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개소문
강무학 지음 / 문예춘추(네모북)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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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고보니 저자는 이 책을 먼저 쓰고 그 다음에『광개토대제』를 썼다. 그러면서 SBS 드라마〈연개소문〉을 책으로 읽는다는 광고도 잊지 않고 있다. 이 책이나, 그 책이나 사극 방영과 맞물려 출간된 책이다...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책을 쓸까~하는 생각에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역사 관련된 책이나 소설을 꽤 썼음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이 2권의 책만으로도 저자의 사관(史觀)을 알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얼핏 지나가다가 확인하고 어이가 없었던 사실은 이 책과『광개토대제』의 겉표지가 같다는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무슨 시리즈물이라면 모를까 서로 다른 인물에, 서로 다른 시대를 다룬 서로 다른 책의 겉표지가 왜 같을까? 어이도 없었고, 황당했고...암튼 그런건 신경쓰지 말고 책을 펼쳤다.

저자의 머리말을 주욱 읽어봤다. 저자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많은 참고자료들을 읽어본 것 같았다. 또한 본인 스스로 전쟁 장면도 고대의 병법이나 전술에 의거해서 구성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픽션적인 요소가 없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진실을 묘사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자 했음을 강조했다. 어느 정도의 안목으로 당시 상황을 봤을까~라는 생각에 겉표지에서 느꼈던 점은 무시하고 다소 기대감을 갖고 책장을 넘겼다. 일단 등장인물들을 주욱 봤는데 이내 애초의 기대감이 부질없는 것임을 느꼈다. 일단, 연개소문을 태대막리지 장군이라고 소개한 점, 막리지라는 직함의 용어 사용에 대한 지식이 미숙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연태조를 동부대인이자 동부총관으로 소개하고 있고 남수북공파의 주장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남수북공이니, 서수남진이니 하는 표현은 당시 고구려의 대전략(大戰略)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정의를 좌무위장군 겸 대막리지라고 소개한 점도 의아했다. 좌무위장군이 고구려 고유의 관직이 아닌데 차라리 사료에 나오는 것처럼 대대로로 등장시키는 것이 나았을 것 같았다. 그리고 고-당 전쟁시 당나라측 장군을 이정이나 이개적(가공의 인물), 이세적 등으로 한정시킨 것도 조금 의아했다. 고-당 전쟁은 몇명의 장군이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맞붙은 전쟁이 아니라 각국이 수십명의 내노라하는 장수들로 하여금 수십만의 대군을 지휘하게 했던 대전이기 떄문이었다. 암튼 등장인물 소개부터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용상 독특한 점을 꼽자면 기존의 연개소문 관련 역사소설(뭐 대부분 유현종의 아류작들이지만)과 비슷한 내용을 담으면서도 다른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TV 드라마〈연개소문〉에서 연개소문이 어린 시절 김유신 집에서 하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설정해 많은 욕(?)을 먹었고, 유현종이 그의 소설에서 연개소문이 젊었을 적 당으로 건너가 이세민과 그 일당과 친분을 맺는 내용이 나온 것(드라마에도 반영된 내용이지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와 약간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물론 갓쉰동이가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개소문이 어릴적 사부의 뜻에 따라 신라인 집에서 일부러 하인 생활을 하는 설정을 했다. 당으로 떠나는 내용은 없고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연개소문이 어릴적 타국에서 고생을 하고 돌아온다는 설정은 변하질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마 이는 연개소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사료가 없다는 점, 그에 대해 신채호 선생님이 갓쉰동전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 연개소문이 아버지의 직위를 이어받는 과정이 순탄치 못 했다는 점 때문에 생겨난 일종의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후 작품에서도 계속 이런 설정을 지속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돌궐- 당의 전쟁에서 돌궐의 원병 요청과 맞물린 삼국의 국제정세를 중요한 시대적 배경으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당시 시대적 배경상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에 이런 소재 선택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젊은 연개소문이 돌궐로 건너가 돌궐병을 이끌고 뛰어난 전략전술로 당군을 궤멸시킨다는 설정은 다소 의아했다. 아마 저자는 연개소문의 젊은 시절에 대한 묘사를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하기 위해서 괜찮은 소재를 선택한 듯 하지만, 잘 활용을 못 한 것 같다. 오히려 연개소문의 젊은 시절에 대한 묘사가 필요했다면 젊은 시절 잦은 전투의 참여나 사냥, 고구려 귀족으로서의 정규교육을 받는 모습 등을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기존에 흔히 접했던 연개소문 관련 소설이나 드라마와는 다소 차별성을 둔(두고자 노력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지만) 점은 긍정적으로 봐줄만 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그보다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일단, 연개소문이 어느정도 정치적 입지를 획득하기 전까지 고구려 내부적인 정치적 분열이라든가, 연개소문이 고난을 이겨내는 장면 묘사에 주력하고 있어 전체적인 분량에서 연개소문의 활약상이 그닥 많지가 않다. 연개소문이 정권을 잡고 고-당 전쟁을 수행하는 분량은 전체 내용에서 1/3 정도가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저자의 초반 장담과는 달리 다소 허술한 용어 사용이나 구성 등이 계속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육화진이니 뭐니 제갈공명이니 뭐니하는 표현도 그렇고, 연개소문이 영류왕을 베고 바로 태대막리지에 올랐다는 설정도 그렇고 저자가 과연 관련 사료들을 제대로 살펴봤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리고『광개토대제』에서는 더 문제였던 부분(아마 관련 사료가 더 적어서 그랬겠지만), 지극히 중국적인 시각이나 표현 등을 여과없이 썼던 점도 이 책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는 부분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이 책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고-당 전쟁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전략전술은 커녕 당시 전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상황에서 쓰여진 글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엉성했다. 태종의 오른팔과 왼팔로 이세적과 강하왕 이도종만 등장하는 것도 우스웠고 말이다. 당시 당군에는 내노라하는 명장들이 수도없이 많았는데 말이다. 당시 군대의 규모라든가, 편제 등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은 것도 물론이요, 전쟁 묘사에 있어 긴박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안시성 전투에 대해서도 진부한 내용만을 답습하고 있었고(물론 외굴과 내굴의 흐르는 물을 이용한 수공이라는 설정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한번의 전투로 대번에 쫓겨나는 당 태종에 대한 표현도 우스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인장이 가장 황당해했던 사실은 연개소문이 당 태종을 쫓아 만리장성을 넘었다는 설정이었다. 당시 연개소문이 당 태종에게 항복 사절을 보내고 전쟁 배상금을 요구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고구려가 중국 내지까지 군대를 이끌고 갔다고 보는 것은 금물이다. 그럼에도 양자를 혼동하는 경향이 큰데 여기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1차 고-당 전쟁이 끝나고 연개소문이 당에 항복 사절을 보내고, 백제와 신라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마무리짓고 소설은 끝난다. 마치 이걸로 연개소문에 대한 얘기는 끝났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연개소문의 화려했던 업적과 전공은 소개하고 고구려를 멸망으로 이끌고 갔던 내용은 빼먹은 것이 눈에 빤하게 보였다. 너무 의도적인 것 같아서 말이다. 물론 1권의 책에 다 담을 수 없다는 핑계를 댈 수는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량에서 연개소문의 젊었을적 내용은 많이 싣고 고-당 전쟁 한차례만 치룬 뒤 서둘러 글을 마무리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의도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촉한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삼국지연의』에서 촉한의 멸망과 함께 이야기를 마무리했던 것처럼 말이다. 암튼 시작에 비해 말만 번지르르하고 허접하게 끝낸 글이었기에 읽으면서 점점 실망감만 커졌던 것 같다.

