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중입니다


정희진처럼 읽기-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누구나 자신만의 독서법이 있다. 그래도 때론 타인의 독서법이 궁금할 때도 있다. 빼꼼, 정희진의 독서법을 들여다보는데 재미있다.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생각을 만나면 반갑고, 읽을까 말까를 망설이던 책에 대한 비평을 보면 그냥 편안하게 그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작가는 2012년부터 2014년 봄까지 쓴 서평들 가운데 79편을 선정해서 다섯 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읽고 있다. “고통, 주변과 중심, 권력, 앎, 삶과 죽음”이라는 이 주제 속에는 어떤 책이, 어떤 글이 놓여 있으며 이 글들에서 작가의 어떤 생각과 느낌을 만나게 될까.

  작가는 무엇보다 책읽기가 “삶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극, 상처, 고통을 해석할 힘을 주는 읽기 치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예상가능하거나 가독성이 지나치게 좋은 책보다 ‘자극적인 책, 이상한 책’만 읽는다고 한다. 하긴, 가독성없는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런 일이 또 있으랴. 그러나 이것을 달리 말하면, 작가는 자신의 ‘관점’에 따른 책을 읽는다.

  관점을 갖기 위해 책을 읽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미 자신의 관점이 명확하여 그것만을 골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독서일 수 있겠다 싶다. 한편으로 어떤 책을 읽더라고 내 몸에 각인된 ‘시각’으로 수렴되는 경우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읽을 수 있지만, 한편으론 다양한 글읽기가 아니라 거듭 생각이 한정되는 것이 아닌가 염려되는 때가 있다. 많은 책을 읽으며 그것을 수정·보완하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강화되는 경우도 있고 미미하게나마 다른 관점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작가의 관점에 따른, 시각을 찾아 읽는 방법의 긍정성을 생각하며 관점의 수렴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으리. 어쨌든, 많이 읽어 볼 일이다.

  타인의 글을 잘 읽고 잘 해석하는 일은 중요하다. 작가의 말대로 그것이 읽기 치료가 되려면 더더욱. 생각해보면 책을 읽는 것은 정보습득, 지적만족, 재미라고 하지만 알고 보면 책과의 교감이 빠질 수 없다. 책을 읽으며 내 감정을 정화시키는 것이 있다는 점, 물론 던져버리고 싶은 책도 만나지만, 그것은 책을 읽으며 내 속에 내 머릿속의 질문들에 답해 가는 과정이며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혼란스런 지성을 명확히 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니, 나에게도 읽기는 치유와 치료의 과정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독후감의 의미는 단어 그 자체에 있다. 독후감(讀後感). 말 그대로 읽은 후의 느낌과 생각과 감상(感想)이다. 책을 읽기 전후 변화한 나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없다면 독후감도 없다. 독서는 몸이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통과할 수도 있고 몸이 덜 사용될 수도 있다. 터널이나 숲속, 지옥과 천국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딘가를 거친 후에 나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독후감은 그 변화 전후에 대한 자기 서사이다. 변화의 요인, 변화의 의미, 변화의 결과……. 그러니 독후의 감이다. p305


  어떤 날은 책을 읽고 기록하지 않아 잊어버린 책의 내용에 감정에 쓸쓸하여 기록을 했다. 그러다가는 읽을 책도 많은데 뭘 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생각에 멈추기도 했다. 사실,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이란 늘 같지 않다. 내가 읽은 상황에 따라서 또한 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읽었다 해도 또 읽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이고, 기록을 하고 싶으면 그 마음을 기록하면 되는 것이고. 하지 않음은 또한 그것이 독후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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