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고려사 - 몽골 세계제국에도 당당히 맞선 고려의 오백 년 역사
이윤섭 지음 / 필맥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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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이 군인으로 읽은 마지막 책이 이 2권이다. 말년휴가를 나와서 이것저것 책을 사고 부대에 가져갔다가 읽었는데 우선 책을 다 읽은 느낌을 말한다면 책이 재미있고, 어렵지 않아 읽는데 부담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단 주인장이 고려사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고려 통사 개설서가 필요했는데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알게 되어 역동적 고려사를 사게 되었고 온달, 바보가 된 고구려 귀족(이하 온달로 지칭하겠다)은 기존부터 어느정도 윤곽은 잡고 있었지만 참신한 구성으로 만들어진 책이 있어서 사게 되었다. 그리고 2권의 책을 다 본 지금은 대단히 만족스럽고 흡족하다.

역동적 고려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려에 대해 일관된 입장으로 서술한 통사다. 노태돈의 '고구려사 연구'처럼 다분히 학문적으로 연구 중심적의 내용도 아니었으며 김용만의 '고구려의 발견'처럼 다양한 사실을 포괄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고려사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내는데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 역사연구가가 쓴 왕조실록 시리즈처럼 허무맹랑하게 자신의 주관적인 개념만 잔뜩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적과 원사료와 각종 학술논문 등을 토대로 책을 완성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역사 공부를 한다는 차원에서도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주인장이 고려사에 대해 일관된 틀을 짜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아울러 온달은 역사 연구가가 기획하고 역사 소설가가 글을 쓴 독특한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보는 내내 신선하고 참신하다는 생각을 멈추지 못 했다. 온달에 대해서는 기존의 학술서적이나 논문을 통해서 어느정도 개념을 잡고 있었지만 역사적인 접근만 했었지 국문학적, 설화적인 접근은 이 책을 통해서 최초로 시도해봤다. 그 결과 기존에 주인장이 알고 있었던 온달에 대한 개념에 변화가 생겨난 것이 사실이며 그가 오늘날까지 천수백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잊혀지지 않고 언급된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2권의 책을 동시에 언급한 이유는 모두 그렇게 가볍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무겁지 않은 책들이며 또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하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흔히 역사라고 하면 무겁고 딱딱하고 배우기 어려운 학문을 머릿속에 떠오르게 하는데 이 책들은 그런 개념과는 동떨어진, 그야말로 재미있고 읽기 좋은 책들이었다. 아무리 좋고 중요한 역사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만큼 학문적 중요성과 소설적 재미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데 이 2권의 책은 역사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첫 지침서로 좋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방송가에는 사극이 또 하나의 인기 트랜드로 작용하고 있는데 기존의 조선사, 그것도 왕조 중심의 시대사만 언급하던 사극에서 벗어나 요즘에는 남북국시대, 고려시대 등 다양한 배경의 다양한 인물을 중점적으로 다룬 사극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그런 현상은 퓨전이라는 형식에 걸맞게 기존 사극과 전혀 다른 새로움을 우리에게 선사하게 되고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분들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 여성들도 사극의 팬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미 홍길동, 허준, 홍국영, 대장금, 임꺽정, 상도 등 다양한 인물과 다양한 주제를 다룬 사극이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으며 최근에는 민족 최고의 영웅 이순신을 다룬 '불멸의 이순신'과 장보고를 소재로 다룬 '해신'이 방영되어 연일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현재 방영중인 두 프로그램은 극과 극인 평을 받지만 주인장은 양쪽 다 역사 알리기에 좋은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인 사실 해석과 전달에 치중하다보면 다소 정통 사극의 길을 걷게 마련이고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소설적 상상력을 가미해 극적 효과를 강조한다면 퓨전 사극의 길을 걷게 마련인데 이 양자가 어느정도 절충하는 부분에서는 좋게 이해되어야만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더이상 역사책이나 역사소설에도 변화를 겪게 되었는데 더 이상 역사책은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게 되고, 역사소설은 더 이상 허무맹랑한 극적 효과만 강조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변화에 걸맞는 가장 적당한 책이 이 두권이 아닌가 생각하며 이만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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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대 복식
박선희 지음 / 지식산업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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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1년전 김용만 선생님의 소개 때문이다. 단국대학교 문리과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대학교 대학원 석사, 국립 대만 사범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저자는 현재 상명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사학과 교수이며 상명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학과장 겸 대학원 한국학과 학과장, 사회과학부 사학전공 주임교수로 재직중이다. 특히 한(漢)나라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던 저자는 일반 복식사를 연구하는 사람들보다 중국사에 밝기 때문에 교류사나 기타 분야에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한 복식사를 잘 정리한 제대로 된 책이라는 얘기를 듣고 주인장 역시 이 책을 보게 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주인장이 복식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딱히 이쪽으로 공부를 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순전히 '고대 한국의 갑옷'에 대한 부분이 있어서였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고구려의 유명한 철갑기병에 대해서 사람들은 3세기 즈음 북방 유목사회와 북중국 일대의 영향을 받아 시작되었다는 것이 기존의 통설이었었다. 물론 삼국사기에도 실질적인 기록은 3세기대인 동천태왕조가 최초이지만 그 이전부터 꾸준히 철갑기병과 그와 관련된 기간산업은 발전해 왔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주인장이였기에 이 책을 통해서 보다 자세하고 확고한 결심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극히 만족하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우선 북중국이나 북방 일대에서 전래된 여러 복식 문화가 한국 복식문화의 근간을 이루었다는 기존 통설에 정면으로 맞선다. 가죽, 마직물, 모직물, 사직물, 면직물등 여러 종류의 옷감은 물론 관모, 웃옷과 겉옷, 바지와 치마, 신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복식, 마지막으로 상고시대부터 고대시대까지의 갑옷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펴내고 있다. 우선 그 다양성과 여러 자료들의 방대함에 신뢰성이 가지 않을 수 없으며 그로 인해 책을 읽어나가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상식들을 깰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나가게 된다.

