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불편한가


 

  언제부턴가 기사를 읽고 나면 기사만큼이나 댓글을 확인하게 되었다. 얼핏 보게 된 댓글이 내 생각과 감정과 너무나 다를 땐 놀라서였고 같을 땐 반가워서였다. 그리고 재밌는 것도 있었다. 아무튼, 단순하게 확인했던 이러한 댓글에 대한 의심들이 나도 모르게 생겨날 땐 나말고 이미 의심에 의심을 더해 확신까지 하는 이들이 있었고 물증을 채취하는 이들도 있었다. 단순하게는 뻔히 보이는 홍보용 댓글들 때문에 알바를 생각할 수 있었지만 한나라의 정치문제에 이런 댓글 알바단이 고용되어 활동했다는 이 놀라운 일은 여전히 법적으로 결론지어지지 않은 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소설 댓글부대에 대한 관심 역시 높다. 역시 작가는 장강명. 기자 출신이라는 작가의 이력에 더욱 기대게 하는 이 소설에서 어떤 단서를, 물증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이것은 소설인데 여기에 실제 사건들의 윤곽을 알 수 있을까. <댓글부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댓글부대 조직이 어떻게 댓글로 사람들의 여론을 호도하는지에 대한 것이 더 부각되어 있다. 인터넷에서 활발히 댓글들을 읽어 왔다면 또한 특정한 사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왔다면, 보아 왔다면, 이 소설 속에서 그러지는 패턴들이 꽤 익숙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확실하냐’‘라는 사실을 알고자 하는 마음을 여전히 접어 둔 채, 왜 이런 댓글부대들의 활약에 휘둘리는가’에 치중된 이 소설을 보게 된다. 실제로 그러한 일이 있었다 한들 댓글부대의 활약에 휘둘리는 일이 없다면 좀 나았으려나 하는 생각들을 가지면서도 그 힘을 알고 있는 ‘이들’에 놀란다. 사실 2012년만 해도 SNS 등, 인터넷과 모바일 등의 매체를 통한 여론전엔 야당이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선거’라는 것은 ‘매체’라는 것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모든 문명의 기기는 그것의 용도만큼이나 이용자의 윤리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가 하는 것도.


  어쨌든 댓글부대의 내용은 참으로 단순하다. 인터넷 여론 조작단 ‘팀-알렙’의 세 청년이 여론 조작을 위한 분투기라고 할 수 있다. 상품평이나 유학 후기를 지어내며 댓글조작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에게 ‘합포회’라는 조직으로부터 거액의 제안이 들어온다. 바로 진보 사이트에 타격을 입혀 달라는 것이다. 팀-알렙 멤버 찻탓캇은 진보성향 일간지 ‘K신문’ 기자에게 온라인 조작 사실을 폭로하는 제보를 한다. 이 제보와 이들이 현실에서 벌이는 여론과 댓글조작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들 작업을 수행하는 팀-알렙의 세 청년들은 어떤 인물인가. 삼궁, 찻탓캇, 01査10은 사회 낙오자이다. 이들을 사회 낙오자로 규정하는 것은 이들이 ‘지잡대’ 출신이라거나 이거나 ‘어스퍼거 증후군’과 같은 비사회적인 병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베 유저들이고 그들에게 여자는 ‘김치녀’다. 그럼에도 이들은 댓글조작으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안마방이나 유흥업소에서만 여자를 만난다. 이들은 치밀한 기획으로 이 일들을 이뤄낸다. 인터넷 세상은 넓고 게시판은 많다. 그들이 달아야 할 댓글들은 많고 가야 할 사이트는 많다. 그러나 이들이 먼저 타깃을 삼은 곳은 진보 성향을 띤 여성 중심의 커뮤니티다. 그리고 10대들을 대상으로 이들을 세뇌하기 위한 ‘마케팅’을 벌인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사회적 낙오자이며 비틀리고 뒤틀린 이들이 벌이는 이 댓글조작의 세계는 한판의 심리게임과도 같은데 이들은 어떻게 이토록 섬세한 심리의 세계에 통달할 수 있을까. 그들은 몇 마디로 사람들을 선동하고 혼란을 주어 잘 이끌어가는 한 까페를 파괴해낸다. 어떻게 치고 빠지는지 특정 사이트에 따라 어떤 말들을 써야 하는지를 잘 아는 이들을 보면 놀라웁다. 이러한 이들이 세상에 나와서 활보했으면 더 큰 문제가 되었을까. 이런 이들을 ‘사회 낙오자’로 규정하며 배제시켜버리는 이 사회가 문제일까. 아무튼 이들의 탁월한 능력들에 인터넷 카페, 커뮤니티 세상은 ‘이성’을 잃고 너무도 쉽게 무너진다.

