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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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을 찾는 밤에

나는 농담이다, 김중혁 저, 민음사, 2016.8.26.


  별똥별이 떨어진다기에 도시의 불빛을 헤치고 기다렸다. 너무 밝아서, 도시의 밤은 너무 밝아서 별똥별은 보이지 않았다. 소원이 머쓱해져 입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추운 밤의 네온싸인과 아파트 불빛을 보면서 별빛과 불빛은 어떻게 다른가 생각했다. 별똥별은 떨어져 내려도 저 하늘의 삶같기만 하고 네온싸인은 화려하게 빛나도 하늘에 닿지 않을 번쩍임같았다. 닿을 수도 보이지도 않을 별똥별에다가는 온갖 류의 감정을 끌어다가 경외를 표하고 네온싸인은 고작 별빛을 방해하는 무리처럼 취급하는 밤, 내 삶이 저열한 코미디처럼 느껴졌다.

  말하지 못한 것이겠지만 소원을 외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잠깐, 소원이 있다는 건 욕망이 있음이라는 생각에 이젠 소원마저도 말하지 못한 삶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한밤의 가련한 모노드라마는 일찍 끝났지만 아직 욕망은 남아 별빛과 불빛 사이에서 오래도록 흐르고 있다. 저 먼 우주속을 유영하며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한 남자가 끊임없이 전하는 메시지와 우주를 떠도는 이복형에게 전하는 동생의 메시지에 방해되지 않게, 흐르기를….

  관제 센터, 들리나? 관객 여러분 들리시나요?

  누군가가 듣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농담, 아니 필사의 말을 던지고 있는 두 남자가 있다. 서로 형제라는 사실은 존재함만으로 알 뿐인 이들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아들이 재혼한 엄마와 새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이복동생을 살해한 뉴스가 도배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송우영과 이일영의 말은 너무도 애틋했고 예쁘게 들렸다. 각기 우주와 코미디극장에 서 있지만 안락하게 정착하지 못한 두 형제의 이야기는 어머니가 남긴 편지를 통해 연결고리를 만든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편지를 전해주려 형 이일영을 찾아가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송우영의 이야기와 모체 우주선과 분리된 우주비행사 이일영이 우주에서 끊임없이 지구로 보내는 메시지가 소설의 서사인데도 소설은 긴박스럽게 느껴지기보다 나른하게 느껴진다. 이 알 수 없는 나른함이 무중력상태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데 따른 방향상실일까.


서 있을 때만 웃기는 건 아니지만, 서 있을 때 가장 웃긴 건 확실합니다. 앉아서 대화를 나눌 때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일어서는 상상을 하는데요. 상상만으로도 이야기가 잘 됩니다. 이야기라는 놈은 직선으로만 움직이는 모양이에요. 그런 면에서 전파를 닮았죠. 우리가 빌어먹을 인공위성들을 만든 이유가 뭡니까? 전파는 무조건 직선으로만 움직이니까 그걸 지구 반대편에 보내기 위해 반사를 시킨 거잖아요. 제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세요. 그러면 여러분이 인공위성의 역할을 대신하는 겁니다. 자, 모두들 인공위성을 하늘로 올려 볼까요?


  모체 우주선에서 분리된 이일영의 현재는 일찌감치 어머니와는 떨어져 살아야 했던 과거의 이일영을 생각하게 한다. 어머니는 버리고 떠난 아들에게 그리움과 죄책감 가득한 편지들을 남기고 아들은 그 마음을 버리지 않고 어떻게든 전하려 애쓰는데, 이야기가 우주라는 공간과 만나면서 칙칙하지 않고 청아하게 맴돈다.

  극한의 상황에서 소멸해가는 산소속에서 농담처럼 말을 던지는 이일영과 연일 농담처럼 진담을 뱉어내는 코미디언 송우영의 말들을 듣고 있노라면 이 두 형제가,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 그들의 이야기는 얼마나 농담이 짙었을까 싶었다. 이토록 잘 맞을 수 없을 텐데 생각하면 그들이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말을 나누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쉬울 수가 없다. 그리고 참 닮았구나 싶었다.

  삶은 농담이라 말하지만 진담을 잔뜩 뱉어놓고서 스리슬쩍 농담이다, 농담이다 하면서 밀어내버리는 말들이 삶속에서 너무나 많았다는 생각을 한다. 농담. 농담처럼 말하듯 하지 않았다면 살아감이 너무 힘들었을려나. 농담이라 덧붙이면서 삶이 더 위태로웠을라나. 위로같기도 하지만 결국은 더욱 슬퍼지는 농담같은 이야기를 이 소설에서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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