우선 저자의 주된 주장은 모든 복식 문화가 자생발생했으며 오히려 거꾸로 북방이나 중국 일대로 전래되었다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저자의 도전이 얼마나 대담한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저자의 도전이 무리해보이지 않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그녀가 제시한 다양한 자료들 때문일 것이다.

우선 상고시대, 즉 단군조선때부터 우리 민족은 다양한 청동제, 철제 장신구와 도구를 사용했으며 그 안에서 수준높은 모직물이나 가죽 제품들을 사용했다고 한다. 역대 중국사서만 보더라도 그들은 돼지 가죽으로 옷을 해입었던 숙신이나 각종 가죽, 모직물을 입고 지냈던 주변 세력들을 사이(四夷)로 규정해서 비하하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이런 이유는 아마도 짐승의 털가죽을 입고 지냈던 주변 세력들의 복식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인장은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인들이 한겨울 추운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서 그들도 모직물이나 가죽 제품을 입었을 꺼라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비하하고 더럽게 느끼는 주변 민족들에게서 그 제품들을 수입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질 수 밖에 없었으며 문화 전파도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수준에 있어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저자는 고대한국사회와 북방사회, 중국사회의 문명사적 우위를 가늠하는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초적인 옷감에서부터 시작해서 복식사적인 측면에서 봤을때도 고대 한국사회의 복식 수준은 다른 문명권에 비해 우수했으며 또한 문화 전파의 중심에 있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갑옷에 대한 부분은 주인장이 처음부터 잔뜩 기대를 하고 봤던 부분이기도 하지만 대단히 좋은 자료들로 가득했다. 아주 오래전, 단군조선때부터 이미 우리는 뼈, 가죽, 청동, 철 등의 다양하고도 수준높은 재료들을 가지고 갑옷이나 무기류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단군조선의 수준은 당시 동아시아에서 가장 획기적이었고 수준높은 것이었는데 거대제국 한(漢)이 1년 넘게 단군조선을 공격했으나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도(전쟁에서는 승리했다) 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문화는 고스란히 열국시대를 거쳐 삼국시대로까지 이어지니 고대 왕조들이 번성했던 이유를 저절로 알 수 있어 좋았다. 그동안 막연히 생각만 가지고 있던 부분들에 대해서 좋은 지침을 전해준 부분이었다.