  팀-알렙의 세 명들은 일찌감치 사이트의 특성도 다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한다. 그것이 바로 인터넷의 법칙이란다. 그러니까 여초 사이트의 유명한 사람은 ‘네임드’라 불리는데 이들은 남들보다 더 쿨하고 시크하고 진보적이어야 한다. 남을 알게 모르게 까 내리고 은근한 잘난 척을 하는 만큼 추종자와 워너비 외에 벼르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남초 사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게시판에 열심히 글을 올리고 댓글 달리면 좋아하는 심리 역시 자기가 인정받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가 보기에 별 대단치 않은 글이 관심을 받게 되면 질투를 넘어 ‘이건 옳지 않다, 정의롭지 않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고. 그래서 다른 사이트에서 퍼온 글로 추천과 댓글을 받으면 공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에 통달한 팀-알렙은 타이밍을 잘 알고 있노라고.

  이 책을 통해 댓글의 세계와 사이트의 세계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그저 무심히 넘겼던 인터넷 커뮤니티 내의 권력과 알력들에 대해서도 특정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는데 일반적인 것 이외에 필요한 절차가 있다는 것도. 단순한 정보공유 이외에 사람들이 인터넷 세상에서 뭘 하고 사는지도. 한바탕 어지러운 인터넷 세상을 돌고 온 느낌인데 앞으로 인터넷 세상의 분란을 잘 파악할 수 있을까. 나는 이성적으로 잘 대응할 수 있을까. 하긴 커뮤니티를 하지 않으니까, 딱히 그들 조장에 휘말릴 일은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심각한 정치, 사회기사들의 댓글은 잘 가려낼 수 있을까. 그것이 모든 여론을 다 반영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잘 가려서 판단할 수 있을까.

 틸-알렙은 분란을 일으키는 법을 아는 만큼 휘둘리지 않는 법도 알고 있을까. 지금 한창 떠드는 이 박근혜-최순실 사건에도 청와대 관계자의 아이디가 일베사이트에 있고 댓글을 올렸다는 기사를 봤다. 이런 댓글조작단이 특정 사이트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 수많은 문제를 양산해내고 있는 사이트 운영에 정부가, 아니 정부 대리인인가가 관계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참담하다. 앞에서는 멀쩡한 얼굴로 뒤에서는 저런 손가락질로 자판을 두들기는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라니. 그러한 사람들이 또 많다니, 사람들 얼굴에 ‘나 댓글쟁이요’ ‘나 **사이트 이용자요’라 표시되지 않으니 팀-알렙에게 요청하여 구별하는 법을 배워야 하나.

 팀-알렙이 인터넷 커뮤니트에 분란을 조장하는데 쓰이는 말들 중 하나, “이거 나만 불편해요?” 이 댓글들을 제법 보았던 것 같다. 그냥 무심히 넘긴 적도 있고 ‘불편한 이유를 대세요’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한 적도 있던 댓글. 욕설이 없는 지극히 정중한 내용임에도 기사와는 맥락이 다르거나 흐름과는 전혀 다른 글들이 튀어나올 때, 칭찬의 내용에도 “이건 알바다” “알바 꺼지세요” 라는 글들을 볼 때. 아니, 어떨 땐 댓글 하나하나 다 의심스러워질 때도 있다. 분란을 조장하고자 하는 말은 전혀 아닌데, 지금 이 세상 나만 너무 불편한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