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엘리엇 브래드쇼


  사진을 보자마자 종교 관련 서적에서 봄직한 인물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자가 실제 사제 수업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서는 놀랐다. 왜냐하면…. 조금은 사이비로 보였기 때문에. 그리고 신부보다는 개신교 느낌이 물씬 풍겼기 때문에. 개신교에서도 조금은 이단으로 봄 직한…. 이런 생각의 전반은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이미지 때문이다. 대체로 상담치료 관련 책들의 느낌이 몽롱함을 주는 느낌은 있다. 놀라움을 안겨줬던 사티어의 치료도 그러했고 다양한 상담기법과 치료기법들은 명확함보다는 신비스러움으로 무장한 듯하기도 했으니까.

  존 브래드 쇼는 가족치료사이자 내면아이 치료 전문가로서 이 책은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수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고 이 책을 통해서 상처받은 어린 시절의 자아를 마주하고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심리학과 신학과 영성을 전공하고 이것들을 접목하여 그의 치료에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이것이 녹여진 이 책의 엄청난 인기로 미국의 PBS(교육방송) 텔레비전 '인간성장의 8단계'의 진행자와 대중강연가로서 활동하고 가족치료와 내면아이치료 워크숍의 인도자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것이 벌써 20년도 넘었다. 그러니까, 이 분야의 완전 전문가다. 한 권의 책으로 그를 ‘사이비 종교가’로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가 상처받은 내면아이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 그의 경험을 통해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어릴 적 무시당하고 상처받은 아이였다. 그의 아버지는 경계선이 없는 사람으로서 마음 속 수치심이 깔려 있는 알콜중독자였고 그의 어머니는 의무감에 매인 사람이었다. 그는 성직으로 갈 것을 준비했지만 어느새 자신도 알콜중독자가 되어 있었다.

  그는 그의 인생을 통틀어 다양한 분야의 기관에서 강의와 워크샵을 통해 치유의 세계로 인도했다. 자신과 같은 알콜중독뿐만 아니라 다양한 중독자들의 치료를 위해 연구했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러한 그의 연구와 노력이 TV 프로그램에서도 그의 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인정을 높여 주었고 그는 대중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끈다. 그를 통해 치유받고 이른바 구원받은 사람이 전세계적으로 무수할 것이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학대받고 버려진 것에 비해 착실하게 공부를 하며 학위를 취득했고 장학금뿐만 아니라 각종 메달도 수여받았다. 그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으로 많은 중독과 문제를 가진 이들을 치료하는 데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의 공로를 치하한다. 그의 공로를 먼저 치하한 이들은 그의 동료들로서 '20 세기의 정서적 건강에 가장 영향력있는 100 인 작가 중 하나'로 지그문트 프로이트, 칼 융, 조셉 캠벨, 에리히 프롬과 이름을 나란히 하기도 했다.

  그는 책에서 자아를 초월하기 위해선 더 강한 자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말이 그의 인생을 얘기해주는 말이 아닐까 한다. 알콜중독자인 아버지로부터 버려져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그가, 알콜중독자가 되어 오래도록 중독상태였던 것을 벗어나 이제는 중독을 중단시키는 일에 몸담기까지, 그의 강한 자아가 필요했을 그의 어린 생애와 그 생애를 기억하는 성인의 그의 모습을 생각하며 한편으론 아련해진다. 


