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기대의 심리학 - 잘못된 기대로 힘들어하는 12가지 이유 

선안남, 2010. 

  


  결론이란 생각하기에 지친 지점이다.

                                    - 마틴 피셔

 

  그러고보니, 어떤 회의에서는 지쳐서 ‘이만 결론내자’고 외친 적이 있다. 더 이상 생각할 거리가 없이 지친 지점에 이르러 결론이 난다. 이렇게 해서 결정된 결론에 대한 만족감이란, 그리 높지 않다. 처음 시작할 땐 분명 최고의 결론을 이끌어 내리라 생각했던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대란, 기대하고 있는 그 순간의 만족감은 높을지언정 기대하는 바가 추구하는 종착역에서 늘 만족감을 최대로 높여주진 않는다. 그럼에도 희망없는 나날을 견딤에 기대가 이끄는 공이 있음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기대란, 나에게나 타인에게나 같은 무게를 달고 오는 것이 아닐까.

  기대의 심리학은 자신에 대한 스스로와 타인의 기대가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익숙하게 얘기되는 것처럼 그 기대로 인한 긍정적,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다룬다. 피그말리온 효과나 아틀라스증후군, 피터팬 증후군이 이 기대와 연결되어 있음 또한 설명한다.


피그말리온 효과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희망적이고 교훈적이다. 이 메시지는 발전을 거듭해 개인적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안과 절망의 시대에 좋은 것을 기대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기대하면 그대로 이루어지리리’는 메시지는 지금의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의지와 에너지를 심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효과에도 맹점은 있다. 주변의 관심과 기대가 그들의 성취에 압박을 주고, 기대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를 넘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현상들은 긍정과 부정을 안고 있다. 그것이 발현되는 방식에 따라 긍정이냐 부정이냐의 결과가 나타나겠지만 사람들은 부정적 효과를 더 염려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처럼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기도 하고, 결과에 따라 그 효용성이 가려질 것만 같은 기대가 그 과정에도 부정성을 한껏 안고 있다는 것도 안다. 타인의 기대에 의해 더욱 더 가해지는 부담감이 그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가족 또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기에 느끼는 부담은 크다. 이 모든 것들이 현실적이지 않은 기대에서 비롯된다. 꿈꾸는 것은 좋지만 마구 달려나가는 비현실적인 기대 하나가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어 버린다.

  저자는 그렇기에 기대에 합리와 현실을 주문한다. 타인이 던지는 기대에 부합하려 발버둥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힘겨움의 이유 속에 들어찬 기대에 대해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친 기대라는 것을, 비현실적인 것임을 안다한들 “오우, 그건 이뤄질 가능성이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더, 더, 더 노력해보겠습니다”가 해야 할 말이고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이 사회는 보여준다. 생각보다 오로지 나 자신을 인식하고 산다는 건, 어렵다. 그럴 수 있었다면 애당초 타인의 기대 때문에 힘들 일이 무엇 있었겠는가.

  이 책에서 할애하는 많은 부분은 타인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느라 힘들어하는 나에 대한 것이 주다. 그로 인한 다양한 문제점들과 빠져버리게 되는 오류들을 실제 사례와 임상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그에 관한 이야기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겪고 있는 모습들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행하지 못함에서, 인식이 재빨리 전환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이론이든 경험이든 이런 글들을 통해 더더 깨우치고 느끼면서 변화할 수 있기를 노력해봐야 하는 것인지도.

  그런데 타인의 기대로 인해 힘든 것과 더불어 이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타인에게 기대하는 것이 충족되지 못해 힘든 경우도 많다. 사회는 더불어 사는 것이니까. 이때의 기대란 사회가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되는 마땅한 상식과 정의에 대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공동체적 질서와 가치,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인간존중을 지켜 가리라는 기대 말이다. 그래서 지난 겨울엔 이런 기대로 희망에 부풀었을 테고 여전히 기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날이 사그라진다는 것은 또 얼마만큼의 좌절을 안겨줄까. 이런 기대로 인한 힘겨움 역시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식으로 수용하면 되는 것일까. 묻혀두었던 일들이 하나씩 끄집어 나오는데도 도로 들어가버리는 분위기가, 그것들만을 공고하게 묶으며 감싸는 분위가가 얼마나 강했고, 얼마나 강한지를 새삼 느끼며 이것은 과연 잘못된 기대인가를 묻게 된다. 좀더 현실적인 기대로 합리적인 수준으로 그 기대를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도대체 그 수준은, 그 기준은 얼마만큼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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