시대 조류에 휩쓸려 이런 책이 자꾸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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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사신 광개토대제
강무학 지음 / 문예춘추(네모북)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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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큰 인기를 끌었던 퓨전사극 중에〈태왕사신기〉가 있었다. 배용준이 주연을 맡은 데다가 광개토태왕에 대한 최초의 사극이라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사극이다. 그와 더불어 광개토태왕이 재삼 주목받은 인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MBC-TV 역사드라마〈태왕사신기〉를 책으로 읽는다!'라고 소개하고 있어 처음에는 이 책이 드라마의 원적인 줄 알았다. 하지만 단지 그런 시류에 맞춰 나온 소설에 불과했다. 제목만 비슷하게 해서 꾸민. 제목에서 알 수 있지만 저자는 광개토태왕을 대륙을 지배한 영웅으로 그려내고자 하고 있다. 영토를 크게 넓인 군주이자 주변 제국들을 정복한 위대한 정복군주의 像을 소설 속에서 그려내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 점이 일단 별로였다. 아직도 광개토태왕의 겉모습에 치중한 묘사밖에는 할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재밌는 점은 제목에서는 광개토대제라고 했지만 실제로 본문에서는 오직 광개토왕이라고만 칭하고 있었다). 

책장을 넘겨 등장인물과 목차를 살펴봤다. 기존 역사소설과는 다른 등장인물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광개토태왕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모용수는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족이지만 실제 '광개토태왕비'에 적힌 고구려의 적대국가를 보면 잔국(후에 왜로 기록되는)과 백잔의 비중이 더 크지, 후연은 그닥 중요한 적대국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삼국사기』에 후연이 비중있게 다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은 정립이 쓴『광개토대제』가 광개토태왕을 그린 효시적인 소설책으로서 잘못 길을 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든 느낌을 미리 말하자면 마치 이덕일의『오국사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뭔가 스케일이 큰 내용을 말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이런저런 사건들을 배합해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고증이나 인과관계, 상호 연관성에서 미흡한 그런 책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장을 넘길수록 그런 안타까운 순간이 많았다. 

