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모든 것이 금은 아니듯



루미너리스, 엘리너 캐턴, 다산책방, 2016.

   

 

   생각해보니까 천재라는 말은 좀더 어린 사람에게 더 잘 붙는 수식어인 듯하다. 루미너리스의 작가 엘리너 캐턴도 이런 수식어를 받는 ‘어린’ 작가다. 이 작품은 맨부커상 수상작이라는 것과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특히 맨부커상 수상 역사에서 최연소 수상 작가이며 수상작 중 가장 긴 분량이라는 기록을 세웠다며, 28세의 나이 두 번째 작품만으로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천재작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루미너리스>는 빅토리아 시대, 1960년대 뉴질랜드의 골드러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골드러시, 금광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 금광에 대한 욕망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욕망과 갈등이 산재되어 있다. 이 과정에선 당연 살인 사건이 있고 사건의 원인과 진실을 알아내기까지 시종일관 미스터리함이 긴장을 유지하게 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 소설의 특징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별자리와 점성술에 빗대어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등장인물 12명은 12개의 별자리를, 다른 5명의 남자는 행성을 상징하며, 천체의 움직임에 따른 인물과 사건의 연결이 흥미를 돋운다.

 

무디가 보기에는 굉장히 피상적인 모임이었다. 열두 명의 남자는 안나 웨더렐이 죽을 뻔했고, 크로스비 웰스가 죽었고, 에머리 스테인스가 사라졌고, 프랜시스 카버는 출항했으며 알리스테어 로더백이 마을에 도착한 1월 14일 밤의 사건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인 거였다. 게다가 모두가 모인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감옥을 관리하는 교도소장 셰퍼드도 없고, 교활한 미망인 리디아 웰스도 없었다. - 1권 p498

 

   소설의 제목인 루미너리스는 점성술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두 별인 해와 달을 가리킨다. 천체의 움직임이나 점성술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소설을 이해하는데는 어렵지 않지만, 그것을 좀 더 잘 안다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이야기는 많은 등장인물들처럼 다양한 시선으로 전개되고 흩어졌다가 모아지는데 마냥 암울하고 칙칙한 분위기만은 아니다. 희망과 좌절과 욕망과 배신이 난무하는 시대는 어디에나 있다. 오히려 이 빅토리아 시대엔 ‘낭만’이 가미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것이 지나간 역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양자리는 집단적인 관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황소자리는 주관적인 태도를 단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쌍둥이자리의 규칙은 배타적이고, 게자리는 원인을 찾고, 사자자리는 목적을 추구하며, 처녀자리는 계획을 바란다. 하지만 이것들은 제각기 진행되는 일들일 뿐이다. 12궁의 두 번째 행동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천칭자리는 개념으로, 전갈자리는 재능으로, 궁수자리는 목소리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염소자리에서 우리는 기억을 얻고, 물병자리에서는 통찰력을 얻는다. 그리고 12궁에서 가장 오래되고 마지막을 점하는 물고기자리에 와서야 일종의 자아를 얻어 완전해진다. - 2권 p250~251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성격은 과연 별자리와 어떻게 연결될까. 인간의 운명이란, 성격이란 정말 점성술이 말하는 대로 정해져 있는 걸까. 때로는 희망을 위해 내 운명에 무언가가 “적혀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운명, 인간의 운명, 삶….

이 모든 사건들이 해결되고 상황이 종결되는 그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

는 감정들을 들여다보면서 느끼게 되는 한가지는 확실하다. 어쨌든 그 누구라도 쉽게 삶을 놓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방법의 차이는 달랐을 뿐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금’을 움켜쥐려던 그들이었다. 그들의 ‘금’이 실제의 금이든 아니든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내일을 위해 갈망하고 움직였다. 운명이 ‘쉽게 결정지어졌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희망이 몸짓이기도 하겠지만 패배의 몸짓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결국 모두는 깨달을지 모른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선택의 산물이고, 자신의 손으로 결말을 선택한다. - 2권 p2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