. 또한 사회 풍자적인 메시지도 전하고 있고 말이다. 사회 엘리트층으로 구성된 특수한 집단이 있고, 그들은 기업형 조직을 꾸려 전문적으로 죽일 사람을 사고판다. 인간 내면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는 폭력과 살인이라는 狂氣가 잘 표현된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필자가 이 영화들을 꼽는 것이다. 물론 ‘쏘우’ 시리즈도 비슷한 분위기이긴 하다. 죽어가는 한 미치광이(?)가 “세상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 숨 쉬는 것을 행복해하지 않는다. 그걸 내가 일깨워 주겠어~”라고 외치며 사람들을(불특정 다수) 죽음의 게임 속으로 초대한다. 1~6편까지 일관된 스토리를 유지하기가 힘들 텐데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는 큰 점수를 주고 싶지만, 1편에 나오는 본래의 취지나 의미에서 벗어나 점점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려고 억지를 썼다는 느낌이 강해서 일단은 패스! 즉,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같은 하드고어 스릴러물이라도 級이 다르다는 것이다. 속칭 A급, B급, C급 등으로 서열을 매긴다기 보다는 유형이 다르다고나 해야 할까? 이유가 있는 살인과 이유가 없는 살인? 뭐 이런 거?

그렇게 봤을 때 김지운 감독의 이번 영화는 이유가 없는 살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최민식은 연쇄살인범이면서 이유 없이 죽이고 싶을 때 죽이는 스타일이다(그냥 그런 캐릭터인 거다. 왜 그러냐고 따질 필요가 없이). 그리고 우연히 최민식이 사는 동네 주변에서 타이어가 펑크가 난 한 여성이 있었고(이 역시 이유를 따질 필요 없이, 설정이 그런 거다), 그 여성의 약혼자는 하필이면 국정원에서 알아주는 요원이다. 그리고 그 여성의 아버지는 30년 넘게 근속한 전직 강력계 형사반장이고(이런 설정도 마찬가지고). 자~한번 따져보자.

‘최민식은 왜 그 여자를 죽였을까?’
‘하필이면 죽은 여자의 애인이 어떻게 국정원 요원이야?’
‘왜 이병헌은 빨리 복수를 안 해서 최민식이 자꾸 살인을 하게 해?’

이런 질문은 이런 류의 영화를 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길거리를 가다가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라는 말이다. 이 영화는 그렇게 생각하며 보라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마치 여러 종류의 가수가 있는데 ‘넌 왜 퍼포먼스만 화려하게 하냐? 네 노래의 가사에는 별 의미가 없어~’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뭐 별 스토리가 없어. 왜 갑자기 죽이기 시작하는 거야?”
“이병헌은 왜 빨리 안 죽여서, 최민식이 결국 집안사람 다 죽이게 하는 거야?”
“연쇄 살인범이 뭐 저래? 그냥 내키는 대로 죽이고...”

그런 고민이 왜 필요할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자아~이렇게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갖춰진 다음에 다시 한 번 영화를 살펴보자. 그럼 뭐만 남을까? 그렇다.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있어서 “왜?” “왜?” “왜?”가 상당 부분 지워졌음을 알 수 있다.

“최민식의 과거사가 어쨌길래 집안사람들과(심지어 아들과도) 담쌓고 살았나?”
“최민식은 살인을 그렇게 하는데 왜 안 걸리고 그 동네에서 학원버스까지 운영하며 살까?”
“최민식은 봉고차 안에서 피가 튈 정도로 여자를 두들겨 패는데 핏자국이 쉽게 지워지나?”
“이병헌이 용의자로 꼽은 4명 중 앞의 2명은 범인이 아닌데도 왜 그렇게 반 죽여 놨나?”
“최민식의 살인자 친구는 갑자기 왜 등장했으며, 그가 강간하는 여자는 왜 나왔나?”
“최민식의 살인자 친구는 왜 그 큰 집에 가게 됐으며, 결국 그 집안사람들을 다 죽였나?”
“최민식은 이병헌 만나고 한 번도 큰 볼일을 안 봤나? 꼭 설사를 해야만 캡슐이 빠지나?”

