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incidence


Synchronicity 리더란 무엇인가

- 싱크로니시티, 미래를 창조하는 리더십 내면의 길

조셉 자보르스키, 에이지21 , 2010.


 

 실검에 등장한 coincidence를 보면서 감정과는 별개로 떠올린 몇 가지 생각 중 하나는   Synchronicity였다. 의미의 차이가 있음에도 이 단어가 연상된 것은 한국번역본의 제목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coincidence의 발음을 빙자로 발생한 이 ‘우연한’ 사건을 보면서 단순한 우연의, 일회성이 아니라 사건 당사자의 내면에 깊이 잠재된 의식의 분출이라는 생각을 하며 홀로 경악하고 있는 중이었다. 당연, 기사와 댓글들은 놓치지 않고 여기에 이 학교를 거론한다. 왜냐면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곳에서 벌어진 일이고 우리나라에서 이 최고의 지성, 서울대가 차지하는 위상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이 지성인이라며, 공부를 잘했네라며 사회에 나와서 어떤 꼴로 군림할까를 생각하다보니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대한민국을 흔드는 이 난리의 중심을 잡고 줄줄줄 연달아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학력과 학벌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으니까. 같은 꼴. 소위 엘리트라는 인간들의 저열함이 미래에까지 연장되는 것을 보았다고 하면 비약인가. 연장될까봐 걱정이다가 더 적합한가.

  Synchronicity는 한국에서 「리더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되었다. 타인의 리더십을 생각하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 누구라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때가 있다. 내 자신에게도 리더십을 발휘해서 내 삶을 이끌어가야 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 책은 「미래를 창조하는 리더십 내면의 길」이란 부제가 붙었나보다. coincidence, Synchronicity, 리더란 무엇인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사실 이렇듯 간단하다.

  해괴망측한 리더와 그 리더십에 따라 삶이 나락을 치는 상황에서 리더의 역할과 자질에 대한 요구가 특히나 부각되는 이때, coincidence로 인해 이 책의 내용이 되살아나는 이런 우연이 놀라운 건, 이 책의 출발이 워터게이트사건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여느 리더십 역량책과는 다른 특이점을 보인다. 리더십은 무엇인가, 리더의 자질이 어떠해야 하는가라며 첫째, 둘째, 셋째, 이런 도식화된 나열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외면’적 리더의 역량에 대한 것보다는 끊임없는 진정한 리더의 자질에 대한 조건을 탐구해가는 여정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내용을 전개하기 위해 저자는 두 명의 대표적인 학자를 생각나게 한다. 한명은 동시성이라는 개념을 전개시킴 칼 융이며 또다른 사람은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내용적으로는 칼 융의 ‘동시성’을 형식적으로는 조셉 캠벨의 ‘영웅의 여정’에 따라 서술하는 것이다. 

  칼 융은 “둘 혹은 그 이상의 의미심장한 사건들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여기에는 우연한 가능성 이상의 뭔가가 작용하고 있다.”라고 동시성을 정의한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모든 상황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 우리에게 확실한 길을 알려주는 그런 순간들”에 딱 어울리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 동시성이 어떻게 리더십과 연결되는 것일까.

  저자는 변호사이다. 그는 한국의 박근혜 게이트보다는 덜 추악한 사건이라고 하는 미국 역사상 가장 추악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겪으며 ‘리더’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은밀한 닉슨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리처드 닉슨이라는 사람의 진모를 헌법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터무니없이 권력을 남용하는 모습이 충격적일 뿐만 아니라 속이 다 메스꺼릴 정도였다. 충격과 혐오감이 솟구쳤다. 나라 전체가 걱정스러웠다. 인격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그런 사람이 지금까지 나라를 이끌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 국민들이 느낄 공포와 불안이.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저렇게 형편없는 사람이 어떻게 세계 최강대국의 수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누구의 책임인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p54


  다행히 저자는 이런 ‘리더’가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는 상식적인 사람이었고 대통령의 거짓말에 경멸감과 환멸을 느낀다. 저자는 “권력을 남용하는 파렴치한 리더들과의 악순환 고리”가 문제라고 인식하며 촛불을 든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이런 상황을 바꾸지 못하리라는 무력감이 자신을 괴롭혔지만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진정한 리더란 무엇인가'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여행에서 그는 철학자, 물리학자, 경영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리더의 자질”에 대한 진실한 접근과 결론에 이른다.

  이 여행을 하면서 그는 자신의 이 여행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 ‘모험에의 부름’을 받은 것이라고 ‘소명’이라 생각한다. 조셉 캠벨은 영웅이 길을 떠나는데 그것은 영웅으로 하여금 그 길을 떠나도록 만드는 사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하여 그 모험에 따라 영웅은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도 마침내 목적과 꿈을 찾고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오는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저자 역시, 이 영웅의 귀환의 패턴을 따라 길을 떠나고 역경을 겪고 결론을 찾고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렇게 저자가 찾은 리더는 어떤 것인가. 저자는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리더십이란 사람들이 내부에서 계속 현실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세상의 펼쳐짐에 참여할 능력을 키우는 그런 영역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리더십이란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일이다. p19~20 


  이와 같이 저자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미래를 변하게 하리라 생각하며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을 리더십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말한다. 변화를 주도하는 창조적인 리더십이 되기 위해서는 강한 헌신과 광대한 비전을 갖춘 리더십은 환경에 얽매인 리더십 조직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얘기한다. 특히 성공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행동이 아니라 존재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타인에 대한 깊은 헌신, 애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용기를 북돋는다고 그리하여 실천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리더십을 위한 헌신의 노력의 과정엔 당연 어려움들도 따른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흔들리지 말고 내면의 부름에, 목소리에 따라 힘껏 나아가라고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러더십에 대한 자질을 잘 들여다보면 그것은 끊임없는 내면탐구의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전혀 별개의 일들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그것은 하나의 관계된 힘을 만드는 연결고리를 짓는다고 말한다. 얼핏 미래의 창조를 위해 열린 사고를 갖는 일은 더불어 순간순간의 일들에도 충실할 것을 주문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어느새 그것을 조직적으로 연결지어 미래를 창조하는 힘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라면 말이다.


삶이라는 여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내적인 투쟁으로 채워진다. 이런 내적인 투쟁을 통해서 누적된 부담감을 극복해야만, 다시 펼쳐지는 생성적 질서의 흐름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내적 투쟁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글자 그대로 그것을 ‘겪는’ 것이다. 말하자면 함정들을 만나고 겪으면서 거기서 새로운 교훈을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 이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다. p234


  워터게이트로부터 충격받은 저자의 깊은 내면탐구와 미래 변화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간절한지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불투명하게 흩트려지는 융의 이론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사고방식이나, 내적인 진실성에 더 깊이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느낌, 내가 이해하는 명확성과는 별개로 약간은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기대도 깃든 듯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잘못 이야기하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주의 기운”으로 이해될까 염려스러운 바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리더’의 자질엔 사명감도 포함하여 심리적인 ‘확신’, 그 역할에 대한 ‘확고한 믿음’ 또한 필요하리라는 것이다. 아니다. 최고로 간단한 말은 그냥 이럴 것 같다. “도덕적이어라, 끊임없이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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