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없었다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윤성희・천운영・한유주・김태용・조해진・최은미・김금희, 은행나무, 2016-.


  문학사에서 김유정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작가의 이름을 건 문학상이 꼭 그 작가의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것에 수여하는 것이 아님을 알지만 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거기 있나요」에서는 특히 떠올리기 어려웠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내가 소설속에 있기는 한 건가, 나의 시선은 책에 있는데 영혼은 딴곳으로 가버린 경험을 하고 있었다. 이해와는 상관없이 나는 양자물리학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가물치, 제물포라는 물리포기의 정당성을 확장시켜주는 말처럼 일찌감치 물리는 물려온 삶이라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는 쉽사리 소멸되어 과학이론의 세계가 나오자 한발 물러서서 책을 읽다보니 여전히 소설의 내용이 흐리다. 다만 이해하고 이것을 또다른 차원으로 엮어낸 작가에게 놀라움과 부러움의 시선만을 던졌다.

  진화동기재현연구라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 대한 재현 실험이 이 소설의 주축을 이룬다. 인류의 진화, 사회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에서 실험 연구진이 실험조건을 조절하면서 또한 진화의 속도와 내용은 달라진다. 연구진이 이렇게 조건의 변화를 주면서 연구진이 마치 인류를 쥐고 흔드는 듯이 그의 욕망 또한 거세어지고 실험의 대상인 쿼크가 연구진과 대립하는 것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거기 있나요는 실험 대상인 쿼크가 파괴되는 순간까지 외치는 절규다. 글로 한줄 요약을 하다보니 아주 쉬워보이지만 이 한줄의 줄거리를 작성하기까지 수많은 감정과 사고들이 파괴되었다 살아났다 했다. 여전히 과학소설이라는 말로 분류하며 이해함의 폴더와는 먼 곳으로 이 소설을 옮겨 놓는다.


그해 여름 우리가 정말로 자살하고 싶었는지 지금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나는 자살하고 싶었다. 절반의 진심이었다. 다른 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었으니 그들이 진심으로 자살을 원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추측컨대 그들 역시 절반쯤 진심으로 자살하고 싶었을 것이다.  - 한유주, 「그해 여름 우리는」


  그해 여름에 우리는 어땠을까. 그해 여름을 겨울처럼 기억하던 시절은 분명 있었다. 한유주 작가는 자살하고픈 이십대 네명의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같은 공간에 네 명이 밀집하여 살아가서 그렇지 이 공간을 더욱 확장해보면 이 나라에는 무수히 많은 청춘들이 자살하고픈 욕구를 지니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특정 어느 곳엔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더욱 밀집해 있을 것이고. 왜 죽고픈 이들은 타인과 함께 죽는 것을 택하는 건지, 늘 전혀 모르는 이들이 인터넷에서 만나 동반자살한 기사를 보면 그들은 죽고 싶어서 모인 것이 아니라 단지 죽고싶다는 감정을 나누고서는, 살고 싶어서 만나려 애썼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 소설의 문장에서도 이렇게 절반은 살고 싶었을 마음을 보았다.

  천운영의 「반에 반의 반」은 기억, 추억에 관한 이야기다. 아니 삶에 관한 이야기인가. 누군가의 삶에 대한 기억은 기억하고픈 대로 흐르는 걸까. 추억이 소환하는 할머니의 생애는 각자의 기억속에서 부딪치며 재창조된다.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애잔한 기운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소설속에서 만난 것 같다. 

  김금희의 「새보러 간다」를 보면서 직장인의 비애만큼이나 직장인이라는 명명하에 갇혀버린 순응적 삶에 대해서 생각했다. 젊은 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한 최은미의 「눈으로 만든 사람」은 막 눈사람이 녹아 물로 남은 자취를 보는 것처럼 축축했다. 동화같은 이야기에 푸욱 빠지게 될 줄만 알았건만, 그렇지 않아서 더 놀랐고 답답했다. 이름에 의미를 붙이며 이름 때문에 나름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이름에 의미와 정체성을 붙드는 입양아의 이야기 조해진의 「문주」도 그 이름이 계속 생각나게 했다.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긴 뭐든지 너무 빨리 잊고,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 조해진, 「문주」

 

  하지만 사람은 이상한 존재인가보다. 책을 덮고 나니까 거기 있나요라는 제목이 가장 크게 맴돌면서, 소설을 읽었던 시간 동안 거기 없었던 나의 영혼을 다시금 붙들어 맬 날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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