이런 질문들이 영화를 관람하는데 필요가 없어진 거다. 아~여기서 잠깐. 김지운 감독이 애초에 영화를 어떤 의도로, 어떤 생각을 갖고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감독 입장에서 필자의 이런 비평이 듣기 싫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은 더 의미 있는, 더 잘난 영화를 만들었는데 고작 이런 식으로밖에 볼 줄 모른다고 신경 안 쓸지도 모르고 말이다. 암튼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라고 마저 얘기하도록 하겠다. 몇 가지 기본적인 설정(연쇄살인범과 국정원 요원, 죽은 여자와 계속되는 복수 등등)만 갖춰놓고 난 다음 영화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할 일을 수행한다. 그건 바로 ‘악마’의 등장과 ‘복수’의 반복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악마와 복수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럼 이 영화를 진정으로 즐겼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병헌은 아주 냉정하면서도 사리 분별이 정확한, 이지적인 상황판단 능력과 뛰어난 실력까지 골고루 갖춘 ‘훈련받은’ 킬러다(물론 처음부터 킬러는 아니었지만 킬러化되었다). 그에 반해 최민식은 본능에 충실하며 동물적인 감각에 의존한 대처능력이 뛰어난데다가, 육감이라고 할 만한 이성 이외의 본성이 돋보이는 ‘정글속의’ 킬러다. 마치 戰士와 軍人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렇기 때문에 영화 포스터 속의 두 인물은 아주 적절한 설정이었으며, 아주 적절한 대비를 이루는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노린 것 중의 하나가 이것이라면 아주 적절했다고 평하고 싶다. 당연히 이병헌은 손바닥 위에 최민식을 놓고 갖고 논다. 하지만 동물적 감각을 발휘하며 최민식이 조금씩 저항하더니, 미처 계산하지 못한 변수에 이병헌은 당황한다. 물론 궁극적으로 여러 대안을 마련해놓은 이병헌이 승리하지만, 그걸 과연 승리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필자는 보는 내내 잔인하거나 징그러운 장면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그건 당연히 기대했었고, 오히려 좀 더 강한 것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잘리지 않은 장면은 나중에 감독판 DVD 등이 발매되면 볼 수 있을 것이기에, 뭐 조급해하지는 않는다. 단, 나중에 무삭제판을 보고 나서 감독이 얘기했던 것처럼 그 장면이 이번 영화를 보고 쓴 비평에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 한다면 그 장면은 삭제되어도 상관이 없었다고 생각하련다. 뭐 나중 일이겠지만. 어쨌든, 필자는 두 배우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 표정 하나 하나에 주목하면서 영화를 관람했다. 역시나 두 배우는 차갑고, 뜨거운 복수를 잘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두 배우의 차갑고 뜨거운 복수를 표현하는 중간 중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있었다. 최민식은 본능적인 녀석이며, 동물 같은(나쁘게 말하면 짐승 같은) 놈이다. 그렇기에 앞뒤 안 재고 학원버스에서 자고 있던 여학생을 데리고 가 강간하려고 했다. 아주 좋은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다친 손목을 고치기 위해 갔던 병원에서 그는 간호원을 상대로 또 강간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뭐가 좀 다르다. 그는 천천히 여유를 갖고 즐기며, 간호원을 강간하려다가 최민식에게 아킬레스건이 뜯긴다. 차라리 최민식이 거기서 그냥 간호원을 덮치며 동물 같은 본능을 해소하려 했다면 어땠을까? 이병헌과의 접촉을 위해 시간적 공백기를 둔 것은 별로 좋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영화 후반부를 한번 보라. 설사약을 먹고(그 와중에 약국 약사 한번 죽여주고) 캡슐을 빼내 지나가는 택시기사 기절시켜 그거 먹이고, 바로 이병헌에게 복수하려고 서울로 향하는 모습을...정말 동물 같은 상황 판단 능력과 행동 아닌가. 한편, 이병헌이 영화 초반부 너무 쉽게 최민식을 몰아붙이다가 후배 동료의 실수(캡슐의 비밀 누설)로 영화 후반부 너무 쉽게 최민식에게 카운터를 얻어맞은 것은 조금 아쉬운 설정이었다. 뭐 주고받는 맛이 있어야 영화겠지만, 영화 전체적인 캐릭터 설정에서 조금 못 미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암튼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봤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이런 류의 영화가 한국에 처음 나왔고, 보다 의미 있고 괜찮은 하드고어 스릴러물이 앞으로 더 자주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최고의 명배우 2명을 데려다가 최악의 B급 영화를 만들었다고 평하기도 했지만, 그 B급이라는 것은 누구의 잣대란 말인가. 하드고어물은 하드고어물의 시각에서 한번 봐주자. 필자가 보기에 하드고어물로서는 이 영화는 이후 한국 영화계에 나올 여러 영화들의 前身으로 꼽힐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설픈 복수 영화(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 3부작)보다 차라리 확실한 하드고어물이 더 낫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하드고어 무비(Hardgore Movie)

영화를 보는 사람이 공포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호러(Horror)영화의 일종으로, 호러 영화들 중에서도 그 잔인함의 정도가 진한 영화를 말한다. 전기톱이나 잔디깎는 기계로 사람을 절단한다거나, 피가 사방팔방으로 튀고, 배에서 창자와 온갖 알 수 없는 것들이 튀어나오는 장면들이 나오는 영화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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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제작한 보기 드문 소재의 영화 2편을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이미 원작만화 덕분에 너무나도 널리 알려진 작품인 '식객'이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만화를 처음 딱 봤을 때 정말 입이 딱 벌어지는 느낌을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아~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이런 만화가 나오는구나~'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요리왕 비룡', '미스터 초밥왕', 'B급 레스토랑 업그레이드' 등 요리와 관련된 수많은 만화들이 나왔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만화가 전혀 없어 아쉬웠을 때 마침 나온 것이 바로 만화 식객이었던 것이다(역시나 식객 이후 요리 혹은 음식과 관련된 만화는 뭐 딱히 없는데, 최근에 다음 만화 '대작'을 재밌게 보고 있다. 막걸리 만드는 만화인데 좋다~).

암튼 만화에 대한 부분은 각설하고, 영화 얘기 다시 해 보자. 

일단 식객 1은 만화의 내용을 어느 정도 잘 반영하고 있다. 진수와 성찬의 관계라든가, 운암정을 둘러싼 성찬과 봉주의 대립각(특히 봉주와 성찬은 정말 캐스팅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캐릭터들의 감칠맛나는 연기, 기타 소소한 내부 설정 등 원작을 영화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원작의 생각이 많이 떠올랐으며, 실제 만화 속에서 나오는 여러 소재들을 감독이 하나의 스토리에 잘 녹여낸 것 같아서 좋았다. 특히 기존에는 이런 요리와 관련된 영화가 없었는데, 영화에서 화려하고 멋있는 요리의 향연이 잘 묘사되고 있기 때문에 아마 그런 점이 다른 관객들에게도 어필이 잘 된 것 같다.

