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경영시인, 구본형


  그는 전문가에서 사상가로 스스로를 명명하면서 언젠가는 ‘변화경영시인‘이라 부르고 싶다고 한다. 그것이 작가 인생 후반기의 진화 여정이라고 얘기한다. 그는 삶을 시처럼 살고 싶다고 얘기한다. 그가 말하는 시처럼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시처럼 살고 싶다. 나고 깊은 인생을 살고 싶다. 무겁고 진지한 삶이 아니라 바람처럼 자유롭고, 그 바람길 위의 새처럼 가벼운 기쁨으로 가득한 삶을 살고 싶다. 내면으로부터 울려 퍼지는 깊은 기쁨, 그것으로 충만한 자의 발걸음은 얼마나 가벼울지. 어느 날,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한 사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문득 의미를 발견하여 말할 수 없는 헌신으로 열중하고, 평범한 한 여인이 문득 하던 일을 중단하고 내면의 북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하는 느닷없는 전환은 아름답다. 그것이 삶을 시처럼 사는 것이다(깊은 인생, p11)”


“나는 삶을 시처럼 살다 가고 싶다. 책을 보고 싶으면 책을 즐기고, 비가 내리면 비를 즐기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걷고, 여인을 만나 사랑하고, 자식을 낳아 그들이 커가는 것을 보고, 내 세계 하나를 만들어 그 속에서 사람들과 삶의 기쁨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나에게는 살아 있음의 흥분과 떨림이 중요하다. 나에게 있는 특별한 장점은 이렇게 감흥이 도도하게 일어나는 삶의 체험들을 책 속의 지식들과 뒤섞어 그 속에서 무엇인가 진득한 수프를 끓여내는 것이다(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p451)”


 삶을 시처럼 살고 싶은 열망은 2002년에도 보인다. 『사자같이 젊은 놈들』 속에 ‘시처럼 살고 싶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이미 작가는 오래 전부터 그가 살아가고픈 인생을 그리며 그렇게 살아오고 있었던 듯하다. 시처럼 살고 싶다는 것이 저자가 이야기하듯 깊은 인생을 진득한 수프로 끓여내는 일이라면 그는 그가 좋아하는 신화이야기를 가지고 『그리스인이야기』라는 진뜩한 수프를 마지막으로 끓여 내었다. 여기에서 그는 신화 속 영웅들의 삶 하나하나를 이야기하면서 또한 시로서 풀어내고 있다. 그가 신화 속 이들의 삶을 들려주며 종국에는 그들의 삶을 서사시처럼 읊어 내는 것처럼 그의 삶도 누군가에게, 또 그 자신에게 시로서 읊어 지리라. 그리고 그가 바랐듯이 ‘시처럼 살고 싶은 인생’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들이 있어 그의 인생 또한 한 편의 시처럼 기억되리라.

 그가 떠난 후 그가 남긴 글들과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전한 내용을 토대로 세 권의 책이 발간되었다. 그의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그가 남긴 글들에서 선별한 60편을 묶은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라디오 고전읽기를 통해 남긴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이다. 그가 사랑한 시, 그가 쓴 시들 역시도 한편으로 묶여졌으면 하며 ‘변화경영시인’으로 살다가 죽고 싶다고 한, 그에게 변화경영시인이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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