하지만 중화문명과의 교류 혹은 문화 전파의 측면에 대해서는 저자의 입장을 따르는 편이지만 북방 문화와의 교류에 대해서는 주인장은 조금 회의적이다. 일단 저자는 주인장이 금관문화라고 규정짓는 김씨 신라 시대의 문화에 대해서도 자생발생적으로 보고 있다. 주인장은 이 금관문화에 대해서는 누누히 말하지만 문화 전파나 문화 충격에 의한 획기적인 결과물로 보고 있는데 학계의 통설은 자생발생설 쪽인 상태이다.

저자 역시 이런 의견에 충실한데 저자가 제시하는 증빙 자료들도 물론 어느정도 일리는 있긴 하지만 단기간에 신라 사회 전체에 금관문화가 폭발적으로 생성된 계기나 4~6세기 사이에 번성하고 이후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지는 못 했다고 생각한다. 각 문명권마다 보편적인 문화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그 각각의 세분화된 부분은 특수화한 것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간과하는 모습이 없지만은 않다. 예를 들면 북방 문명권과 한국 문명권과의 연계성을 설명하는데 자주 등장하는 버클과 허리띠에 대한 문제만 해도 그렇다. 너무 자생발생설 쪽으로 주장을 하다보니 다른 의견에 대한 진로를 원천봉쇄한게 아닐까 한다.

또한 윤내현 선생님의 영향 덕분인지 사국시대(가야 포함)라든가, 여러나라시대(열국시대)라는 명칭이라든가, 상고시대의 문헌 검토 등에 있어서 편향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웠다. 덧붙여 주인장이 특히 아쉬웠던 부분들은 동물의 가죽과 모직물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사료에서 나타나는 기록들을 무분별하게 수용한 점이었다. 예를 들어 '흰 사슴을 쏘아 맞혔다'라는 식의 기록이 있으면 이것이 상징적인 기록인지, 실제 기록인지의 검토 여부없이 그 지역은 흰 사슴이 나며 그 가죽으로 모직물을 만들었다라는 식의 논리 전개를 해나간 점이었다. 특히 삼국사기의 사냥 기록들은 이런 부분에서 주의깊게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분류가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조금 안타까웠다.

일부 편향된 시각, 너무 자생발생설쪽으로 의견을 전개하는 점, 사료 해석의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대단히 잘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고대복식사에 하나의 지침서로 활용되기에도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통해서 복식사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분별력을 가지고만 본다면 괜찮은 책이라고 다시 한번 말하면서 이만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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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9-1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를 정말 성실하게 잘 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됩니다 죄다 보관함에 넣어야 할 책들 뿐이네요 한국사를 참 좋아하시나 봐요?

麗輝 2005-10-02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사 뿐만 아니라 역사라면 대개 다 좋아하는 편이지요. 아무래도 고고학을 전공하다 보니까 그렇게 될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키루스 2세 - 페르시아의 태양
기 라셰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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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지, 필연인지 주인장이 얼마전 알렉산더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구입한 책이 2권 있었다. 바로 '알렉산드로스의 음모' 라는 책과 바로 이 책이 그것들이다. 페르시아와 마케도니아에 대한 지식이 일천했던지라 영화를 보고난 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 책을 샀는데 주인장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페르시아의 태양 키루스 2세' 였었다.

일단 이 인물에 대해서 주인장이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 인물에 대해서 알고 싶었던 지적 호기심이 그 첫번째였으며 페르시아 왕실 계보는 물론 그 역사에 대해서도 잘 몰랐던 것이 그 두번째였고 마지막으로 이 책의 구성이 캐러밴들 사이에서의 야담(野談)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천일야화(天日夜話)로 알려져 있는 '아라비안 나이트' 와도 같은 이슬람 문명권 고유의 이야기 속에서 키루스 2세라고 하는 전설적인 인물에 대한 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니 책을 읽기 전부터 자못 흥분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어쨌든, 책의 첫장을 열었던 주인장은 단숨에 책을 읽어나갔는데 결과부터 말한다면 대단히 재미있게 이 책을 읽었다고 말하고 싶다.