특히 필자가 식객 1에서 정말 감명깊게 느꼈던 부분은 성찬과 봉주의 마지막을 역사적 사실과 연결시켜 해석한 하이라이트였다. 조선 황실의 음식을 담당했던 조선 최고의 요리사 '대령숙수'의 계승과 맞물린 秘話, 고종 황제의 가슴아픈 고민과 일본인도 감동시켰던 육개장의 진한 맛, 한국의 전통맛을 없애면서 음식에서도 내선일체를 꿈꿨던 잘못된 욕심 등등 원작 이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영화였다. 특히 '이 세상의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같다'는 명대사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된 요리 관련된 영화라는 점, 원작을 충실하게 살리면서도 영화 나름의 스토리 라인을 고수했다는 점, 캐릭터의 묘사가 뛰어나고 연기력이 안정적이었다는 점 등을 손꼽을만하기 때문에 필자는 이 영화에 단연코 별 5개를 주고 싶다.

그로부터 약 3년 뒤에 개봉한 식객 2.

개인적으로 식객 2가 영화로 나와도 주인공이 그대로 이어져, 스토리 라인도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식객 2의 캐스팅은 식객 1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차분하면서도 깔끔한 이미지에 김강우는 잘 어울렸지만, 진구는 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너무 친숙하고 구수한 이미지여서 원작에서 나오는 성찬과는 좀 안 어울렸다. 너무 작위적으로 성찬틱한 캐릭터를 캐스팅했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원작에서, 그리고 식객 1에서 비중있는 여주인공 역할을 해야 하는 진수 역도 너무 비중이 적었던 것도 좀 미스였다. 물론 식객 2에서는 원작을 떠나서, 새로운 스토리를 창출하려고 했던 것 같고, 봉주라는 대립각의 캐릭터 대신에 김정은을 캐스팅한 것인데, 그게 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리를 너무 '김치' 하나에만 국한시킨 것도 조금 아쉬웠다. 뭐 영화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 방문했다가 일본 총리에게서 한국 음식을 대접받고 좋아했는데, 일본 총리는 건방지게 그 요리를 일본 전통 음식이라고 소개했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요리를 만든 사람은 성찬과 어릴적 친하게 지냈던 누나였던 장은. 기생이었던 어머니가 운영하던 식당 '춘양각'에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거부하고, 요리로서 최고의 지위에 올랐던 당찬 여성. 그래서 국적을 떠나 일본에서 목적한 바를 이루고 돌아와 춘양각을 바꾸려고 하고, 성찬은 이를 막아내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물론 마지막에는 교훈적이면서 아름다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게 김치 하나에만 주목해서 김치 요리대회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조로움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는 사실이다. 식객 1에서는 화려한 복 요리, 소고기 자르는 대결 뿐만 아니라 좋은 소를 고르는 장면, 좋은 숯을 구하는 모습 등등 요리와 관련된 다양한 모습들이 나왔는데, 식객 2에서는 너무 김치에만 주목하다 보니 당연히 긴장감도 떨어지고 단조로울 수 밖에 없으리라.

특히 각 캐릭터들의 긴장 관계가 너무 미약했다는 점,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다니는 한 남자와 그 어머니가 전하는 손맛이라는 설정이 다소 억지스러웠다는 점, 결말에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대로 어머니의 손맛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보통 배추김치가 등장한 점 등이 이 영화의 NG라고 생각한다. 물론 김치로도 정말 멋진 요리가 만들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을 충분히 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었고, 한국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김치인만큼 친근감이 더 강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에 녹여내 관객들의 마음까지 얻어낼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식객 1과 달리 별 3개를 주고 싶다. 

식객 1이 인기를 얻으면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지만, 우리나라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할 수 있는 멜로가 섞이면서 별로 재밌게 보지는 않았다. 요리라고 하는 것이 메인이 되지 않아서 그랬던 것인지. 차라리 그보다 뒤에 방영한 '파스타'라는 드라마가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드라마가 만들어진다고 했을때 아무래도 회수가 많기 때문에 원작 만화의 내용을 그대로 묘사한 괜찮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했었는데,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것일까. 암튼 그렇다. 아마 식객 1과 2는 보신 이들이 많을텐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보니 대체로 2보다는 1이 재밌다는 평이 지배적인데, 필자와 다들 비슷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 보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별 갯수를 떠나서 화려한 요리의 향연이 스크린에서 되살아난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p.s)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번에 식객 2가 김치전쟁이니깐, 식객 3부터는 김치처럼 적절한 테마를 정해서 시리즈로 만들면 어떨까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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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어달 전에 봤던 영화인데, 마침 저녁에 잠깐 쉴겸 생각이 나서 관람후기 한번 올려본다.

뭐부터 얘기해야 할까...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몰랐던 사실들을 상당히 많이 알 수 있었다. 먼저 이 영화는 존 윈드햄이라는 작가(왼쪽의 남자)가 쓴 원작 소설을 기초로 한 TV용 영화였다. 이 작가에 대해 찾아보니 이미 '트리피드의 날'로 영국에서 베스트셀러 SF 소설가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었단다. 그 와중에 '저주받은 아이들', '저주받은 마을' 등의 소설을 썼는데 뭐 첫 작품에 비해 후속작들은 인기가 없어서(평단의 개무시도 받은 듯 하다) 상대적으로 잘 안 알려진 듯 했다. 하지만 '저주받은 아이들'은 후대 오토모 가츠히로에게 영향을 줘서 '아키라'를 탄생하게 했고, '저주받은 마을'은 스티븐 킹의 '옥수수밭의 아이들'을 탄생하게 했던 작품이란다. 앞의 두 작품은 못 봤지만, 뒤의 두 작품은 봤기 때문에 뭐 이 작가가 대단한 필력을 지닌 소설가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쨌든 이 사람의 작품은 그 이후로 여러번 영화화됐는데, 그때마다 인기가 있었나보다. 이번 리메이크작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잘 모르겠지만(일단 필자는 재밌게 봤다). 관련 내용은 다음 글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http://neostar.net/417).