■ 존 엘리엇 브래드쇼(John Bradshaw) ■

출생/사

1933.6.29 미국 텍사스 휴스턴

•활동 분야

교육자, 가족치료사, 내면아이 치료전문가, 신학자

•발 자 취  

•저 서

토론토 대학교에서 신학과 심리학, 영성 분야에서 3개의 학위 취득

신부가 되기 위해 캐나다에서 사제 수업

1975. 저자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던 아버지 사망

PBS '인간성장의 8단계'의 진행자와 대중강연가로서 활동

각종 기업 및 사회기관에서 중독 치료 연구 및 프로그램 개발

 

Television:

Spotlight: weekly program (host), 1969-1972

The Bradshaw Difference: syndicated talk show produced by MGM, 1996

Speaking the Truth in Love: Independent Production 2009

PBS Television:

The Eight Stages of Man: eight-part series, 1982

Bradshaw On the Family: ten-part series, 1985

Where Are You Father?: one-hour program, 1986

Healing the Shame that Binds You: one-hour program, 1987

Adult Children Of Dysfunctional Families: two-hour program, 1988

Surviving Divorce: ninety-minute program, 1989

Bradshaw On Homecoming: ten-part series, 1990

Creating Love: ten-part series, 1992-1993

Eating Disorders: three-part series, 1994-1995

Bradshaw On: Family Secrets: six-part series, 1995

Homecoming: Reclaiming and Championing Your Inner Child

(Bradshaw on: The Family)

Healing the Shame That Binds You

Bradshaw On: The Family - 1986

Bradshaw on the Family: A Revolutionary Way of Self Discovery. Deerfield Beach, Florida: Health Communications. 1988.

Bradshaw On: Healing the Shame that Binds You. Deerfield Beach, Florida: Health Communications. 1988.

Homecoming: Reclaiming and Championing Your Inner Child. New York, NY: Bantam Books. 1990.

Creating Love. New York, NY: Bantam Books. 1992.

Family Secrets. New York, NY: Bantam Books. 1995.

Bradshaw On: The Family: A New Way of Creating Solid Self-Esteem. Deerfield Beach, Florida: Health Communications. 1996.

Reclaiming Virtue: How We Can Develop the Moral Intelligence to Do the Right Thing at the Right Time for the Right Reason. New York, NY: Bantam Books. 2009.

……

자아를 초월하기 위해서는

강한 자아가 필요한 것이다.

……

참고 자료

•http://www.johnbradshaw.com/johnsbio.aspx

•John Bradshaw Media Group - Home

•http://en.wikipedia.org/wiki/John_Bradshaw_(autho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워드 가드너의 생애


 오랫동안 IQ에 길들여져 스스로를 한없이 무능함의 대명사로 여기며 지낸 많은 사람들에게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은 빛이었을 것이다. 1등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문제풀이식의 교육 현실에서 하워드 가드너의 이론은 많은 아이들의 능력을 일깨워주는 길잡이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아직은 우리나라는 하워드 가드너의 이러한 이론들이 빛을 보기에는 IQ라는 지능검사가, 1등이란 단어가 갖는 힘이 더욱 크게 울리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하워드 가드너, IQ에서 벗어나 어떻게 다중지능이론을 창시하게 됐을까. 그에 의하면 다중지능은 인간은 IQ와 같이 인간의 지능D 하나가 아니라 최소 8개 이상 존재하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독립적 지능을 말한다. 처음 그가 다중지능을 제시했을 때에는 언어, 논리수학, 공간, 음악, 신체, 자기성찰과 인간친화 지능 등 일곱 가지로 지능을 구분했다. 그리고 15년 뒤에 자연 지능을 추가했다. 그리고 현재 그는 여기에 실존 지능이란 개념을 추가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존지능은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는 여전히 지능이란 그것과 같은 종류의 신경 구조를 발견할 수 있을 때 가장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하버드 대학의 교육심리학과 교수, 보스턴 의과대학 신경학과 교수로  하버드 대학에서 인간의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의 발달과정을 분석하는 Project Zero 연구소의 책임자이자 운영위원장이다. 30년 동안 연구소를 이끌며 인간의 지능과 창조성, 리더십, 교육 방법, 두뇌개발 등에 관한 저술과 연구를 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교육심리 이론은 여러 나라에 도입되었고 다중지능이론을 교육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한 학교와 연구소가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워드의 부모 역시 학자라고 한다. 하워드는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났지만 그들의 부모는 독일에서 살고 있던 유대인이었다. 하워드의 부모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1938년 그의 형을 데리고 독일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그의 형은 사고로 어린 나이에 죽었다. 하워드에게는 이 두 가지 사건, 즉 형의 죽음과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가드너는 어릴 때는 피아니스트를 꿈꿀 정도로 피아노를 잘 쳤고 책을 좋아하는 소년으로 처음에는 변호사를 꿈꾸던 소심한 유대인 소년이었다고 고백한다. 하워드의 강연에 참가한 이의 후기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가워드가 강연 시작에서 한 말이다. “사람들은 저를 심리학자, 교육학자라고 부르지만 제 삶의 베이스는 음악입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었고 다시 변호사를 꿈꾸던 소년은 결국 역사학 공부를 위해 하버드에 진학한다. 그런데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끌려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다. 그리고 에릭슨과 피아제 이론을 접하고는 인지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다.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그는 천재들만 받는다는 맥아더 펠로십(MacArthur Prize Fellowship)을 수상하며 연구지원금을 받는다. 이 외에도 다양한 상을 수상한다.