책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한다면 '바가다테스' 라고 하는 굉장히 지적이고 페르시아 궁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음유 시인이 사르디스에서 캐러밴을 만나 수사까지 이르는 28일간의 여행길에서 캐러밴의 일행들과 나누는 이야기들로 이뤄져 있다. 그 안에는 메디아인, 페르시아인은 물론 유대인까지 다양한 출신을 가진 사람들이 동행하게 되고 그들은 각자 서로 다른 신과 사상, 정신 세계를 갖고 있지만 페르시아 제국에 속한 백성으로서 모두 동등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은 바가다테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때로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들과 다른 이야기도 하고 그들과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하면서 그들이 저녁마다 나누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되는데 키루스의 출생부터 그의 죽음까지 폭넓게 묘사하고 있었다.

이 책을 보면 알겠지만 모든 민족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인지, 아니면 북방 유목민족 특유의 전설 혹은 관습때문인지 언제나 위대한 제왕이나 영웅은 비슷한 구조의 전설 혹은 이야기를 남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키루스 2세 역시 그러한데, 그는 장차 태어날 손자가 자신의 왕위를 위협하게 되리라는 신탁을 받은 그의 외할아버지(당시 그 세계 최강국이었던 메디아왕국의 왕)에 의해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죽을 운명에 처해졌다. 하지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게된 그는 왕족이 아닌, 들판의 유목민족들과 함께 살면서 건장하게 자라난다. 그리고 여러 그리스 신화에서 나타나듯이(흡사 오이디푸스처럼) 신들의 도움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모를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되고 곧 원래의 권위를 되찾는다는 식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왕의 자리에 올라 거대한 제국을 이룬 그를 역사는 두고두고 칭송하게 된 것이다. 마치 부여의 동명왕이나 고구려의 추모왕 건국설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독자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여러 유목민족들과 함께 한 키루스 2세는 성장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되고 훗날 그들은 키루스 2세가 제국을 건설하고 확장하는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이 된다. 영웅의 등장과 그를 돕는 호걸들에 대한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안에서 키루스 2세라는 인물을 둘러싼 전설과 각종 기록과 역사를 다양하게 접하고 이 안에서 소설적 형식을 가미해 독자들의 이해심을 돕고 있다. 헤로도토스가 남긴 기록을 기초로 하되, 그에 대한 각종 전설이나 신화적인 내용들을 빠지지 않고 이 안에 적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라시드 앗딘이 칭기즈칸과 그의 일족에 대해 적은 서사시 '부족지' 와 '칭기즈칸기' 와는 또 다른 기분을 맛볼 수 있으며 이규보가 남긴 '동명왕편' 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안 그래도 '고주몽' 이라고 하는 추모왕에 대한 역사소설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 책을 쓴 기 라셰는 고대 그리스어와 히브리어, 라틴어, 아시리아어 등에 정통한 인물로서 그리스 문명과 고대 문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대작가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자료 역시 폭넓고 다양하고 자세했으며 그것들은 책 안에서 하나로 융합되어 멋드러지게 묘사되고 있었던 것이다. 번역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고대문명과 역사, 고고학에 관한 해박한 지식에 놀랄 것이며 또한 그것들을 대중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그의 필치에 놀랄 것이다. 역사에 대한 책임감과 비약적인 상상력을 절묘하게 조화시킴으로써 전설과 역사가 공존하는 이 책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그는 키루스 2세라는 인물 개인적인 생활과 일생에 대한 묘사를 주로 했기 때문에 정복이나 전투, 국가 경영에 대한 부분은 최대한 배제한듯 했다. 그가 살면서 만난 수많은 여인들과 친구들, 그리고 전우와 동지들, 적들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서 그가 지니고 있던 개인적인 고뇌, 그의 사상과 종교적 신앙심에 대한 부분, 그가 제국을 경영하면서 가지고 있던 포부와 모든 민족을 동등한 페르시아 제국민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이 책에서 자세하게 드러나 있었다. 마치 알렉산더에 대한 묘사와 너무나도 흡사했기에 더욱 놀라웠던 키루스 2세에 대한 이 역사소설을 주인장은 다른 이들에게 한번쯤 읽어보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지루하지도 않고 재미있으며 길지도 않는 분량을 가진 이 책에서 여러분들은 역사 소설의 참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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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역사
버나드 로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 책세상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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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역사는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전쟁사 관련 서적이다.(그것도 엄청난 분량의!) 주인장이 알아보니 이미 10여년 전에 한번 출판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같은 출판사에서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한번 주인장의 짧은 식견에 통탄을 금치 못 했다. 일단, 신문에서 이 책을 보게 되면서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한국사에 관련된 전쟁 기록이 얼마나 정리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였다. 물론 이런 기대를 하면 늘상 한국사는 세계사 부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먼저 책을 구입해서 보기 전, 그 방대한 분량에 대해 놀랐고 그 분량에 비해 놀랍도록 저렴한 가격에 놀랐으며(물론 5만원 가까이 되는 거금을 들여 책을 사는 행위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주인장 주변에는 많다) 그 책을 쓴 저자와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의 저자의 노력에 놀랐다. 주인장이 늘상 말하지만 서구제국주의 시절에 쓰여진 수많은 책들은 모두 그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놀랍도록 방대하고 폭넓은 자료들을 토대로 완성된 것들이기 때문에 모두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앞서 주인장이 비평을 쓴 책 몇편에도 이런 언급을 한 기억이 있다) 또한 그런 책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들이 배우는 각종 학문들이 발달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 주인장은 이런 것들이 부럽다. 물론 지금 와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암튼 이 책 역시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책이니만큼 '명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일단 이 책은 몽고메리라고 하는 대단히 유능하고 또 유명한 군인이 쓴 전쟁사 관련 서적이다. 그렇다면 흔히들 군인 본인의 일대기나 회고록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 정통한 전쟁사가들이 봐도 무방할 정도의 방대한 자료와 역사적 사실들을 총정리함은 물론, 수십년간 야전에서 숱한 전투를 치뤄왔던 사령관으로서의 전쟁 철학과 인생 철학이 모두 담겨있는 그런 책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책이 가치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육사 출신의 엘리트 장교들이나 군관련단체 등에서 일하는 전문인들이 쓴 전쟁사 관련 서적이나 책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시대와 장소를 꽤뚫는 책은 없다고 주인장은 생각한다. 우리의 현실이 이런 책이 등장할만한 여건이 안 된다는 사실을 물론 알고 있지만 그것을 떠나서라도, 책의 내용이나 구성, 관련 사료, 인용 자료 등의 부분에서 몽고메리가 쓴 전쟁의 역사를 따라올만한 전쟁사 서적은 없는 것 같다고 본다. 물론 이 말뜻은 전문인이나 비전문인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양 서적이든, 전문 서적이든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는 소리가 될 것이다.