이런 대단한 작품(?)이기에 필자도 정말 정말 우연히 다운로드 받아서 본 건데 정말 긴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럼 영화 스토리 얘기 간략하게 하자.

지금으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의 인류는 극심한 문제였던 자원문제를 해결했다. 그건 '트리피드'라는 식물인데, 육식에다가 스스로 이동도 하는 이 거대한 식물(통제를 벗어나면 막 저렇게 돌아다니면서 먹이감을 구한다)을 전자충격으로 적절히 통제하면서 그 기름을 짜서 사용하는 것이다. 거의 무한에 가깝게 자원 수급이 가능한데 어느날 비극이 찾아왔다. 태양에너지가 폭발하는 정말 희귀한 상황이 벌어지고 전 세계는 이를 구경하기 위해 하늘만 멍하니 쳐다본다(물론 쳐다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공적인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예상한데로 태양에너지가 폭발하고 모두들 눈이 먼다. 지구상의 대부분 사람들이 말이다. 우연히 눈이 멀지 않은 사람들만 남아 이제 새로운 세계의 문명인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정말 큰 문제는 트리피드를 통제할 사람도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렇게 영화는 트리피드에 대한 공포와 함께, 혼란한 와중에 권력을 잡고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야심가들에 대해 그리고 있다. 물론 그러한 야심가의 말로는 비극이며, 평화로운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끝을 맺고 있다.



 

자. 내용은 이게 다다. 어떻게 보면 괴물 식물이 나와 사람들을 위협하는 3류 SF 영화로 볼 수도 있다. 필자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깐. 하지만 불과 20여분 정도만 봐도 '어? 이게 아니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영화의 제목은 '트리피드의 날'이지만, 트리피드가 주인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즉, 나약한 인간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에일리언', '프레데터' ,'좀비' 등과 같은 절대 다수의, 절대 강한 이상한 괴생명체와 싸우는 것이 내용의 主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제목 그대로 배경일 뿐이었다. 트리피드가 판을 치는 날(세상)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일단 이 점이 반전이라면 나름 반전이었던 것 같다.   

여기서 이 영화의 첫번째 포인트가 나온다(물론 내가 정한거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 인류 사회의 미래는 무엇일까?'

솔직히 원작 소설이 수십년 전에 나온 것이라서 소재가 좀 지루하긴 하다. 자원의 문제? 물론 지금도 심각하다. 하지만 오히려 스펙타클한 재난(운석 충돌이라든가, 기후 변화 등등)이 오히려 요즘에는 더 괜찮은 소재인 것 같다. 요즘 자원 문제를 소재로 한 SF 영화는 거의 없지 않은가. 오히려 자원이 없으면 아바타처럼 다른 행성으로 뛰쳐 나가면 되니깐 말이다. 그래서 다소 진부한 소재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것도 나름 하나의 재난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작가는, 혹은 감독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원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인류 사회는 결코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원작 소설을 보면 좋겠지만, 아직 안 읽어봐서 작가의 의도는 잘 모르겠다. 국내에는 번역서가 없는 것 같긴 한데...). 암튼 재난 영화 혹은 SF 영화인 것 같은데도 스토리가 탄탄하고,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러한 진짜 의도? 내용? 의미? 암튼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왼쪽이 주인공 빌이고, 오른쪽이 여자 주인공 조다. 빌은 태양에너지가 폭발하기 직전에 눈을 다치는 바람에(트리피드는 독침으로 사람의 눈을 공격하고, 육체의 즙(?)을 빨아먹고 산다. 그래서 다진 고기같은 거도 막 먹는다. 아~그래서 트리피드를 어떤 환경론자(왼쪽의 어벙한 남자)가 풀어주는 바람에 그거 처리하다가 눈을 다치고 만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당연히 눈이 안 보여 사고를 면한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아주아주 심각한 상황이 됐고, 발빠르게 대처하려고 한다. 조는 유명한 방송인인데 빌을 만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고 계속 둘이 같이 다닌다. 이와 달리 토런스(아래 띠껍게 표정짓고 있는 남자, 굉장히 유명한 희극인이란다)는 별거 아닌 놈인데 비행기에서 자느라고 실명의 위기에서 벗어났고, 비행기가 추락한 뒤 살아남아 이제 자신의 야심을 이루기 시작한다(출신성분이나 직위도 구라치고 다니고 그런다).

그들은 뭐 어떻게 하다 만나는데, 이윽고 런던의 공무원들과 티격태격하는 쿠거(군인 출신의 리더)까지 만나게 된다. 영국 정부의 살아남은 사람들은 바리케이트를 치고 청사 건물을 거점으로 정부를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쿠거는 눈 먼 사람들까지 구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그 요구는 거절당한다. 공간도 협소하고 물자도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빌과 조는 이름도 알려져 있는데다가 트리피드 전문가다 보니 쿠거 일행과 달리 청사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거기서 비극(?)이 시작된다고 해야 하나.