  하워드는 대학교수이자 학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적인 활동은 프로젝트 연구소 이외에도 1990년대 중반부터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윌리엄 데이먼과 함께 하고 있는 ‘굿 워크 프로젝트’ 활동이다. 이 활동을 통해 바른 사람, 바른 노동자, 바른 시민을 길러 사회를 변화시켜나가는 데 열정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하버드대학교 프로젝트 제로의 책임자이자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교육이론들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9권의 책을 출한했고 그의 책은 전세계 32개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굿워크란 세 가지 E, 즉 Excellence(뛰어남), Engagement(참여), Ethics(도덕성)의 조합이다.



■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

 

•출    생

1943.7.11. 미국 펜실베니아 스크랜톤 (72세)

 

•활동분야

교수, 다중지능이론 창시자, 심리학자, 교육학 이론가

 

•발 자 취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심리학 교수, 미국 보스턴대학교 의과대학 신경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대학교 프로젝트 제로 연구소 책임자, 운영위원장

 

 

1990년 중반부터 굿 프로젝트 활동

 

 

1961. 역사 전공 위해 하버드 입학. 에릭슨 강의 수강 후 social relation으로 전공 바꿈

 

 

1965. 학사학위 후 런던대 경제학과에서 1년 수학

 

 

1971. 하버드대에서 발달심리 전공하여 박사학위 취득

 

 

하버드 의과대학과 보스턴대에서 Postdoc 과정(두뇌손상 환자들의 인지적 문제 연구)

 

 

1981. 맥아더 펠로십(MacArthur Prize Fellowship) 수상

 

 

 

1983. 다중지능이론 제안

……

제 삶의 베이스는 음악입니다.

……

 

 

1990. 미 교육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그라베마이어상(Louisville's Grawemeyer Award)

 

 

2000. 2000구겐하임 펠로우십(Guggenheim Fellowship)

 

•저    서

1983. 마음의 틀: 다중지능(Frames of Mind: The Multiple Intelligences)》

 

 

1993.《다중지능의 이론과 실제(Multiple Intelligences : The Theory in Practice)》

 

 

《훈련된 마음(The Disciplined Mind)》

 

 

2009.《세계의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s Around the World)》

 

 

<열정과 기질>, <통찰과 포용>, 

<체인징 마인드>, <미래 마인드> 

 

 

