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제작한 보기 드문 소재의 영화 2편을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이미 원작만화 덕분에 너무나도 널리 알려진 작품인 '식객'이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만화를 처음 딱 봤을 때 정말 입이 딱 벌어지는 느낌을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아~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이런 만화가 나오는구나~'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요리왕 비룡', '미스터 초밥왕', 'B급 레스토랑 업그레이드' 등 요리와 관련된 수많은 만화들이 나왔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만화가 전혀 없어 아쉬웠을 때 마침 나온 것이 바로 만화 식객이었던 것이다(역시나 식객 이후 요리 혹은 음식과 관련된 만화는 뭐 딱히 없는데, 최근에 다음 만화 '대작'을 재밌게 보고 있다. 막걸리 만드는 만화인데 좋다~).
암튼 만화에 대한 부분은 각설하고, 영화 얘기 다시 해 보자.
일단 식객 1은 만화의 내용을 어느 정도 잘 반영하고 있다. 진수와 성찬의 관계라든가, 운암정을 둘러싼 성찬과 봉주의 대립각(특히 봉주와 성찬은 정말 캐스팅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캐릭터들의 감칠맛나는 연기, 기타 소소한 내부 설정 등 원작을 영화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원작의 생각이 많이 떠올랐으며, 실제 만화 속에서 나오는 여러 소재들을 감독이 하나의 스토리에 잘 녹여낸 것 같아서 좋았다. 특히 기존에는 이런 요리와 관련된 영화가 없었는데, 영화에서 화려하고 멋있는 요리의 향연이 잘 묘사되고 있기 때문에 아마 그런 점이 다른 관객들에게도 어필이 잘 된 것 같다.
특히 필자가 식객 1에서 정말 감명깊게 느꼈던 부분은 성찬과 봉주의 마지막을 역사적 사실과 연결시켜 해석한 하이라이트였다. 조선 황실의 음식을 담당했던 조선 최고의 요리사 '대령숙수'의 계승과 맞물린 秘話, 고종 황제의 가슴아픈 고민과 일본인도 감동시켰던 육개장의 진한 맛, 한국의 전통맛을 없애면서 음식에서도 내선일체를 꿈꿨던 잘못된 욕심 등등 원작 이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영화였다. 특히 '이 세상의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같다'는 명대사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된 요리 관련된 영화라는 점, 원작을 충실하게 살리면서도 영화 나름의 스토리 라인을 고수했다는 점, 캐릭터의 묘사가 뛰어나고 연기력이 안정적이었다는 점 등을 손꼽을만하기 때문에 필자는 이 영화에 단연코 별 5개를 주고 싶다.
그로부터 약 3년 뒤에 개봉한 식객 2.
개인적으로 식객 2가 영화로 나와도 주인공이 그대로 이어져, 스토리 라인도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식객 2의 캐스팅은 식객 1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차분하면서도 깔끔한 이미지에 김강우는 잘 어울렸지만, 진구는 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너무 친숙하고 구수한 이미지여서 원작에서 나오는 성찬과는 좀 안 어울렸다. 너무 작위적으로 성찬틱한 캐릭터를 캐스팅했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원작에서, 그리고 식객 1에서 비중있는 여주인공 역할을 해야 하는 진수 역도 너무 비중이 적었던 것도 좀 미스였다. 물론 식객 2에서는 원작을 떠나서, 새로운 스토리를 창출하려고 했던 것 같고, 봉주라는 대립각의 캐릭터 대신에 김정은을 캐스팅한 것인데, 그게 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리를 너무 '김치' 하나에만 국한시킨 것도 조금 아쉬웠다. 뭐 영화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 방문했다가 일본 총리에게서 한국 음식을 대접받고 좋아했는데, 일본 총리는 건방지게 그 요리를 일본 전통 음식이라고 소개했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요리를 만든 사람은 성찬과 어릴적 친하게 지냈던 누나였던 장은. 기생이었던 어머니가 운영하던 식당 '춘양각'에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거부하고, 요리로서 최고의 지위에 올랐던 당찬 여성. 그래서 국적을 떠나 일본에서 목적한 바를 이루고 돌아와 춘양각을 바꾸려고 하고, 성찬은 이를 막아내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물론 마지막에는 교훈적이면서 아름다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게 김치 하나에만 주목해서 김치 요리대회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조로움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는 사실이다. 식객 1에서는 화려한 복 요리, 소고기 자르는 대결 뿐만 아니라 좋은 소를 고르는 장면, 좋은 숯을 구하는 모습 등등 요리와 관련된 다양한 모습들이 나왔는데, 식객 2에서는 너무 김치에만 주목하다 보니 당연히 긴장감도 떨어지고 단조로울 수 밖에 없으리라.
특히 각 캐릭터들의 긴장 관계가 너무 미약했다는 점,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다니는 한 남자와 그 어머니가 전하는 손맛이라는 설정이 다소 억지스러웠다는 점, 결말에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대로 어머니의 손맛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보통 배추김치가 등장한 점 등이 이 영화의 NG라고 생각한다. 물론 김치로도 정말 멋진 요리가 만들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을 충분히 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었고, 한국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김치인만큼 친근감이 더 강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에 녹여내 관객들의 마음까지 얻어낼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식객 1과 달리 별 3개를 주고 싶다.
식객 1이 인기를 얻으면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지만, 우리나라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할 수 있는 멜로가 섞이면서 별로 재밌게 보지는 않았다. 요리라고 하는 것이 메인이 되지 않아서 그랬던 것인지. 차라리 그보다 뒤에 방영한 '파스타'라는 드라마가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드라마가 만들어진다고 했을때 아무래도 회수가 많기 때문에 원작 만화의 내용을 그대로 묘사한 괜찮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했었는데,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것일까. 암튼 그렇다. 아마 식객 1과 2는 보신 이들이 많을텐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보니 대체로 2보다는 1이 재밌다는 평이 지배적인데, 필자와 다들 비슷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 보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별 갯수를 떠나서 화려한 요리의 향연이 스크린에서 되살아난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p.s)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번에 식객 2가 김치전쟁이니깐, 식객 3부터는 김치처럼 적절한 테마를 정해서 시리즈로 만들면 어떨까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