이 책도 역시 그 시작은 정적들에 둘러싸인 담덕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었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라면 다른 책에서는 정적들의 힘이 워낙 커서(황후와 국상 등등) 담덕이 정말 어렵게 위험에서 벗어나지만 여기에서는 아버지 이련이 어느 정도의 군사권을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담덕도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있어 마치 주몽의 어릴적 행보를 그려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 독특한 점은 봉상왕(저자는 봉산왕이라 적고 있다. 오타가 아니라 잘못 알고 있는 듯 하다)의 후손들이 미천왕의 후손들에게 복수를 하려한다는 설정을 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분인데 충분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전진의 부견을 두고 불교와 황노술을 주변 국가에 퍼뜨려 그 힘을 약화시키려는 인물로 해석하고 있어 그 점도 독특했다. 알다시피 전진과 고구려는 전연을 공동의 적으로 삼고 친선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이런 설정은 조금 개연성이 부족하지만 다른 소설책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요소들을 삽입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더불어 고구려에 석전을 담당하는 석포부대(돌팔매부대)가 있었다는 설정도 신선했던 것 같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자성어의 남발(특히 대화 도중에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은 진짜 NG였다. 저자가 6살부터 한학을 배워 그쪽에 조예가 깊어서 그런 것 같은데 이는 자못 한국사를 중국사의 시각에서 보게 되는 우를 범하게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런 흔적은 곳곳에서 보이고 있었다. 또 참고자료들을 많이 살펴보지 않은 부분들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人名이 부정확한 것도 그렇고,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팩션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것도 그러했다. 특히 고구려의 경자대원정과 같은 대규모 남정에 대해 그 주적을 백제가 아닌, 백제를 도우러 온 왜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 그러했다. 백제왕과 중신들이 원군으로 온 왜군들이 안 도와주고 돌아간다는 말에 쩔쩔매는 상황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 했다. 더불어 4세기 고구려가 요동뿐만 아니라 요서까지 경략하는 것으로 설정한 점, 광개토태왕때 이미 장안성 천도를 준비하는 것으로 그리는 점 등은 보는 내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역사 고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부분들이었다. 대체 엉터리 내용만이 난무하는 역사소설을 읽고 대체 누가 광개토태왕의 일대기를 제대로 읽었다고 하겠는가(광개토땅에 묻힌 왕이어서 광개토왕이란다. 여기에서 GG쳤다).

또 하나 읽는 내내 신경쓰인 점은 문체가 마치 불필요한 설명문들의 조합처럼 여겨졌다는 점이다. 대만이나 홍콩만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만화책에 적절한 대화와 나레이션, 그리고 그림이 있으면 충분한데 그쪽 만화책들은 일일히 매칸마다 캐릭터들의 동작과 생각 등을 설명체로 친절하게(?) 적어놓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계속 그런 느낌이 들었다. 등장인물간의 대화에서도 그렇고, 배경설명에서도 그렇고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설명조로 꾸역꾸역 채워넣은 것 같았다. 그래서 주인장으로 하여금 약간 짜증을 느끼게도 했다. 573쪽이라는 분량이 적지는 않지만 재밌는 책이라면 이 정도 분량이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몇몇 부분들 때문에 읽으면서 거슬리는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분명 저자는 광개토태왕에 대한 연구성과를 많이 접하지 않았으며 당연히 그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러했다면 아주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 인용과 묘사에 있어 이런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기존 역사소설(광개토태왕을 다뤘던)과는 다른 시도를 하고, 그런 부분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한 면모는 보인다. 광개토태왕의 정복전쟁을 거시적인 안목에서 보려던 시도도 좋았다. 세부적인 묘사에서 새로운 내용들이 들어간 것 역시도. 하지만 서로 맛이 다른 음료수 4~5개를 섞어 이상한 맛을 내는 칵테일을 만든 것 마냥 그것을 마시는 사람에게 결코 좋은 느낌을 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광개토태왕에 대한 묘사가 어디까지나 피상적인 것, 당시의 시각이 아닌 요즘의 시각, 고구려가 아닌 중국적인 시각 등에 국한되어 있는데다가 짜집기를 잘 못해놨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반쪽짜리 소설책이 되고 말았다. 저자가 이것 말고도『연개소문』이라는 소설책도 썼던데 그것도 읽어볼 생각이다. 아마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이것과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쨌든, 이런 소설들이 자꾸 나와 밑거름이 되어 정말 좋은 역사소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소설책들이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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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4-02-06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광개토태왕 책 320 몇 쪽 되는거 있는데 중고책으로 다른 두꺼운책이 있길래 구매 하려고 했는데 이글을 보고 나서 안사고 기존에 있는거 보려구요 ㅋㅋㅋ