어느날 밤, 야심가였던 토런스는 쿠거를 꼬셔 청사 건물을 습격한다. 건물을 점거하고 공무원들이고 뭐고 다 수하로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빌과 조는 계속 트리피드의 위험성을 건의하지만, 토런스와 그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쿠거는 이를 무시한다. 그러다가 식량 및 물자를 구하러 나갔던 사람들이 된통 당하고 오자 그때부터 대책회의를 하게 되고, 토런스는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되는 쿠거와 빌을 死地로 몰아버린다. 바로 트리피드가 판을 치는 숲속에 그들을 버리고 오게 한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은 살아남고, 토런스가 눈독 들이던 그녀, 조 역시 토런스의 위선과 가식을 눈치채고 도망하게 된다. 다시 빌과 조는 만나게 되고(그 사이 빌은 어린 자매 둘을 일행으로 끌어들인다), 빌은 트리피트 전문가인 아버지를 찾아간다. 어머니도 전문가, 아버지도 전문가, 아들도 전문가, 가족이 모두 트리피드 전문가인 집안인 셈이다.  

 

 빌과 조는 아버지와 상의하여 트리피드를 막을 방법을 강구하지만, 사고가 생겨 아버지가 죽게 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토런스가 부하들을 이끌고 아버지의 집을 습격한다. 왜냐하면 토런스는 런던 중앙부를 장악하고, 조로 하여금 계속 살아남은 사람들을 런던으로 불러모아 세를 확장하고, 자신만의 왕국을 이룩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조가 없어지고 이래저래 각종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가자 타개책을 찾기 위해 이들을 다시 찾은 것이다. 뭐 결론은 주인공들은 살아남고 토런스와 그의 부하들(한명은 착해서 주인공 일행과 함께 살아남는다)은 모두 트리피드의 맛난 먹이가 된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인류 문명이 순식간에 붕괴된 그 순간, 여러 사람들의 대응책을 보여주고 있다. 토런스와 같은 야심가, 대의를 생각하는 올바른 리더, 가장 시급한 것이 무언인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 속소무책 당하고 마는 위정자들, 살아보겠다고 자구책을 강구하는 여러 사람들까지...트리피드라는 존재도 위협이지만, 실명된 사람(대다수)과 멀쩡한 사람(소수)만이 살아남은 미래의 지구가 어떻게 될런지를 말하고 있었다. 뭐 악은 결국 망한다는 권선징악적 내용에 따르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와 더불어 또 하나 등장하는 것이 말세적인 상황에서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미 영화 '미스트'에서 한번 이런 내용이 나오기도 했는데, 사람들은 위기에 빠지면 초월적인 존재에 크게 의지하게 된다. 이 영화에도 그런 사람이 하나 나온다. 수도원의 수녀(왼쪽의 아줌마)가 트리니드의 공격을 받지 않고 오래도록 평화로운 삶을 유지하는데, 그건 힘없고 늙은 사람들을 트리니드 숲에 제물로 바쳤기 때문이다. 그렇게 빌도 제물로 바치려는데, 빌은 살아 돌아온다. 그리고 수녀의 악행을 폭로하고...

암튼 이런 인간상을 폭로하는 것, 그 의미와 스토리가 진짜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두번째 포인트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적절한 복선'이다. 

스토리는 앞에서 대강 얘기했지만, 물 흐르듯이 유연하게 이어지는 내용 덕분에 긴 시간동안 지루하지가 않다. 특히 적절한 복선을 통한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좋았던 것 같다. 앞서 얘기했지만 빌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트리피드 전문가다. 그런데 사고로 트리피드가 어머니를 죽이게 되고, 자기도 그와 관련된 뭔가를 기억은 하는데 잘은 생각이 안 나 한다. 그 어릴때의 생각을 계속 해 나가는 것이 빌의 캐릭터 묘사와 이야기 전개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나지 않던 생각은 바로 트리피드에게서 살아남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 말미에 그는 어릴적 기억을 되살리는데 성공했고, 주인공 일행은 토런스 일행을 남겨두고 트리피드 사이를 유유히 걸어 빠져 나오니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어릴 적 생각과 트리피드에게서 빠져 나오는 방법은 '왜 트리피드는 사람의 눈만 그렇게 공격할까?'와 하는 전문가들의 의문과도 통한다. 영화 말미를 보면 트리피드는 독이 묻은 가시와 눈을 통해 상대방을 구별하는데, 자신과 같은 동족이 아니면 무조건 공격하는 것 같았다. 트리피드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의 가시에서 독을 눈으로 흘려보내 검게 물들여야만 하는데, 트리피드는 일일히 그들의 눈을 보고 그들을 놔주기 때문이다. 영화 안에서의 의문, 영화 밖에서 관객이 갖는 의문도 모두 치밀하게 복선과 암시로 설명을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사족이지만 인터넷의 어떤 리뷰를 보니(http://blog.daum.net/bk-007/17034351) 트리피드의 독을 눈에 넣어 피하는 것이 황당하다, 혹은 의문이다...라고 했는데 필자는 언뜻 이해가 갔다. 왜냐하면 벌침도 많이 맞으면 생명에 위협이 되지만 한두방 정도는 신경통에 좋은 특효약인 것처럼, 옻이 몸에 안 받으면 심한 거부반응이 나오지만, 반대로 옻을 잘 먹으면 몸에 좋은 것처럼 트리니드의 독도 그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빌 같은 경우는 어릴때 한번 했는데 또 해야 한다, 그것이 이상하다, 독에 중독되서 죽겠다...고도 얘기했는데 영화 내용을 잘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트리니드에게 죽는 사람들은 눈 주변을 공격당해서, 그로 인해 독이 들어가서 죽거나(영화 속에서 트리니드의 이상한 특징으로 꼽힌다) 아니면 쪽쪽 빨려서 먹혀 죽거나이다(태양에너지 폭발 이후 트리니드 공장의 대부분 사람들이 이렇게 죽었다). 그리고 트리니드에게 꼭 눈을 공격당하지 않더라도 다른 신체를 여러번 가시에 찔리고 베여도 죽는다(빌의 아버지가 이렇게 죽었다). 그런데 트리니드가 공격할 때의 독 수량과 일부러 눈에 흘려넣을 때의 수량이 다르면 상관이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리 지독한 독사의 독도 일부러 희석시켜 몸에 주입하면서 독에 대한 항생체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물론 한번 콱 물리면 바로 죽겠지만 말이다. 그런 개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오히려 필자는 그러한 설정이 좋았다. 영화 마지막에 트리니드에 대해 더 많은 얘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 방법을 알게 된 빌이 그걸 갖고 트리니드와 공생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처럼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양방향 영화인 것이 또 장점이랄까.

