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그레이드 또는 리셋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유발 하라리, 김영사, 2017-05-15.


  그런 것도 같다.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데우스가 되려 한다. 스스로 창조해낸 ‘신’이 되고자 한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한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신이 만들어낸 세상의 규율을 쫓으며 ‘영원’히 살아갈 세상을 꿈꾸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 담고 있다.

   이야기를 창조하고 허구와 신화를 창조하며 협력한 호모 사피엔스가 과학기술로 기아, 역병, 전쟁까지 해결한 이후에는 이제 정복할 것은 신의 창조영역이다. 신은 창조되었는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인지, 무엇을 믿든 간에 불멸, 행복, 신성을 갖고자 하는 인간을 유발 하라리는 신이 된 인간, 호모 데우스라 명명했다. 그리고 신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했다.


신성을 획득한다는 것이 비과학적인 말 또는 매우 엉뚱한 말로 들린다면, 그것은 우리가 흔히 신성의 의미를 잘못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성은 모호한 형이상학적 성질이 아니다. 그리고 전능함과 똑같은 말도 아니다. 인간을 신으로 업그레이드한다고 말할 때 그 신은 성경에 나오는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보다는 그리스 신들 또는 힌두교의 천신들을 말한다. 우리의 후손들은 제우스와 인타라처럼 약점, 꼬인 구속, 한계를 가질 테지만 우리보다 훨씬 더 큰 차원에서 사랑하고 증오하고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경의 신과 그리스 신들 또는 힌두교의 신은 어떻게 다른가. 그것은 ‘인간성’이 아닐까. ‘신성’을 염원하면서 ‘인간성’ 가득한 신의 능력을 얻고자 한다는 말은 뭔가 어불성설인 듯하지만, 적어도 내게 이 두 신들의 차이를 말하라면 그렇다. 하긴 하나는 종교화되었고 하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도 차이이긴 하겠다. 종교혁명이 신에 대한 믿음을 잃은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믿음은 얻은 것이라는 말은 의미있게 들리긴 한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종교적인 지배가 절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지배 때문에도 고통받는 존재들이 있다. 신의 사랑은, 그들에게는 가닿지 않는 모양이다. 인간이 신이 된다면 달라질까.

  유발 하라리의 글은 요즘의 트렌드에 맞게 감각적으로 기술된다. 비슷한 분야의 제레미 다이아몬드와는 또다른 느낌인데, 둘 다 술술 읽히긴 하는데 왜인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글에 더 재미를 느낀다. 아마도 문화인류학자로서 직접 경험한 사례를 펼쳐놓는 다이아몬드의 글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이기도 하고, 하라리가 그리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을 상상하기 싫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후반부로 갈수록 하라리의 글에 대한 집중도 약해진다. 힘있게 서술하던 처음과는 달리 그의 글 또한 뭔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도 같다. 그가 그리는 ‘될 것이다’의 세계는 부분 이뤄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니 인류의 미래를 위한 경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중점을 잡아야 할 인류의 미래는 무엇일까. 필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의견일 것이다. 어쩌면 정보가 너무 넘쳐나서, 어쩌면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우리는 ‘결정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때론 과학문명이 여기서 멈추었으면 싶을 때도 있다. 업그레이드 했다가 오류를 발견하면 다운그레이드 하건 리셋하는 것처럼 이 문명의 행운이 더 이상 운이 아니라고 느껴진다면 말이다. 과학이 제시하는 미래가 암울한 것이 아니라 그 과학을 이용, 활용하는 이의 결정에 미래가 놓여 있다는 것이 암울한 것이다.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호모 사피엔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집단의 협력으로 종을 유지해 왔다. 절대적인 믿음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왔지만 각각의 다른 믿음들을 이끌어 온 존재가 있었다. 여전히 인간 존재에 대한 가치부여도 인간의 손에서 이루어지고 있기에 인간을 믿으면서도 믿지 못하게 된다.

  “가능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런 가능성이 실현되지 않도록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

  인간 개개인이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과 행동들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내 생각과 행동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급격히 심각해진다. 창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파괴하기 위해 신이 되려 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