※억지로 쪽수를 늘린 것 같은 책은 지루해질듯 싶네요;;
 
태왕신화 - 광개토의 전설
한대희 지음 / 미르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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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무계(稽)...
책을 읽는 내내 주인장의 머릿속에 떠오른 네글자다. 어떻게 이른 소설을 쓸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기만 했다. 시중에 보면 광개토태왕에 대한 책이 요즘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이 소설이지만(관련 연구서는 이제 한계점에 도달한 듯 싶다) TV 드라마의 영향도 있고 이런저런 국민적 관심때문에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무분별한 소설책의 난무는 정말 문제가 많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먼저 제목부터가 주인장에게 어색하게 와닿았다. 광개토태왕을 두고 '신화'니 '전설'이니 하는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연 중에 필자가 광개토태왕을 이미 전설이나 신화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장을 하나씩 넘기면서 그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주인장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해모수 장군과 다물군'이라는 단어였다. 그 뒷장에 보이는 것은 '예소야'였고 말이다. 이거 어디서 많이 봤던 단어들 아니야? 그렇다. 바로 TV에서 했던 '주몽'이라는 사극에 등장했던 단어들이다. 그것을 그대로 소설에 인용하다니. 황당했다. 역사소설을 쓴다는 사람이 TV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하는 것은 생전 처음보는 일이었다. 창의력에서 마이너스 아닌가. 그리고 페이지를 계속 넘기는데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유리명왕의 태자 도절을 송씨의 아들이라고 한 점, 해명을 두고 치희의 자식이라고 한 점에서 예전에 주인장이 가졌던 생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전에 주인장은 유리명왕의 가계에 대한 고찰을 하면서 도절을 송씨의 아들로, 해명을 화희의 자식으로, 대무신왕을 도절의 아들로 설정했던 적이 있었으며 이런 설정을 다른 연구에서는 보질 못 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식의 가계 설정을 한 것을 보고 의아하기까지 했다. 생각이 비슷한건지, 아님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정보를 활용한 것인지 말이다. 암튼 프롤르그 내용이 왜 거기에 있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탐탁치않은 마음으로 책을 계속 읽어내려갔다.

책을 읽다보니 익숙한 내용이 나왔다. 소수림왕 시절 황후의 오라비로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국상 개연수가 등장하고, 태대형 가리치가 등장하고 하무지라는 절세 지략가가 나오고 이래저래 많이 보던 책에서 나온 내용과 똑같은 내용들이 나오고 있었다. 바로 정립이란 사람이 쓴『광개토대제』라는 소설에 나온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대로 그 내용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유현종이 쓴『연개소문』이라는 소설의 내용을 이후에 나오는 소설들이 모두 답습하고 있는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특히나 광개토태왕 시절에 대해 쓴 소설로는 정립의 것이 거의 유일한 상태에서 그것을 베껴쓴 소설이 또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나중에 알고 경악을 금치 못 했지만 이 책의 필자는 참고문헌으로 정립의 책을 거론하고 있었다. 세상에 역사소설을 쓴다는 사람이 다른 소설을 참고문헌으로 참고하는게 가당키나 한단 말인가. 역사자료도 아니고 말이다. 참고로 말하지만, 정립의 책을 읽으면서 그가『후연서』라는 사서를 인용했다는 글을 보고 할말을 잃었었다. 그런 엉터리 소설이 있다는 것도 안타까웠지만 그 소설이 광개토태왕에 대한 거의 유일한 소설이라는 것이 더욱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내용은 점차 읽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립의『광개토대제』이후로 우리나라는 황제, 천자라는 표현에 굉장히 민감해졌고, 광개토태왕보다 광개토대제라 부르길 원했다. 또한 광개토태왕이 어렸을때 굉장히 험난한 여정을 거쳐 어렵게 어렵게 왕위에 올랐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당시 고구려의 왕권이 상당히 약했다는 설정을 고수했다. 더불어 후연이라는 나라와 후연의 모용수라는 인물을 크게 부각시켜 그런 강력한 나라를 상대로 싸워 이긴 고구려가 정말 대단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후연은 전연에 비해 국세가 굉장히 약한 나라였었다. 그 설정 자체가 주인장에게는 상당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뻔뻔스럽게 말이다. 

