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급하지 않습니다.


복지국가를 향한 짧은 안내서 

- 국제적 관점으로 쉽게 쓴 사회정책입문

존 허드슨·스테판 쿠너·스튜어트 로우, 나눔의집, 20100.

  

  9월 7일은 사회복지의 날이다. 사회복지 관련된 곳에서는 오늘을 기념하며 행사가 이뤄지고 있겠지만 언론은 관련된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 형식적이라고 해도 특정한 날이 되면 그에 관한 의미를 짚어보고 여러 문제들을 지적하는 게 지금까지 이뤄져 온 방식이었다. 가령 장애인의 날엔 그 전후로 장애인에 관한 기사가 들끓고 부부의 날엔 부부관계에 관한 기사가 들끓는 것처럼, 이런 특정한 날을 지정해야 관심받는 그런 영역들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때라면 복지대책에 관해 집중조명이 될 터인데 여러 이슈로 언론은 바쁘다.

  하긴 전쟁이 어쩌고저쩌고 하루종일 떠들어대는 상황이니까 심각한 상황은 맞다. 그렇게 봐야 하나? 이런 상황을 자주 맞닥뜨려 양치기 소년이 외치는 ‘늑대가 나타났다’처럼 반응하게 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안보’ 외치는 기사는 안보이고 이런 기사들만 눈에 띄나 보다.

국민의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급하지 않습니다.

  9월 7일자 바른정당 원내대표 주호영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한 문장이다. 이 문장을 말하기 위해 늘 노력해온 결과 평소에도 이 말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지만 오늘은 더욱 더 당당하게 소리 높여 외쳤다.


“다층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갖추는 데 약 10조원이면 된다고 합니다. 국민의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급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구축 가능한 방어체계를 포기하는 것은 대통령의 치명적인 직무유기입니다.”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이란 프레임은 항상 ‘복지’가 달고 살아야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지출은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거의 최하위이고 국내 다른 지출비의 절반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늘 삭감되는 수모를 당한다. 도대체가 ‘무분별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늘 특정 정당은 사회복지예산이 0.1%만 올라도 기겁을 한다. 그래 놓고서는 선거때면 노인들 관련 복지 공약은 하늘 드높은 줄 모르고 올리려고 기를 쓴다.

  10조원이라. 나라를 핑계대고 해먹은 돈이 많아서 10조원이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지경인데 그동안 그렇게 안보를 중시하면서 각종 군사 무기를 위해 그토록 불량품을 쓰려 안달이었을까. 왜 그토록 방산비리를 저질러 갖추어야 할 것을 갖추지 않았을까. 툭하면 꺼리를 만들어 복지를 세상에서 가장 불필요한 것으로 취급하는 이들의 생각에 대해 묻는다. 복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과 상관없는 일인가. 그래 놓고서 국민은 나라를 위해서는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너무 고전적인 이야기지만 매슬로우는 의식주의 생리적 욕구를 안전의 욕구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인간의 욕구라고 말했다.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안전’하게 해주겠다며 마지막 밥알을 빼앗고 굶주리고 헐벗은 몸과 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몸바치라 말한다. 그것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이 복지국가였던 적이 있던가. 복지국가가 되는 것이 혐오국가로 가는 길이라도 되는 양 하는 이들의 머릿속에서 복지국가가 나올 수는 없다. ‘복지’를 늘 없는 이들에게 날리는 적선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서 ‘복지’는 게을러서 굶게 생긴 이들에게 야, 먹고 떨어져라 던지는 제 침묻은 밥을 던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복지’란 단어는 이해할 수 없는 단어이고 세계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 자신의 ‘복지’를 위해서 타인의 ‘복지’를 빼앗는 일엔 열심이고 더러 그것을 하는데 늘 ‘국민’이란 단어를 핑계한다.

  『복지국가를 향한 짧은 안내서』 이 책은 사회보장, 고용, 보건의료, 교육, 주거의 사회저책에 대해 설명하고 쟁점을 논하고 있다. 특히 몇몇 나라가 아니라 70여 개 나라의 사례를 비교분석하고 있어 정책에 대한 이론적인 접근뿐 아니라 실제 적용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해준다. 정책이란 ‘생물’과 같기에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실제 적용에서의 많은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회복지정책은 다각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가치와 추구하는 목표는 갖춘 상태로 말이다. 마냥 특정한 나라의 정책만을 쫓다 보면 실패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 할 것 없이 선진정책을 배우겠다며 늘 외유성으로 관광하고 돌아와 이런 식으로 정책들을 가져다 그대로 CTRL+C 해서 CTRL+V 했을 것이다.

  이 책은 사회보장에 관한 기본 이론서이다. 이야기가 가득하고 재밌게, 가볍게 읽을 수 있다기보다 사회복지전공자들을 위한 기본서로서 더 충실하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다루는 사회보장, 고용, 보건의료, 교육, 주거에 관한 내용들이 전혀 우리 생활과 유리된 내용들이 아니기에 오히려 정책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다보면 한국이 왜 ‘복지국가’가 아닌지를 알 수 있을지도….

  어떤 ‘날’엔 그것을 기념하며 그것에 대해 예의를 갖추기 마련이다. 부족한 부분을 생각하고 수정해야 할 것을 더 돌아보며 말이다. 사회복지의 날, 늘 그래왔지만 오늘마저도 철저히 무시된 ‘사회복지의 날’에 복지국가는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 국가까지는 나아가지 않더라도 나의 복지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씁쓸하다. 세금은 꼬박꼬박 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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