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사람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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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다

괜찮은 사람, 강화길, 문학동네, 2016-11-30.


   다른 사람, 괜찮은 사람, 귀한 사람, 친한 사람, 중요한 사람, 눈사람?

  ‘사람’이라는 말이 제목으로 내용 중에도 자주 쓰인 작가의 단편집 『괜찮은 사람』은 읽기에 괜찮았다. 단편마다 가득한 스릴이 괜찮지 않은 상황을 보여주지만 그 느낌이 괜찮았다. 이렇게 말하고보니 또 이상하다. 그 느낌이란 것이 살아가면서 익숙하게 느끼는 불안감을 담고 있기에 낯설지 않았다가 더 적당할까.

  산다는 건 명확하게 딱 떨어지는 것은 없다. 누구나 살면서 경험하는 것일 게다. 모호한 상황과 그로 인해 겪는 모호한 심리가 인생 전체를 지배한다. 타인에게 이야기할 때조차도 불확실함을 전하면서 확실성을 얻고자 한다. 그렇다고 늘 확실성을 얻어가는 것은 아니기에 인생은 늘 불안할지도 모른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사소하지 않은 모든 것들이 삶의 불안과 긴장을 더해 우리의 삶들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신경증에 시달리는 것 아닐까.

  타인이 내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괜찮은 사람이기를 바라며 그들에게 나 또한 적정의 추켜세움을 받을 만큼의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픈 욕구가 불안속에 내재해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렇기에 어떤 이들은 은근한, 확고한 폭력에 대해서도 확실함이 아니라 모호함으로 반응한다. 이것이 나에게 일어난 일인가. 내 생각이, 느낌이 확실한가. 내가 예민한 것이 아닌가. 이 예민함이 나를 괜찮지 않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나는 그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남들이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늘 신경이 쓰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실망하거나,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이 빈약하고 허름한 트랙에서조차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불안이 밀려왔다. 그러나 나는 이런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불안은 순식간에 번지는 곰팡이와 같아서 쉽게 눈에 띄었고, 그러면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쉬웠다.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느끼는 것과 정말로 함부로 대해도 상관없는 사람이 되는 건, 굉장한 차이였으니까.


  상황에 대해 모호함으로 일관하는 것은 모르는 것을 선택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것이 불안과 공포를 뛰어넘는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한 소설속 불안을 느끼는 이들의 삶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상황은 늘 되풀이될 것이다. ‘참는’ 것이 ‘모른 체’가 되고 나면 모든 상황은 그것에 맞추어 흘러가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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