게다가 실제 역사를 왜곡시킨 구성도 그렇고 황당한 내용들도 어이가 없었다. 불교 도입으로 인해 고구려의 상무정신이 약화되었다는 것도 그렇고, 고구려의 왕실이 4세기 중후반 약했다는 것도 그렇고, 후연이니 백제니 30만, 40만 대군을 우습게 모집해 전쟁을 벌이는 것도 어이가 없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만화나 소설보다도 못한 내용들이 버젓히 책으로 쓰여 나왔다는 것 자체가 황당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황당하다는 얘기를 주변에 했더니 누가 하는 말이...나는 책을 많이 봤으니 이런 걸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아~이게 진짜 역사구나, 라고 느낄 것이라고 말이다. 순간 움찔했다. 정말 그러면 어떡하지? 이 책 한권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잘못된 사실을 알고 믿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인터넷 정보와 각종 소설들을 짜집기한 황당한 소설책. 게다가 책 뒤에는 참고문헌이라고 10권 남짓한 책들이 적혀 있었는데,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삼국사기』번역본이야 그렇다치고『상고사의 새 발견』과 같은 책은 대륙삼국설이 적힌 책인데 그런 책을 참고한 소설책이니 그 내용이야 볼짱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다가『소설 일본서기』까지. 분명 신영식 선생님 책이나 김철준 선생님의 책을 참고했다고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에는 그런 내용들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비주류의 조합물이라고 할까? 아니, 비주류라기 보다는 자료같지 않은 자료들을 짜집기한 소설책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광개토태왕의 모든 업적을 신화니, 전설 따위로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잘못된 생각을 갖고 쓴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필자는 단순히 광개토태왕을 중원대륙을 미처 제패하지 못한 제왕, 대륙의 정벌자로서 최강자였던 인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아직도 이런 80년대 사고방식을 갖고 책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황당할 따름이다.

별을 준다면 빈 별 반개 주기도 아까운 책이다. 주인장은 왠만하면 어떤 책이든 읽으면 단 한개의 자료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 책에서는 정말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야 그렇다치고 이 책을 앞으로 읽게 될 독자들에게 저자는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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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얼굴
존 키건 지음, 정병선 옮김 / 지호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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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존 키건. 세계에서 손꼽히는 전쟁역사학자 중 한사람이다.『선데이 타임즈』가 "의심할 여지 없이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영어로 씌어진 전쟁에 대한 6권의 책 중에서 단연 최고다."라고 극찬한 책을 쓴 저자. 주인장이 존 키건을 알게 된 것은 그의 책을 읽으면서가 아니다. 존 린의『배틀, 전쟁의 문화사』를 읽을때 존 린이 존 키건을 비판하는 것을 보면서다. 과연 그가 누구길래 이런 비판을 받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존 키건의 책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고 이 책은 그 첫번째 책이다. 이 책은 1974년에 출판되었고 그의 핵심 사상이 담겨 있는『세계전쟁사』보다 무려 20년 전에 출판되었다. 즉, 그가 전쟁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최초로 정리한 것이기에 이 책을 처음 읽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하나씩 알게 될 그의 사상을 접할때 부담감이 덜할테니 말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아쟁쿠르 전투, 워털루 전투, 솜 전투 이렇게 3가지 서로 다른 전투를 통해 전쟁에 대한 그의 생각을 말하고자 하였다. 조금 순서를 바꿔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전쟁'의 본질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었다. 흔히들 전투, 전쟁 이런 말을 쓰지만 정작 다양한 공간, 다양한 시간 속에서 행해진 이런 행위들이 공통적인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면 과연 그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하는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답으로 저자는 '인간'을 꼽고 있다. 인간의 행위라는 점에서 그것들이 전투 혹은 전쟁이라 불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클라우제비츠의 정치의 연장선상에서 전쟁을 인식하는 사상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쟁을 정치사가 아닌 인문학의 한 분야로서(마치 철학처럼) 이해하고자 하고 있었다. 그 접근방법부터가 주인장에게는 굉장히 신선했다.

뒤이어 책장을 넘기면서 그 신선함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말해서 주인장이 그렇게 많은 전쟁사 관련 서적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처럼 전투 및 전쟁을 분석한 책은 보질 못 했다. 저자는 단순히 거시적인 시각에서의 국제관계나 몇몇 영웅적인 지휘관의 리더쉽에 국한한 전투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보다는 병사 개개인에 대한 세밀한 고찰에 보다 집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병사 개개인에 대한 피상적인 고찰을 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세부적인 분석을 시도했다는 것을 살펴봐야만 한다. 먼저 저자는 전장에 나선 각 병종들간의 전투상황을 세분화하였다.