누가 말했던가. '좋은 책이란 모든 사람이 재밌고, 쉽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주인장이 특히 이 책을 보면서 주의깊게 보고 또 가슴에 와 닿았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전쟁의 본질'이라는 제목을 가진 부분인데 책 첫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의 수십년간의 군인으로 산 인생 철학이 느껴지는 듯 했었다. 그는 전쟁에 있어서 전략과 전술이라는 부분 이외에 '리더쉽'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주목했고 이 부분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소홀히 해왔던 '인간적인 면'에 대해서 서술하게끔 했으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 이 책을 통독하면 전쟁에는 인간적인 면이 있다는 것이 명백해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역사가들은 흔히 그러한 측면을 소홀히 해 왔다. 인간적인 면은 이 책에서 줄곧 언급될 것이며, 역사적 인물들의 인간적인 약점을 지적하면서도 나는 전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모든 것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피로, 공포, 소름끼치는 상황, 심한 결핍, 궁극적으로는 부상의 확실성과 죽음의 가능성, 그런 모든 것이 전쟁터에 도사리고 있다. 병사는 만일 그가 용기를 가졌고 자기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며 직속 상관과 전우들을 신뢰한다면, 그리고 결코 불가능한 일을 하도록 요구받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면, 그런 모든 것을 무릅쓸 것이다. 전쟁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문제들을 이해해야 한다. 물론 군인이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더하다 ---