마지막은 '장르 경계를 무시한 적절한 소재들의 조합'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건 분명 공상과학영화, 즉 SF 영화다. 그러면서도 재난영화고,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다. 뭐 나름 액션이라면 액션도 있다고 할 수 있을라나? 암튼 여러가지 요소와 소재들이 한데 뒤섞여 있는 영화임에도 이 영화는 3류로 수준이 떨어지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제 몫을 다 했다고나 할까? 예전에 '아나콘다'라는 영화를 재밌게 봐서 '아나콘다 2'라는 영화(물론 이건 비디오용이었다)를 봤다가 같이 본 사람들한테 욕을 엄청 먹었던 기억이 난다. 어설픈 CG와 장르를 알 수 없는 스토리 라인, 어색한 배우들의 연기 등등...지적한다면 한도 끝도 없으니 그만. 즉, 여러 영화들이 중간중간 로맨스나 드라마적 요소를 섞곤 하는데 제대로 된 것들은 별로 없다. 오히려 그 영화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린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가 않다.

분명 트리피드라는 괴물이 등장해 이야기의 주요 배경이 되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을 트리피드가 머리 속에 강하게 와 닿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 VS 트리피드'가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인간 VS 인간'의 대결 라인에 트리피드가 꼽사리로 꼈다고나 할까? 옛날에 리메이크됐던 영화들은 단순한 괴물이 등장하는 SF 영화였는지, 어땠는지 모르지만(물론 원작이 어땠는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번에 리메이크된 작품은 상당한 秀作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리피드 덕분에 사람들은 권력을 잡기 위해 서로를 헐뜯고 죽음에 내몰고, 트리피드 덕분에 빌은 어머니를 이해하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개선하게 된다. 물론 트리피드 때문에 앞으로 인류의 삶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의미있는게 아닌가 싶다.

뭐 이상이다. 잠깐 쓸려고 했는데 주절주절 많이도 떠들었다. 

암튼 이 영화는 한번쯤 꼭 봤으면 한다. 최근에도 재미난 액션영화들(킬링타임용의)을 많이 봤지만, 요 근래(2010년 전반기?)에 봤던 영화 중에 가장 의미있는 것을 꼽으라면 필자는 이 영화를 꼽고 싶다(그러고보니 한해에 보는 영화가 꽤 돼는데 분기별로, 혹은 매월별로 의미있는 영화를 꼽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그래서 더 원작소설도 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유독 이런 종말론적 세계관과 관련된 작품이 별로 없는데, 국내 감독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만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고...암튼 재밌으니깐 한번 보시길 바란다. 헉! 너무 늦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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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전쯤, 영화를 보러 갔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볼만한 한국전쟁 영화가 없었는데, 마침 이번에 괜찮은 영화가 나왔다고 해서 보러 갔던 것이다.

아! 그 전에 이 얘기를 한번 해야겠다.

포화 속으로 첫 장면에 한국전쟁에 대한 개략적인 인트로 부분이 삽입되어 있는데, 그중 한국을 그린 고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그걸 미국 상영회때 한 유학생이 지적을 했고, 거기서 생긴 오해(?) 혹은 진실(?)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 2개의 글을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프리챌 기사 동영상(http://qtv.freechal.com/Viewer/QTVOutViewer.asp?docid=2794882&srchcp=N&playtimePos=&q=포화%20속으로%20일본해)

이재한 감독에 대한 비판글(http://impossibleproject.tistory.com/2047)

이 영화가 애국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이며, 외국에 수출되는 것인만큼 한국 감독이 만든 한국 영화에 이런 민감한 사안이 걸리는 부분에 문제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걸 알고 있기에 실제 영화를 보면서 뭐라고 써 있나 주의깊게 봤어야 하는데 미처 제대로 보지 못 해 주인장도 지금 뭐라고 얘기는 못 하겠다. 암튼, 그런 사소한 부분에도 신경을 좀 썼으면 하는 바램이 들긴 한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 문제는 다시 한번 살펴볼 문제이긴 하다. 당시 한국전쟁에 사용된 군사용 지도에 실제 어떻게 표기되어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순전히 역사 고증의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인지, 그렇다 하더라도 민감한 사안인만큼 수정이 필요했던 것인지 등의 문제 말이다. 뭐 주인장이 볼때 감독이나 제작진이 그 정도의 역사 고증을 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아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암튼 사족은 이만 접고 영화 얘기 좀만 하고 자련다.

먼저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포항전투에 대해서 실화라고 하는데 그간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주인장이 갖고 있는 한국전쟁 관련책 1권(육군사관학교, 2005,『수정판 한국전쟁사 부도』, 황금알)을 들춰봤다. '낙동강 방어선의 형성'이라는 챕터가 있어 잠깐 원문을 실어보도록 하겠다.