아쟁쿠르전투에서는 궁수 대 보병 및 기병, 기병 대 보병, 보병 대 보병에 대해 살펴봤고, 워털루전투에서는 기병 대 기병, 기병 대 포병, 기병 대 보병, 포병 대 보병, 보병 대 보병에 대해서, 솜 전투에서는 보병 대 기관총 사수, 보병 대 보병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 순차적으로,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혼란스러운 전장의 상황을 저자는 각 병종들간의 전투로 분석함으로써 당시 전투를 보다 생동감있게 복원하고 있었다. 읽는 내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물론 그런 복원이 가능할 정도의 충분한 자료(다양한 시각에서 쓰여진 연대기, 전쟁참전용사들의 증언이나 전후 개인집필기록 등등)들이 있기에 이러한 연구가 가능할테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책이 없었다는 것은 저자만의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주인장이 놀랐던 부분은 각 병종들간의 전투상황만 자세하게 서술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부수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는 사실이다. 아쟁쿠르전투에서는 포로 살육 명령에 대한 부분을 심도있게 고찰했다. 이 부분은 그간 여러 책을 봤어도 심각하게 다룬 적이 없었는데 저자는 당시 상황을 세밀하게 분석한 다음, 그 명령에 대한 여러 의의를 도출해냈다. 책을 1/4 정도 읽었을때 이러한 저자의 분석을 보고 거듭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워털루전투에서는 백병전에 대해서 자세하게 거론하고 있었으며 솜 전투에서는 포격과 무인지대에서 본 광경(지루한 참호전의 상황을 생동감있게 표현)에 대한 장을 집어넣었다. 하나같이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서술방식이었는데 이 책이 70년대에 나왔다는 사실이 다시금 주인장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나온 책들 중에도 이와 같은 서술방식을 채택한 책은 보질 못 했다. 확실히 전쟁역사학의 대가라고 불릴만 했다. 

또한 저저가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바로 '부상병' 부분이었다. 시대가 흐를수록 부상병은 더 많이, 더 다양한 방법에 의해 생겨났지만 그만큼 전장에 바로 치료될 확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전투의 목적이 적을 더 많이 살상하는 것이기에 군의관과 전투수행자의 이런 의지는 늘 충돌해왔다는 것이다. 인간을 중심으로 놓고 전투를 분석했기에 저자의 이런 시각은 더욱 돋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략 400p에 걸쳐 3가지 서로 다른 전투를 경험하게 되는데 중간중간 지루한 부분도 없진 않다. 앞서 언급했지만 인문학적인 시각에서 전투를 바라봤기 때문에 다소 사변적인 해석이 등장한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은 주인장도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두번 세번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분명 3가지 전투에 대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시각과 다른 시각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자신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너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이 책도 다른 책들처럼 전투가 벌어지게 된 원인, 그 주인공들(영웅적인 혹은 역사적인 인물들), 전투의 경과와 결과, 전후 역사에 미친 영향 등등을 서술하고 있다. 다만 그런 부분들 이외에 남들이 다루지 않는 부분들까지 다루다보니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하게 시간을 들여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마지막에는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의 박균열 연구원이 이 책을 읽고 남긴 서평이 실려 있어 한국학계의 시각도 알 수 있고 이 책의 장단점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여기서 박균열 연구원이 평가한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을 한번 정리해보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먼저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정치와 국가에 의한' 로마식 역사관이 아닌 '지리적 위치와 인간의 행동에 의한' 그리스식 역사관을 선택하고 있음
2. 많은 사료를 동원하여 전쟁의 다양한 대립 양상 및 대치 국면을 보여주고 있음
3. 전투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 참전병사들의 인식, 전투에 투영된 사상 등 역사 해석에 중요한 요소들을 고려하고 있음
4. 전투가 진행되면서 개개 병사들이 겪는 경험과 병영 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예화를 제시하고 있음

더불어 단점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을 꼽고 있다.