주인장이 미국에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가 대학에 들어가고 얼마 안 되었을때니까 아마 2000년 겨울방학때였을 것이다. 그때 친척과 함께 어떤 큰 서점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사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주인장이 영어로 빼곡하게 쓰여져 있는 두꺼운 사전같은 책을 펼쳤을때 제일 처음 나온 부분은 다리우스군과 대치한 알렉산더의 그리스군을 묘사한 삽화였었다. 그리고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칸나대전이었는지 다른 전투의 삽화였는지 포에니 전쟁에 관련된 삽화도 하나 있었던 것 같았다. 그 당시에는 까짓꺼 영어 공부해서 이 책 보지,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보면서 만약 그 책을 샀다면 비싼 돈 주고 먼지에 쌓여있게 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대한 주인장의 애착이 더욱 강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는 고대, 중세, 유럽, 동양, 1- 2차 세계대전, 냉전 등에 대해서 구분해서 서술하고 있다. 물론 주인장이 가장 관심있게 본 부분은 동양 부분이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중국은 물론이고 몽골과 일본, 심지어는 인도에 대한 부분도 할애되었지만 한국사에 대해서는 거의 적혀있지 않고 있었다. 이순신 장군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현실이 그 당시에도 존재했지만 오늘날에도 세계 여러 나라들이 한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 하다는 현실이 더욱 주인장을 가슴아프게 한 것 또한 사실이다.(하물며 한국인들도 한국사를 잘 모르는데 외국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는 동양 전쟁사 부분을 서술하면서 인물 중심적인 서술이 더욱 빛을 발휘했다. 이순신 장군을 묘사한 부분에서도 리더쉽이나 성격적인 면을 강조함은 물론, 그의 기계적인 능력(거북선 제작에 관련한)을 적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했다. 서양인 특유의 실용적이고도 합리적인 사고에 입각해 분석(?)한 이순신에 대한 묘사는 '칼의 노래'에서 묘사된 것과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면이 다르긴 하지만 그나마 이순신이 없었다면 한국사는 전쟁사 부분에서 완전히 묻혀버렸을 것이다.