(전략) … 유엔군 각급 부대는 낙동강으로의 철수작전을 8월 1일을 전후로 하여 각각 개시하였다. 이때 서부전선에 배치되어 있던 미 제24사단 34연대는 7월 30일 거창을 출발한 후 합천과 낙동강의 연안을 감제할 수 있는 산제리에 위치하여 있었으며, 제21연대는 산제리의 후방에, 배속된 국군 제17연대는 산제리 북쪽에 배치되어 있었다. 철수 명령을 받은 미 제 24사단은 제34연대, 제21연대, 국군 제17연대의 순서로 철수하였는데, 국군 제17연대는 최후까지 엄호진지에 남아 있으면서 미군의 영산방면으로의 철수를 엄호하고 마지막으로 8월 3일 06:30에야 철수하였다.

한편 미 제24사단의 바로 북쪽에 위치한 미 제1기병사단도 철수명령을 받고 김천을 떠나서 왜관 지역으로 집결하였다. 8월 3일까지 이 사단은 거의 전병력이 낙동강 남안으로 철수하였으며, 이후 왜관철교와 인도교를 폭파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으나 수천명의 피난 군중이 적의 점령지역을 벗어나서 왜관철교 쪽으로 쇄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대혼란이 일어났다. (중략)

아군은 8월 3일 왜관철교와 인도교를 폭파한 다음 이튿날 아침까지 낙동강상의 나머지 교량을 모두 폭파했다. (중략)

적은 8월 공세의 주공을 대구 정면으로 지향하는 동시에 영산~밀양 방면을 돌파하여 경부선을 차단하려 하였다. 이에 따라 미군 정면의 북한군 제1군단은 남으로부터 제6, 4, 10, 3 등 4개 사단을 투입하여 대규모 도하작전을 개시한 결과, 적 제4사단은 영산까지 진출하였고, 적 제3 및 10사단은 현풍 방면으로부터 대구 서남방을 공격하여 대구를 고립시키려 하였으며, 적 제6사단도 마산 서부로 진출하였다. (중략) 한편 국군 방어정면의 적 제2군단은 서쪽으로부터 제15, 13, 1, 8, 12, 5 등 6개 사단을 투입하여 총공세를 전개한 결과, 8월 20일 현재 왜관~다부동~신령~기계~포항선까지 진출하였으나 당초 목표로 했던 대구 점령에 실패하였다. 즉, 국군 제1사단은 미 제8군 예비인 미 제27연대의 지원을 받아 왜관~다부동 일대에서 적 3개 사단의 공격을 저지하고 대구를 확보하였으며, 포항 일대에서는 8월 10일 급편된 포항지구전투사령부 예하부대 외에 국군 제17연대와 브레들리 특수임무부대를 투입, 적을 격퇴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적의 8월 공세는 좌절되었다. (후략)


이는 좀 큰 시야에서 본 것이고, 보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전략) 동해안의 북한군 제5사단은 8월 5일 영덕을, 8월 9일 강구를 점령하였으며, 8월 10일에는 적의 일부 부대가 포항 북쪽의 흥해를 차단함으로써 국군 제3사단은 장사동을 중심으로 남북 11㎞, 동서 1~2㎞의 교두보 안에 고립되었다. 8월 11일 04:00 포항 시내로 침입한 적은 학도병과 경찰대의 완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12:30 포항을 점령하였으나, 아군의 함포와 공중폭격으로 큰 피해를 입고 철수하였다. 한편 8월 10일 오후 미8군은 연일비행장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미 제2사단 9연대 3대대를 주축으로 하고, 전차중대, 야포 1개 포대, 4.2인치 박격포소대, 공병소대 등으로 편성된 브래들리 특수임무부대를 연일비행장으로 급파, 8월 11일 오후에 도착시켰다. (후략)

이상이다. 아마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주인장이 위에 적은 전쟁 경과가 영화의 어느 부분과 맞물리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영화 초기 국군과 북한군이 혈전을 벌이는 도심지는 영덕 혹은 강구, 아니면 산제리 일대가 아니었나 싶다. 김승우가 맡은 강석대 대위는 아마 제17연대에 속한 장교였을테고, 8월 3일 포항을 떠나면서 피난민이 몰린 다리를 폭파하는 장면은 실제 역사 속의 왜관철교 및 인도교 폭파에 해당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이후 영화는 학도병 71명이 모이고(그 중 3명은 선임병으로서 이후 중대장 및 소대장의 역할을 맡으면서 전투의 주축이 된다), 그들 사이의 혼란과 대립, 화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실제 국군은 8월 3일에 떠나고, 북한군이 포항을 공격한 것은 11일이지만 영화에서는 며칠 터울로 일어난 일로 그려지고 있다. 아마 시간상 그런 것이겠지만 그 사이의 학도병에 대한 묘사는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 역사상에서는 학도병 뿐만 아니라 경찰대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영화 속에서 그 부분을 그려내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웠다. 물론 경찰대가 같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권상우나 T.O.P가 맡은 학도병의 지위가 줄어버렸을테고, 당연히 영화의 극적 감동도 덜 했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삭제되어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실제로 학도병 71명이 북한군을 맞아 저렇게 훌륭히 싸웠는지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총 한번 안 쏴본 학생들이 갑자기 화염병을 만들고, 수류탄과 바리케이트를 이용해 1차 저지선을 만들며, 1~2소대가 번갈아가면서 적에 대한 화망을 형성하는 장면 등은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쉽게 하기 힘든 것들인데, 영화에서는 이것을 너무 쉽게 그려내고 있었다. 최근 '로드 넘버 원'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한 소지섭이 근육질 몸매는 당시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근육을 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즉, 당시 한국전쟁은 몇몇 람보나 코만도와 같은 전쟁 영웅이 판을 치던 곳이 아니라 우리가 아는 옆집 형이나 아저씨들이 수행했던 전쟁이라는 소리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는 2명의 학도병을 무슨 람보처럼 만들어 버렸다. 영화 초반부에 자신을 살리면서 용감히 싸우다가 죽게 된 장교를 미처 살리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T.O.P가 영화 끝날 즈음 람보로 변한다는 것은 너무 억지 설정 아닌가. 중간 과정을 너무 극적으로 뛰어 넘긴 것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아쉬운 부분이었다.

