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뮤즈란 없다

 

잘 쓰려고 하지 마라- 퓰리처상 수상 작가의 유혹적인 글쓰기

메러디스 매런 (엮은이), 생각의길, 2013-12-13.

    

  왜 쓰는가에 대한 작가 20인의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20인 작가들의 이력을 보면 퓰리처상, 오헨리문학상, 오렌지문학상, 펜포크너상, 맨부커상 등을 수상하거나 매번 다양한 언론에 올해의 책으로 소개된 책의 ‘저자’들이다. 이들 작가들을 인터뷰하고 책을 엮은 매러디스 매런은 작가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을 수 있었던 비결을 “재능기부”라는 기획 덕분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보면 모두 유명하고 잘 팔리는 작가들이지만 그들이 지금의 결과를 이루기까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작가들은  이 경험들을 글을 쓰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생각들을 전하고 있다.

   작가들 각자의 글쓰기 방법이나 ‘작가’에 대한 생각은 유사점도 있고 차이도 있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해 물어보면 천편일률적으로 나오는 대답을 이들 역시도 하고 있었다.

   “일단 써라.”

    다양하고 흥미로운 제목으로 ‘글쓰기’ 노하우를 전하고 있는 책들의 최고의 방법은 항상 그랬다. 일단 많이 읽고 쓸 것! 허무의 끝을 달리는 말이긴 하지만 어느덧 그것이 최고의 글쓰기 방법임을 수긍하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어떻게 세상의 글쓰기 방법을 말하는 책들은 똑같은 결론을 제시하는데 그토록 무수하게, 계속 나올 수 있는 거지?

 

쓰고 싶은 기분이 안 내킬 때도 글을 써라. 세상에 뮤즈란 없다. 글쓰기는 고된 노동이다. 나쁜 원고는 언제라도 교정할 수 있지만, 빈 원고지를 들고 교정할 수는 없다. - 조디 피코

 

   조디 피코의 ‘빈 원고지를 교정할 수 없다’는 말이 와 닿는다. ‘뮤즈’란 없다는 말 또한 격하게 공감한다. 왜, 특히 남성들에게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조각을 하든 ‘뮤즈’가 필요했을까. 그런 인상들이 각인되어 ‘뮤즈’나 ‘영감’이라는 것이 따로이 있다고,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대다수의 창작자들에게 뮤즈란 여성이었고 여성은 창작의 주체자이기보다는 창작자를 보조하는 수단이었다. 여성의 창작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환경이기도 했고 그래서 폄하되거나 남성에게 빼앗기거나.

   20인의 작가들을 보니 여성 작가가 훨씬 많다. 이들은 특별한 ‘뮤즈’에 대해서 언급하진 않았는데 그들이 글을 쓰는 이유를 내면으로 돌리고 있다. 글을 씀으로 해서 느끼게 되는 자신만의 ‘행복감’이 그들이 글을 쓰는 동인이 되는 것이다.

 

소설을 쓸 때, 나는 내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 잊어버린 채 완전히 몰입해버린다. 나는 이렇게 또 다른 세계에 깊이 빠져서, 현실의 삶이 약간 모호해진 느낌이 너무 좋다. - 제니퍼 이건

 

나는 꿈꾸기 위해 글을 쓴다. 다른 인간과 접속하기 위해 글을 쓴다. 기록하기 위해,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죽은 이들을 방문하기 위해 글을 쓴다.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일종의 원초적 욕구 때문에, 그리고 돈 때문에 쓴다. - 메리 카

 

글쓰기는 내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이다. 나는 글쓰기를 직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글쓰기는 그냥 내 자신이다. - 수전 올리언

 

   이런 시간을 더욱 많이 누리고 행복감을 느끼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이들에게 시간을 자유롭게 누리는 일처럼 보인다. 직장에 매여 있지 않다는 것이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자유롭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의 고통, 글에 대한 반응이 없을 때, 어느 에이전시에서도 글에 대한 연락이 오지 않을 때의 참담함, 그리고 글을 쓰고 싶은데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쓰지 못하는 답답함이 작가들이 가지는 문제이다. 아이와 가정을 돌보는 시간외에 어떡하든 시간을 만들어 내어 글을 쓰기 위해 분투하는 작가들의 글쓰기 습관은 이들이 유명한 작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를 알려 준다. 짬이 나는 모든 시간을 글쓰기에, 글쓰는 습관에 들이기 위한 처절한 노력들이 결국 글쓰기의 비결이라고 작가들은 말한다.

   어떤 영감이 찾아오는 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까. 뮤즈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까. 늘 쓰고, 읽고, 생각하는 일이 그들이 하는 일이다. 매일쓰기, 습관의 글쓰기가 그들의 방법이기도 하지만, 글쓰기에 매혹되어 있는 자신을 만들어 내는 일이 그들이 글을 매일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작가들은 ‘특별’하기에 그런 작품들을 썼고 상을 받았으리라는 생각은 이들 스스로의 고백을 통해 들으면 전혀 특별하지 않게도 보인다. 글을 쓰기 위해 열심히 읽었고 글쓰기 강좌를 들었고 그리고, 열심히 썼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또한 이 단순한 일을 잘 해내는 일이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래서 특별해 보인다.

   뮤즈를 기다리지 않는 것. 뮤즈가 찾아올 때 까지 기다리지 않는 것. 스스로가 뮤즈라는 것을 믿는 것. 이들이 얘기하는 유혹적인 글쓰기의 비결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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