그는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라는 진리와도 같이 쓰이는 이 말에 충실히 책을 써 나갔던 모양이다. 모든 전쟁을 인간을 중심으로 보고 있으며 또한 모든 인간을 충실하게 재현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야전사령부에서 지휘관이 바라보는 전쟁과 최전방 전쟁터에서 숨막히도록 전진하는 병사가 바라보는 전쟁은 분명히 다르다. 몽고메리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단순히 거시적인 안목에서, 혹은 전체적인 틀에서 서술하는 전쟁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전투에서 전략이 어떻게 잘못되었고, 전술이 실패했다는 식의 기술은 무의미하다. 그 전쟁이 왜 일어났고,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숱한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보였는지, 그 전쟁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몽고메리는 전쟁사를 서술하면서 내내 그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주인장은 이 책을 보면서 포스트잍으?의문나는 점이나 아쉬운 점들을 적어 책 곳곳에 붙여봤다. 그 안에는 몽고메리가 서술한 것들에 대해 자문(自問)해 본 것들, 그가 생각한 것과 다른 내 생각들, 이 정도는 서술해야 될텐데 왜 적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들이 적혀 있었다. 물론 전쟁사에 대해 몽고메리의 1/10도 안 되는 얄팍한 지식을 갖고 있는 주인장이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주인장의 부대장님도 이 책을 빌려달라고 하셔서 보고는 감명깊게 읽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간혹 군사용어 해석에 있어서 잘못된 부분들이 보였지만 전문인이 아니면 잘 모를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용어 해석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오역이 있었다해도 몽고메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전달하기에는 부족함이 크게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보다 밝은 미래가 오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을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공유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장에게 있어 이 책은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줬다. 무려 보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왠만한 책은 2~3일이면 다 읽는 편이다) 부대에서 읽어낸 이 책은 단순한 전쟁사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그 전쟁이 담고 있는 세계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진정한 의미뿐만 아니라 전쟁의 본질까지 같이 전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쟁의 본질을 접한 우리들은 제 1, 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를 거쳐 앞으로는 전쟁이 없는 사랑과 평화로 가득찬 세상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스스로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가치를 지닌 책이기에 동양전쟁에 대한 부분이나 한국사에 대한 부분이 미흡하더라고 하더라도 주인장은 이 책을 읽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국가라고 해서 결코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전쟁이라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에 대해서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을 통해서 얻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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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이용대 옮김 / 한겨레출판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인류학 혹은 신화학 관련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라 한다. 처음에 주인장은 이런 책이 있는지도 잘 몰랐는데 어느날 동생이 이 책을 샀다고 혹시 볼 생각이 있으면 부대로 보내주겠다고 해서 보게 됐을 뿐이다. 동생과 전화상으로 얘기했을때는 분량이 어쩌느니, 내용이 어쩌느니, 어떤 책이느니 뭐 이런 얘기를 하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봤는데 알고보니 상당한 고전이 아니겠는가. 마침 '문명'에 대한 글을 쓰고 있어서 인류학 관련 저서를 한권 정도 필요로 했던 터였기 때문에 더욱 주인장에게 필요로 했던 책이기도 했다. 일단, 보면 알겠지만 분량이 상당하다. 원래의 책은 1890년 초판이 2권, 1900년 재판은 3권, 1906~1915년에 나온 3판이 12권이으로서 상당한 양이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방대한 사례나 자료를 대폭 줄이고 이론적 원리를 살려 편집한 것이 특징이었다. (그래도 주변에서는 900페이지가 넘는 책 자체가 엄청난 양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한다.)

늘 그렇지만 책의 순서를 보면서 주인장은 뭐랄까, 알수 없는 희열감이라든가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해냈다는 그런 짜릿한 기분을 맛볼수가 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주인장이 갖고 있던 시야를 몇단계나 넓혀준 책이었으며 단지 그 순서만 보고 이 책의 구성이 어떠한가만을 살펴봤을 뿐인데도 주인장에게 많은 지적 영감을 일깨워준 셈이었다. 대강의 순서를 적어보자면 '제 1권 숲의 왕' '제 2권 신의 살해' '제 3권 속죄양' '제 4권 황금가지' 이렇게 이뤄져있는데 대부분이 주술과 신학, 종교, 사상적인 부분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었다.

이 책을 보기전 주인장이 문명에 관련된 글을 하나 쓰고 있다는 얘기를 했을 것이다. 그 글에 대해 잠깐 얘기하자면 주인장은 어떤 문명이든, 또 어떤 시대에든 대부분의 문명 집단은 보편적인 특징이 강했으며 또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대부분 비슷했다는 생각을 그 글에 담아보려고 하고 있다. 즉, 1,000년전 로마의 시민이나 1,000년후 조선의 백성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소리다. 즉, 인류 문명은 시간이 흐를수록 진화하고 발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삶의 양태만 변천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주인장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봤을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주인장에게 좋은 자료도 제공했지만 사상적으로도 좋은 토대를 마련해줬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제 1권의 주된 내용은 숲의 왕으로 대표되는 사제왕, 즉 제정일치된 사회에서 볼수 있는 지도자에 대한 내용이다. 네미숲의 사제왕부터 시작해서 천년제국 로마의 황제에 이르기까지 종교적-정치적 지배자에 대한 서술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는데 책을 보면서 주인장이 떠올렸던 것은 바로 부여의 왕에 대한 기록이었다. 가뭄이나 국가적 재해의 피해를 입고 죽임을 당했던 부여의 왕, 그 기록을 두고 우리는 지금까지 부여의 왕권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으며 정치적인 입지도 약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과 연관시켜 본다면 부여의 왕은 제정일치된 사회의 강력한 지배자였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 내용은 제 2권으로 이어지면서 보다 확실해지는데 이런 제정일치 사회의 지배자들은 잘못을 했거나 일정 기간이 흐르면 하나의 의식을 행한다고 한다. 즉, 기존의 실력자를 죽이고 새 사람을 앉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변했고 대리 왕을 임명해 며칠간 무한한 권위를 부여했다가 그 사람을 대신 죽인다거나, 아니면 아들에게 대신 왕위를 물려줬다고 그 아들이 죽으면 다시 왕위에 오르는 행위 등으로 변해갔다는 것이다. 물론 더 시간이 지나면 실제 희생양은 사람에게서 무생물 혹은 다른 동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인장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부여왕에 대한 기록이나 고대 한국사에서 볼수 있는 국가적 제천 의식들(동맹, 영고 등)에 대한 새로운 의식 전환을 꾀할 수 있었다. 짜릿한 흥분감과 함께 말이다.