물론 포항여중 앞을 지나가던 북한군 정찰대를 우연찮게 공격해 사살하는 장면은 어느 정도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중반 학도병들이 도망가는 북한군을 쫓아가 싸우거나 본격적으로 적의 공격에 맞서 전투 준비를 하는 장면들은 영화의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120억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와 화려한 출연진들의 연기력 때문에 어느 정도 상쇄되었다. 다소 밋밋할 줄 알았던 권상우의 연기는 T.O.P의 약간 어설프지만 영화 내내 성장하는 캐릭터 때문에 빛을 발했고, 그 둘의 대립과 화합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도병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군인의 본분을 다하려던 김승우의 역할도 여유로우면서도 군인의 자세를 잘 보여준 차승원의 역할과 잘 맞았다. 특히 차승원을 어느 정도 젠틀하면서도 여유롭고, 그러면서도 교활하며 냉정한 북한군 장교로 그려낸 것(특히 그가 도망치던 학도병을 그들에게 다시 돌려주러 간 장면은 아주 적절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은 영화 속의 북한군 전체를 묘사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차승원이 영화 마지막에는 냉정함을 잃고 전쟁에 광분한 광전사와 같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런 극과 극의 설정은 당시 전쟁을 묘사하는데 있어 더 치열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에 반해 김승우의 다소 높낮이가 약한 침착과 흥분이라는 패턴 역시도 차승원과 대비를 잘 이룬 것 같았고 말이다. 그 밖에 여러 학도병들의 모습은 당시 전쟁이 우리 선조들에게 얼마나 큰 아픔으로 다가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매스컴이나 언론에 나머지 학도병들의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면 전반적으로 수십명의 학도병들에 대한 묘사가 잘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당시 전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는 단 2명, 즉, 69명의 학도병들이 산화했다는 소리가 된다. 여기에서 또 의문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당시 학도병들의 희생으로 11시간동안 북한군의 진격을 저지할 수 있었고 20~30만명의 피난민이 형산강 이남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인장이 본 책에서는 새벽 4시에 포항에 진입한 적군이 12시 30분에 포항을 점령했다고 한다(물론 주인장이 다른 책들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차후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다). 즉, 11시간이 아니라 7시간 30분이라는 소리가 되며, 당시 20~30만명에 해당하는 피난민이 형산강 이남으로 제대로 탈출한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왜냐하면 북한군의 8월, 9월 대공세를 낙동강 방어선에서 막아낸 이후, 국군 제2군단이 영천에 침입한 적 제15사단을 포위섬멸하는 등 대승을 거둔 9월 중순 이후까지도 북한군은 포항 등지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포항을 학도병(및 경찰대)들이 오랜 시간 사수하다가 빼앗기고, 이내 다시 되찾았다가 빼앗기는 등 일진일퇴 공방전을 벌였다는 소리가 된다. 

포항전투에 대한 한국전쟁 관련 서적들을 더 찾아봐야 겠지만, 대략적으로 살펴본 지금으로서는 영화가 당시 상황을 제대로 고증하지는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다. 이게 뭐 중요하냐, 영화니깐 좀 뻥튀기가 있어도 되는거 아니냐...고 말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인장이 생각하기에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성공적으로 내놓은 이 영화가 흥행하면 흥행할수록 잘못된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더 많아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어떻게 보면 민족주의적인 색채가 짙게 깔린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고 말이다. 분명 학도병이 당시 포항전투에서 큰 활약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학도병이라는 신분 때문에 이 영화의 감동 포인트가 배가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의 전적을 있는 그대로만 보여줘도 충분히 사람들은 감동을 받고 슬픔을 느끼며 다시는 이런 전쟁이 되풀이되서는 안 된다고 느낄 수 있다고 주인장은 생각한다. 오히려 그들의 영웅적인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극적인 전투력의 업그레이드 장면을 집어넣고, 실제 역사와 다소 맞지 않는, 다소 과장된 내용들을 담는 것은 오히려 그 분들을 상업적으로나, 언론적으로 이용해 먹겠다는 심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잊혀진 그 분들에 대한 내용을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 세상에 널리 알려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고, 또 주인장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제작진들이 조금만 더 세심하게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암튼 단순한 전쟁 영화로 끝나지 않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요즘 북한과의 긴장 관계가 급속도로 높아지는 지금...우리가 새삼 보고 느낄만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권상우의 차량 사고에 의한 조사, 일본해 표기 지도와 관련된 분란 등은 영화에 대한 호감도를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던 것 같다. 영화의 비현실성이나 역사적 과장 부분까지 더 해 영화의 전체적인 포인트는 별점 3개를 주고 싶다. 단순히 킬링 타임용 영화로 보고자 한다면 분명 재밌다고 말할 수 있고, 괜찮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런저런 의미 부여를 하다보니 이런 점수가 나온 것 같다. 암튼 자세한 내용은 직접 영화를 보시고, 각자 평가하셨으면 좋겠다. ^^

p.s) 아! 혹 영화를 보신 분이 계시면 영화 초기 일본해 부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려주셨으면 좋겠고, 혹여나 한국전쟁에 대한 자세한 책이나 자료를 접하신 분이 계시다면 포항전투에 대한 실제 역사적 사실을 좀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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