<마음의 틀> <비범성의 발견> <진선미> 등


참고 자료

•경향신문, [문명, 그 길을 묻다 - 세계 지성과의 대화](3) 하워드 가드너 미국 하버드대 교수, 2014.1.27

http://howardgardner.com/biography

http://infed.org/mobi/howard-gardner-multiple-intelligences-and-education

http://www.infed.org/thinkers/gardner.htm


“행복한 사람은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사랑하고

불행한 사람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치료중입니다


정희진처럼 읽기-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누구나 자신만의 독서법이 있다. 그래도 때론 타인의 독서법이 궁금할 때도 있다. 빼꼼, 정희진의 독서법을 들여다보는데 재미있다.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생각을 만나면 반갑고, 읽을까 말까를 망설이던 책에 대한 비평을 보면 그냥 편안하게 그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작가는 2012년부터 2014년 봄까지 쓴 서평들 가운데 79편을 선정해서 다섯 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읽고 있다. “고통, 주변과 중심, 권력, 앎, 삶과 죽음”이라는 이 주제 속에는 어떤 책이, 어떤 글이 놓여 있으며 이 글들에서 작가의 어떤 생각과 느낌을 만나게 될까.

  작가는 무엇보다 책읽기가 “삶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극, 상처, 고통을 해석할 힘을 주는 읽기 치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예상가능하거나 가독성이 지나치게 좋은 책보다 ‘자극적인 책, 이상한 책’만 읽는다고 한다. 하긴, 가독성없는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런 일이 또 있으랴. 그러나 이것을 달리 말하면, 작가는 자신의 ‘관점’에 따른 책을 읽는다.

  관점을 갖기 위해 책을 읽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미 자신의 관점이 명확하여 그것만을 골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독서일 수 있겠다 싶다. 한편으로 어떤 책을 읽더라고 내 몸에 각인된 ‘시각’으로 수렴되는 경우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읽을 수 있지만, 한편으론 다양한 글읽기가 아니라 거듭 생각이 한정되는 것이 아닌가 염려되는 때가 있다. 많은 책을 읽으며 그것을 수정·보완하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강화되는 경우도 있고 미미하게나마 다른 관점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작가의 관점에 따른, 시각을 찾아 읽는 방법의 긍정성을 생각하며 관점의 수렴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으리. 어쨌든, 많이 읽어 볼 일이다.

  타인의 글을 잘 읽고 잘 해석하는 일은 중요하다. 작가의 말대로 그것이 읽기 치료가 되려면 더더욱. 생각해보면 책을 읽는 것은 정보습득, 지적만족, 재미라고 하지만 알고 보면 책과의 교감이 빠질 수 없다. 책을 읽으며 내 감정을 정화시키는 것이 있다는 점, 물론 던져버리고 싶은 책도 만나지만, 그것은 책을 읽으며 내 속에 내 머릿속의 질문들에 답해 가는 과정이며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혼란스런 지성을 명확히 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니, 나에게도 읽기는 치유와 치료의 과정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독후감의 의미는 단어 그 자체에 있다. 독후감(讀後感). 말 그대로 읽은 후의 느낌과 생각과 감상(感想)이다. 책을 읽기 전후 변화한 나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없다면 독후감도 없다. 독서는 몸이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통과할 수도 있고 몸이 덜 사용될 수도 있다. 터널이나 숲속, 지옥과 천국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딘가를 거친 후에 나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독후감은 그 변화 전후에 대한 자기 서사이다. 변화의 요인, 변화의 의미, 변화의 결과……. 그러니 독후의 감이다. p305


  어떤 날은 책을 읽고 기록하지 않아 잊어버린 책의 내용에 감정에 쓸쓸하여 기록을 했다. 그러다가는 읽을 책도 많은데 뭘 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생각에 멈추기도 했다. 사실,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이란 늘 같지 않다. 내가 읽은 상황에 따라서 또한 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읽었다 해도 또 읽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이고, 기록을 하고 싶으면 그 마음을 기록하면 되는 것이고. 하지 않음은 또한 그것이 독후감인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자의 글쓰기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수유너머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해서인지 제목 때문인지 은유의 글쓰기 강론에선 치열함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글을 쓰고 싶은 수많은 이유가 있다. 그러나 글쓰기라는 작법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의 열망엔 어느 정도 ‘미학적’인 부분에의 욕구가 있다. ‘글을 못 쓴다’라는 말 속에 잠긴 것은 그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느껴지는 은유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삶의 글을 이미 새기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이제 몸을 움직이면 그 글들이 몸에서 빠져나와 책으로 옮겨갈 것만 같은 느낌이다.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 불행으로 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p23


