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막다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  

- 왜 우리는 언제나 같은 곳에서 넘어지는가?  


알프레드 아들러,  카시오페아, 2014.  


  심리학, 정신분석뿐 아니라 많은 영역에서 늘 프로이트와 융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특히 프로이트는 모든 인간행동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가였고 아들러의 이름은 늘 책 한구석에 차지하고 있었다. 때로, 이들이 동시대를 살고 있었다는 것을 잊어 먹고 있다가 이들 셋이 같은 학회에서 활동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동시대 사람이었음을 다시 또 새겼다. 그렇게 늘 프로이트와 융의 뒤에 있던 아들러가 몇 년 전 서점가를 휩쓸었다. 갑작스럽게 아들러가 돌풍을 일으킬 때 그 아들러가 프로이트와 융의 이름 뒤에 있던 그 아들러가 맞는가 재확인하면서 아들러 열풍을 지켜봤다.

  중요한 것은 프로이트와 융에 치우쳐 잘 드러나지 않았던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책이 해석되고 쏟아져 나왔다는 점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어쨌든 그에 관한 책이 없었다면 읽을 수도 관심 가질 수도 없었을 테니까. 타이밍이라는 요소도 중요하지만 아들러 심리학 열풍이 일본 작가의 미움받을 용기에서 출발했다는 것과 여타의 상황을 보니, 출판계가 일본시장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본관련 책은 만화시장이 휩쓰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와 추리소설 작가 몇이 이끄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일본 서적보다 우리나라의 책들이 경쟁력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개별적인 작가의 영향뿐만 아니라 출판시장에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특히 에세이류는 일본 내 출판 분위기를 따라가고 있다는 출판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씁쓸해졌다. 우리의 출판시장이 엄청 작다는 것,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것, 권위있는 누군가의 권해주거나 입시에 유용한 책만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까. 출판시장을 두고도 일본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고 있으니 아들러 책의 인기를 이해할 만도 하다. 

  그림책, 시와 같은 구성과 내용의 이 책을 보면서 나를 가로막는 것이 무언지 생각하고 그것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나를 가로막는 건 똑같다. 처음 이 책을 읽은 후로부터의 내가 나를 가로막는 것에 대한 분석과 깨달음을 얻었을지언정 달라진 건 딱히 없었다. 난 여전히 나를 가로막는 것이 무언지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 가로막음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필요한 건 역시, 행동인가.


    모든 개인의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이다.

    사회적 관계를 회복할 때 개인은 진정 치유될 수 있다.

    우울하고 신경질적이며 무기력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가 당신을 필요로 한다, 당신을 원한다.”는 메시지이다.


     개인의 심리는 집단의 정서를 만들고, 집단의 정서는 개인의 심리에 영향을 끼친다.

     개인이 겪는 문제의 구조를, 그리고 그 문제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짐이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개인의 심리 상태를 추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시 내가 이 책을 좋아했던 것은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을 동일선에서 보는 생각때문이었다. 나의 주장은 언제나 이것을 전제로 했지만 그러면 사람들은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늘 묻는다. 그러면 또 쉽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들러는 이러한 심리적 문제의 해결책으로 “직접 참여와 연대 의지”를 강조했다. 나는 이 직접 참여와 연대에 대한 의지가 약해져 가고 있다.


사회적 관심이란 사회에 대한 흥미나 호기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행위이며 연대 의지이다. 그러므로 단순한 정신적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과 태도, 그리고 사회 안에서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고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이 모든 것을 포함한다.


  내가 세상을 보는 관점과 태도가 나를 항상 가로막았다. 늘 넘어지는 지점을 알면서도 그곳에서 당연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음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타인들이 해주기를 더욱 기대하고 있음이고 그 안에 나 역시 내가 하기엔 부족하다는 열등감이 켜켜이 쌓여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음도 사실이다. 여하튼 이 소화되지 못하는 이 불편함과 추욱 쳐지고 마는 감정이 반복되다 보니 세상 모든 심리학의 사례를 실행하고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환절기의 일시적인 감정일까. 새로운 날이 밝기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날을 맞기 위해 무엇을 할까를 생각해야 하는가가 치유일텐데 원인을 파악하는 행동력과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력 사이의 이 간극은 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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