이런 인류의 사상적 변화가 주술-종교-철학으로 발전해나간다는 그의 지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너무 심한 비약같지만 '천사와 악마'라는 베스트셀러를 가지고 추측한다면 종교와 철학에서 과학이 파생됐다고 해도 그다지 무리가 있는 것 같지만은 않다. 이처럼 프레이저 경은 수많은 사례와 추론 등을 제시해가면서 그의 의견을 피력해나가는데 하나같이 충격적이고 또한 획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이하게 생각되었던 미신이나 문화 전통, 자연과 인간 삶의 비밀들까지 드러내어 이 책이 발간되던 19세기에는 금서(禁書)가 될 정도로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지도 않을 정도이다.

특히나 주인장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참신한 해석과 신성한 매춘에 대한 해석이었다. 그리스도에 대한 관심은 '다빈치코드'를 보면서 한껏 고조되었는데 그 책에서 그리스도를 두고 다윗왕의 후손, 즉 왕가의 후손이라는 의견을 피력한다면 프레이저경은 그를 두고 앞서 말했던 의식에서 쓰였던 일종의 속죄양, 희생양이라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가 실제 왕가의 후손이 아니라 어떤 신성한 의미를 지니고 있던 종교 의식의 제물로서 죽었다는 사실이다. 이 내용은 '역사 속의 영웅들(Heroes of History )'에서 윌 듀런트가 그리스도를 파격적인 정치적 혁명가로 묘사한 내용과 또 다른 의견이어서 더욱 주인장에게 와 닿았다. 그리고 프레이저경은 매춘을 통해 신에게 도달하는 창녀나 금욕을 통해 신에게 도달하는 수녀나 다를 것이 무엇이냐는 파격적인 메세지를 우리에게 남긴다. 그 모습은 비록 극과 극이지만 그 추구하는 사상적인 목표는 같지 않냐는 것이다. 신성한 매춘은 '그리스 로마 신화 2권'에서 이윤기가 묘사한 내용들과도 상당히 밀접하기 때문에 한번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주인장이 특히 놀랐던 것은 19세기 서구문명 중심주의가 한껏 고조되어 있을 그 시기에 프레이저 경이 이 책을 써서 인류 사상과 문명의 보편성과 획기적인 재해석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이 내용들은 하나같이 지금 우리가 봐도 상당히 진보적이면서도 참신한 내용들이 대부분인데 무려 140여년 전에는 어떠했겠는가. 이 책을 읽음으로써 주인장이 인류학이라는 분야에 더욱 빠져든 것은 물론이거니와 군대에서 봤던 최고의 책 중 하나로 더 꼽힌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책을 볼때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나는 나중에 저런 명저를 남길 수 있을까?' 하는 자아비판이다. 물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주인장이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여담이지만 중간중간에 한국에 대한 언급도 나와있어서 흥미를 끈다. 예를 들면 아기가 태어나면 삼칠일(21일)이 지날때까지 조심해야 한다는 등의 미신적 풍습 말이다. 아프리카 오지의 원주민들부터 유럽 농촌의 농민들에까지 그가 제시하는 정말 엄청난 분량의 실례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책 분량은 정말 엄청나게 많은 편이지만 정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인류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주인장이 책임지고 보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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