  그래서 이 책은 써야 하는 이유, 쓰고자 하는 열망을 끌어내기 보다는 보다 구체적으로 종이 위에 글을 만들어 내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6장을 제외하고 5장에서 글쓰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은유는 글쓰기는 용기라고 말한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라고. ‘잘’ 쓰고자 우린 많은 거짓의 감정을 쏟아내어 글을 만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글과 다르다면 진정성 여부를 떠나, 더 이상 글쓰기가 진행이 될까.


나는 억눌린 욕망, 피폐한 일상 같은 고통의 서사를 길어 올리는 학인들에게 새 가지를 당부했다. 삶에 관대해질 것, 상황에 솔직해질 것, 묘사에 구체적일 것. 결국 같은 이야기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게 삶이다. 뭐라도 있는 양 살지만 삶의 실체는 보잘것없고 시시하다. 그것을 인정하고 상세히 쓰다보면 솔직할 수 있다. 상처는 덮어두기가 아니라 드러내기를 통해 회복된다. p63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면 즐겁고 좋았던 일이나 기분일 때보다 고통스러울 때 글을 찾았던 일이 많았다. 이런 일은 주위를 둘러봐도 그런 것 같다. SNS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종이 대신에 그곳에 마음을 기록한다. 그들이 마음을 강하게 표현하는 날들은 그들 신상에 뭔가 좋지 않은 변화가 있었을 때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런 것일까, 불행이 우리의 글쓰기의 욕망을 부추기는 것일까. 그래서 이때의 상황에 잘 감응하다 보면 나만의 언어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고통을 마주하여 그 고통을 끌어내는 방법으로 은유는 더 많이 생각하고 느낄 것을 권유한다. 좀더 많이 읽으면서. 그것이 “감수성의 근육을 키우고 타인의 고통에 감응하는 능력”을 찾아준다고 말한다. 함께 글을 읽고 강독하며 글을 쓰고 합평하며 생각을 키우는 그것이.

  

 이 세상에는 나보다 학식이 높은 사람, 문장력이 탁월한 사람, 감각이 섬세한 사람, 지구력이 강한 사람 등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고도 많다. 이미 훌륭한 글이 넘치므로 나는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내 삶과 같은 조건에 놓인 사람,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나의 절실함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나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또 기운이 난다. p132


   은유의 글쓰기 강의는 이렇게 감수성의 근육을 키우는 방법을 함께 한다. 나만의 글쓰기에 자신감을 북돋우며 여전히 강의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은유는 자기의 글쓰기에서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쓰는 르포나 인터뷰에 관한 글쓰기를 제안한다. 그리하여 이 책에는 실제 은유의 강의를 듣는 학인들이 쓴 글이 실려 있다. 은유는 르포나 인터뷰가 서로의 삶을 보듬는, 그리고 지탱하는 매개라고 말한다. 이들의 글을 읽으면 은유가 말한 글쓰는 방법에 대한 강의의 말들이 다시 떠올려진다. 


 약자는 달리 약자가 아니다. 자기 삶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갖지 못할 때 누구나 약자다. p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탈의 계보


넬레 노이하우스, 여름을 삼킨 소녀

  

  "그동안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동안 타우누스 시리즈로 범죄 추리 소설을 써오던 작가의 ‘완전히 다른 이야기’란 어떤 것일까. 완전히 다를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은 장르적인 특성을 말하는 것일지 이야기를 말하는 것일지 생각했는데, ‘완전히 다른 이야기’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등장해서 범인을 추리한다면 얘기의 전개는 같아 질 것이다. 그러니까 비슷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신고만 들어갔다면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범죄자들을 찾는 이야기가 될 것이니까. 아니면 시체만 발견된다면.


