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아이러니

 

 살고 싶다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동원,  2014.

 

 

   ‘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

   그 사람의 말 앞에 “더 잘”이 또는 “죽음을 앞두고”가 생략되어 있다면. 열정없이 그저 살아가는 삶에 대해 반성하게 될까. 어느 누구의 외침인지, 어떤 삶을 살고 있기에 그런지, 그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 강렬한 삶의 의지를 전달받기 위해 그 외침이 울리는 상황을 살펴보게 된다면 더욱 더 그 말의 울림을 잘 느끼게 될까.

   최근에도 폭탄이 터져 많은 군인들이 부상당했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군대에선 각종 의문사가 많이 발생한다. 이 책 속 장소 역시 군대다. 군대 속 병원이 더 근접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필립 상병은 의문의 남자로부터 자살 사건 조사를 제안받는다. 남은 군 생활을 편히 지내게 해주리라는 대가를 제시하면서.

   자신이 유격 훈련 중 다쳐서 입원했던 국군병원에 같은 시기 입원했던 친구의 사건을 조사한다는 것에 부담도 느끼지만 어쨌든 이필립 상병은 조사를 진행한다. 어쨌든 이야기가 흘러가야 하니까. 자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필립 상병의 활약은 조사를 제안하는 이의 의도와 맞게 진행이 되어 갈까.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을 아는 이필립의 조서는 어떻게 작성될까. 특히나 그 자신이 군대 부적응자로 인식하고 있다면.

 

폭력을 제대로 묘사하면 아무도 그것을 따라 하지 않는다. 맞는 자의 아픔뿐 아니라 때리는 자의 아픔까지도 표현되기 때문이다. 반면 폭력이 멋지게 혹은 우스꽝스럽게 그려질 경우 상처와 고통이 있어야 할 자리를 허세와 웃음이 대신한다. 그런 것을 보며 자란 사람은 폭력을 휘두르며 스스로를 멋지다 생각하고 아파하는 사람을 보며 웃게 된다. p87

 

   그가 보는 조직사회 군대는, 그가 조사한 자살 사건 속 군대는 폭력이 만연되었고 또한 죽음을 희화하는데 익숙했다. 그렇기에 자살은 반복되고 폭력은 확장된다. 곳곳에 서열이 존재한다. 계급이 존재한다.

 

나는 가끔 궁금했다. 무릎을 다치지 않았다면 나는 멀쩡한 다리로 어떤 길을 걸어갔을까. 그 길의 끝에서 나 역시 나도 모르던 내 안의 괴물과 마주했을까. 한두 마디 말로 쉽게 그들을 욕하고 침을 뱉지 못하는 건 한때는 선해 보였던 그들의 눈빛을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가장 두려웠던 건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그들처럼 될 수 있는 나 자신이었다. p66

 

   조직 속의 그들과 같아 질까봐 스스로를 두려워하던 이필립은 그렇기에 한편으론 자신이 부적응자인 것을 다행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다행인지 운명인지 자살하지 않고 생각을 바꾸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런 반복된 자살 사건을 조사하는 위치에 선다. 그가 조사한 친구 정성한은 참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다. 반면 필립은 냉정하다. ‘살고 싶다’는 글을 남기며 자살한 이 시인을 꿈꾸는 친구의 자살을 그가 너무 여리기 때문에 죽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자살이, 그 모든 것이 여린 그 개인의 성격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필립은 사건의 진실을 알아간다. 단지 정성한의 자살 사건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자살한 이 사건을.

   작가는 사건 조사를 하면서 자신의 내면에 대해 더 깊은 성찰을 하도록 이필립을 이끈다. 자신이 군대의 부적응자가 된 것만큼이나 부적응자가 아니라 가치있는 사람임을 입증하고픈 욕구가 있었던 이필립의 내면은 정성한의 간절함과 처절함을 알아가면서 조금은 변하고 조금은 단단해진다. 삶의 아이러니는, 항상 누군가의 죽음으로부터 내 삶을 돌아본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내 삶의 희망을 의지를, 살아 있음에 대해 감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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