1. 전쟁에 대한 정의 자체가 다른 연구 방법론에 비해 빈약함
2. 정치에 대한 인식의 한계성이 보이고 있음

장점은 뭐 주인장이 느꼈던 부분과 거의 비슷하다 할 수 있겠고 이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니 넘어가도록 하겠다. 그보다 단점 부분에서 박균열 연구원은 저자가 내린 전쟁에 대한 정의가 빈약하다는 평을 하고 있다. 저자는 그의 다른 연구에서 전쟁을 '집단적 살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전쟁의 아주 원초적인 정의를 내리고 있는 셈인데 엄밀히 말하면 전쟁은 단순히 그렇게만 정의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치 그러한 정의는 오늘날의 국가나 민족을 그 자체만으로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여러 개개인이 모인 집합체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과 비슷하다 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다른 저작을 더 읽어봐야 하겠지만 박균열 연구원의 비평은 주인장이 앞으로 염두에 둬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저자의 생각은 당연히 정치에 대한 인식의 한계성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고 밝힌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에 대한 의미는 아직도 유효한 부분이 많다. 비록 그가 당시 사용했던 '정치'의 시대적 배경이 지금과는 다르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번에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주인장은 위의 2가지 단점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고 이 책에서 그런 부분을 알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박균열 연구원의 서평이 실려 있어서 앞으로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부분을 염두에 둘 수 있게 되었다. 애초에 존 린의 책을 보면서 존 키건에 대해 알게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분명 그 전후에 나왔던 여러 전쟁사 관련 서적들 중에서 단연코 秀作으로 꼽을 수 있다 하겠다. 전제왕권하에 쓰여진 왕조기록이 대부분인 동양에서 이러한 연구성과가 나오기 힘든 것에 대한 반대급부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연구성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학자에게는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이만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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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전쟁영웅사
아드리안 골즈워디 지음, 강유리 옮김 / 말글빛냄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책은 다소 의외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쟁사(戰爭史) 혹은 군사사(軍事史) 관련 서적들을 보면 그동안 정치사 위주로 서술된 책이 많았고 그런 분위기를 비판하며 최근에는 보다 세부적인 내용, 즉 병사 개개인이라든가 전략보다 전술적인 면 등에 치중한 내용의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그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로마의 '전쟁 영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어찌보면 시대에 역행하는 책이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로마의 역사가들은 그리스 역사가들과 달리 인간 개개인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정치사 위주로 역사를 서술했고 이 책이 로마사를 다루기 때문에 그 전통(?)을 충실히 이행했나~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어쨌든, 제목에서부터 주인장이 큰 관심을 갖고 읽어본 책이었고 결론적으로는 읽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몇몇 위대한 로마 장군들의 일생을 통한 로마사를 서술하고 있었다. 물론 저자야 개개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싶었겠지만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은 그 개인이 속한 사회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었기에 이 책을 읽으면 전쟁을 거듭하며 성장한 로마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저자는 파비우스, 마르켈루스부터 시작해 15명 이상의 로마 장군들에 대해 다루고 있었으며 그들이 수행한 굵직굵직한 전쟁들은 이후 로마의 성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들임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봤을때 흥미로운 사실은 저자가 처음으로 꼽은 전쟁이 바로 한니발과 치룬 '제2차 포에니 전쟁'이며, 로마가 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계기 또한 '제2차 포에니 전쟁'이라는 사실이다. 전설에 의하면 로마는 B.C 753년에 건국했다고 하는데 세계사에 당당히 '로마'라는 이름을 떨칠 수 있었던 포에니전쟁까지는 무려 4세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갑자기 한국사의 '신라'가 떠올랐다. 그리고 신라에게는 제2차 포에니 전쟁이라고 불릴만한 것이 어떤 것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마 백제와 한수 유역을 공략한 것과 가야 諸國을 정복한 전쟁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한니발이라는 그 유명한 이름과 함께 등장한 로마 장군들부터 저자는 언급하고 있었다.