 이제 나는 그 친구들이 낯설었다. 그들은 축 늘어져서는 한없이 불평하며 예정된 삭막한 미래로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었다. 그 미래 역시 축 늘어져 있고 불만스러울 터였다. p98


  나 역시 이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미국을 배경으로 한 독일 작가의 소설인데 작가 특유의 추리와 미스터리가 가미되어 있지만 꽤 익숙하다. 방점은 ‘청소년’에 있다. 이 책은 15세 소녀 셰리든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의 성장 소설이란 늘 방황과 혼란과 반항과 일탈이 상징처럼 따라다닌다. 그리고 그것은 규율에 답답해하고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다. “그들은 축 늘어져서는 한없이 불평하며 예정된 삭막한 미래로 느릿느릿 걸어간다”. 덧붙여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가족의 주는 억압이다. 이 책 속의 셰리든 역시 이 모든 것을 갖췄다. 하나 더 있자면 출생의 비밀이다. 그녀는 자신이 입양되어 온 것을 알고 있고 양엄마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못마땅해 한다. 그러니 이 아이의 반항의 이유는 이 모든 것이 골고루 결합된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이 소설 역시도 익숙한 ‘청소년’ 소설의 계보를 따르게 된다.

  작가는 자신이 미국 네브라스카를 여행한 기억을 살려 이 소설을 썼다 한다. 독일 타우누스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지역적인 차이도 한몫하는 것 같다. 매력적이고 활력적인 이 소녀를 못마땅해 하는 이가 바로 자신의 엄마라면, 그런데 알고 보니 친엄마가 아니라면, 그래서 그렇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소녀는 자신을 괴롭히는 엄마와 막내 오빠와의 힘겨루기에서 그나마 아버지와 다른 오빠들의 사랑으로 버티고 있다.

  셰리든의 처음의 일탈은 어찌보면 가벼웠다. 친구들과 사유지에서 음악을 들으며 노는 것 정도. 그것이 보다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고 활동이었다. 그러나 반복된 이 행동으로 경찰에 연행된 이후의 금지된 외출과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없게 된 소녀는 더욱 더 강도 높은 일탈과 반항의 욕구를 가지게 된다.

  왜 반항의 형식은 성적인 일탈로 나아가는 걸까. 그것은 반항과 일탈의 틀이 너무나 정해졌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회문화적인 배경의 차이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른 나라나 우리나라다 청소년들의 일탈의 궤도는 정해진 듯하다. 어쩌면 그 나이의 셰리단의 성적인 호기심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랑의 감정과 성적인 호기심은 다른 것이고 이후 셰리든 역시 그것을 안다. 물론 주체적인 듯이 보이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아 보이는 셰리든의 격정적인 여름은 그렇게 모든 것이 성적인 일탈로 향해간다. 

  한여름은 일탈과 동의어가 아니다. 여름은 너무 뜨겁고 작열하는 태양 때문에 격정적인 활동에의 욕구를 가지는 것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여름은, 그저 여름이다. 다시 돌아올 여름이고 다른 계절로 향해 갈 뿐이다. 작가가 타우누스 시리즈의 넬레 노이하우스였기에 이 책에 대한 ‘관심’과 ‘찬사’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쨌든 그 여름을 세 번 삼키고서 출생의 비밀을 알고서 자신은 더한 비밀을 만들어 놓고 셰리단은 이 곳을 떠난다. 그 많은 일들을 겪고서 자유를 찾아 떠나고자 했던 셰리든에게 더 이상의 일탈과 반항은 없게 되는 것일까. 자유를 찾게는 되는 것일까. 청소년들에게,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는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 가족이라는, 부모라는 역할이 미치는 영향력. 그것을 알면서도 부모와 자녀들은 늘 그렇게 대립한다. 결국 모두가 제 감정을 우선하여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