그간 로마사에 대해서는 개설서 정도만 읽어왔기 때문에(그나마 시오노 나나미의『로마인 이야기』는 완독하지도 못했다) 로마 군제나 전쟁사 역시도 개설적인 내용 정도만 알아왔었다. 그렇기에 로마 장군에 대한 저자의 언급이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로마 장군들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군사령관으로 임명되는데 필요한 정규교육을 따로 받지는 않았다. 이런 부분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대화, 약간의 군복무 시절의 경험, 개인 스스로의 연구에 의해 습득되었고 장군은 군대를 지휘하면서 본인의 리더쉽을 발휘해야만 했다고 한다. 태학이나 경당을 통해 국민들을 끊임없이 교육하고 훈련시켰던 고구려나 어릴 때부터 사냥과 전투로 몸을 단련했던 북방 유목민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로마 장군들은 한마디로 아마추어였고, 맡은 바 임무에 서툰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로마 장군들은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고 그 중 10여명이 넘는 장군들은 이 책에 소개된 것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로마 스스로가 훌륭한 군사자원을 지닌 국가였기 때문이다. 일생에 있어 군사활동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그런 군사활동을 통해 부와 권력과 영토를 늘려왔던 국가, 징병에 의한 시민군이 주축이 되어 내전과 원정까지 모든 전쟁을 수행했던 국가...바로 로마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다소 전제적인 조건부터 동양의 전제군주적 국가와 달랐기 때문에 그들의 군사적 업적과 전쟁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고 또 대단해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주인장이 이 책을 읽기 전 목차를 주욱 보면서 알고 있던 인물을 꼽자면 파비우스, 마르켈루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티투스, 트라야누스, 벨리사리우스 정도였다. 나머지 인물들은 그들이 수행한 전쟁과 관련해서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자세히 알고 있지 못 하거나 이름조차 기억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저자 역시 책의 서문에서 그런 부분들을 지적하고 있었다. 분명 로마는 전쟁으로 다져진 국가였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활약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은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음으로서 로마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주인장처럼 로마 전쟁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전쟁 혹은 전투에 대한 극히 세부적인 분석보다는 이처럼 포괄적인 개념 하에 당시 시대사를 개괄하는 것이 더 적합했다. 게다가 동양 전쟁사에 익숙한 주인장이기에 세부적인 작전이나 전투에 대한 내용보다는 정치사적인, 대전략적인 전쟁에 대한 언급이 더 쉽게 이해되기도 했고 말이다(잘 알다시피 동양은 서양에 비해 전쟁이나 전투에 대한 미술작품이나 문학작품이 많지 않아 당시 전쟁상을 생생하게 복원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처럼 모르고 있던 인물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었지만 이미 알고 있던 인물들에 대해서도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한니발을 무찌르고 젊은 나이게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던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가 종전 후에는 정치판에서 쫓겨나 실의 속에 죽었다는 사실과 폼페이우스가 로마의 알렉산드로스로 불릴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특히 그러했다. 공화정이라는 독특한 체제 속에서 특정 인물의 권력 집중화를 막기 위해 노력했던 로마 원로원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토사구팽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나는 것도 아마 그때문이었을 것이다. 더불어 폼페이우스에 대해서는 드라마 ROME에서의 이미지(뚱뚱하고 배나온 노회한 정치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가 남아있었기에 저자가 서술한 내용들이 생소하기까지 했다. 더불어 카이사르에 대한 역사기록이 본인이 남긴 기록 이외에 다른 것이 남겨져 있지 않아 그는 행복할 수 있었다~는 저자의 비평도 참신했다. 분명 그 또한 인간이고 실수투성이에 고집스러웠지만 역사는 그를 帝政 로마를 열고 위기를 기회로 바꾼 위대한 인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는 옥타비아누스 시절 절정의 위세를 자랑하며 천하의 중심국가로 부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단 제국의 틀이 완비된 다음에는 더 이상 대규모 원정을 감행하지 않고 내적 안정을 이루는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이나 포에니 전쟁같은 대규모 전쟁은 발생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아르메니아를 두고 페르시아 세력과 다투거나 유대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예루살렘을 함락한 일, 다키아를 속주로 만들기까지의 전쟁 등이 있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국지적인 전쟁에 불과했다. 군대의 규모는 이전에 비해 크게 감소했으며 전쟁 양상 또한 바뀌어갔다. 유스티니아누스 휘하에서 복무했던 천재적인 장군 벨리사리우스는 이전의 로마 장군들처럼 5만이니, 10만이니 하는 대군을 이끌고 전장에 선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뛰어난 군사적 업적을 남겨 비잔틴제국의 영토 확장 및 제국 유지에 크나큰 공적을 넘겼다. 끊임없이 교류하며 다투고 화합하기를 반복했던 동방사회, 북방사회, 중원사회와 달리 유럽은 로마가 몰락한 이후 그러한 제국이 다시는 등장하지 못 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수십만의 대군이 격돌하는 대규모 전쟁이 유럽에서는 벌어지지 않았고 군사적으로 월등히 뛰어났던 로마의 발자취는 후손들에게 군사적 유산으로만 남겨질 뿐이었다. 이 점도 동양과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었다.

이처럼 저자는 로마 전쟁 변천사를 서술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다만 그 중심에 전쟁의 최고사령관이 있었고 그 인물을 통해 그 전쟁을 서술했다 뿐이다. 하지만 저자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카이사르가 갈리아 지방을 정복했기에 우리는 오늘날 그것을 역사로 배우고 있고, 만약 다른 인물이 갈리아 지방을 정복했다면 그 내용은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최고 지휘관에 따라 전쟁 양상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만약 파비우스가 한니발에 맞서지 않았다면 로마는 지구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카이사르가 아닌 다른 인물이 갈리아를 정복했고 그가 루비콘 강을 건너 폼페이우스와 맞섰다면 그 인물은 한낱 반란군 수괴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즉, 저자는 병사 개개인보다 그 병사들을 지휘했던 지휘관 한명에 촛점을 맞췄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내용이 개설적이고 포괄적이 되었을 뿐이지, 저자가 인물 중심의 역사서술을 채택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 듯 싶다. 전쟁으로 보는 로마사를 서술하는데 있어 저자가 택한 방법이 가장 적합했으리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암튼 요즘 학계 분위기와 다소 다른 내용의 책이었지만 기본을 잊지 않게 해줬다고나 할까~그런 점에서 상당히 유익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로마사를 알고 싶으신 분 혹은 로마 전쟁사를 알고 싶으신 분에게는 적절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책이 다소 두껍다 보니까(540p) 읽는데 지루한 감이 없진 않다. 주인장도 며칠에 걸쳐 읽었으니까. 그러나 고생 끝에 낙이 온다 했지 않은가. 읽고 나면 분명 주인장처럼 만족스러울 것이라 생각하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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