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깽이 - 사부님
구본형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를 보다 보면 ‘부지깽이’라는 닉네임이 눈에 띈다. 부지깽이는 불을 지필 때 나무가 잘 탈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이다. 닉네임의 주인은 저자 본인이다.『더 보스:쿨한동행』(2009)에서 그는 이상적인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는 좋은 스승과 제자가 되는 것이며 또한 ‘상사는 부지깽이, 부하는 땔감’이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보다 앞서서 이미 스스로를 부지깽이라 칭하고 있다.
“종종 나는 나를 ‘부지깽이’ 라고 부르곤 합니다. 어떤 감흥으로 그저 그렇게 불러 보았지요. 불이 꺼지려 하면 불씨를 뒤적여 불을 살려내고, 불이 너무 기세를 돋아 몽땅 태우려들면 누르고 벌려 불길을 가라앉히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부지깽이지요. 그러다 종종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어 제 몸을 태우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를 ‘부지깽이를 든 사람’이라고 부를까 생각 중입니다”.
이와 같이 스스로를 부지깽이라고 부르려면 땔감이 있어야 한다. 그에게 땔감이란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들과 꿈벗들이다. 이들을 가리켜 그는 ‘창조적 부적응자’라고 칭한다. 이들은 자기 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공허함을 느끼며 다른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길을 찾고자 하는 모색이 절망이 아니라 창조이기 때문이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연구원 제도에서 연구원들은 매주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칼럼을 쓴다. 이러한 과정을 1년 동안 진행하여 50권의 독서와 50개의 칼럼을 쓰고 이후 자신이 쓰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책을 쓰고 있는데 이러한 과정들을 그가 이끌어 주었다. 또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운영하며 이른바 꿈벗을 양성했다. 이 프로그램은 평범한 사람들이 진정한 자아와 소망을 찾아 위대한 삶의 전환을 모색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서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단군의 후예 프로그램이 있다. 이것은 저자 자신이 날마다 새벽기상을 실천하며 꾸준한 글쓰기를 해 온 것과 같이 많은 이들에게 하루 2시간의 자기 혁명을 이루도록 새벽기상과 새벽활동을 습관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그는 많은 땔감을 모아두었고 이들 땔감은 부지깽이의 손놀림 아래 열심히 불을 피우고 있다. 그리하여 이처럼 많은 땔감들을 통해 그는 ‘사부님’ 또는 ‘스승님’이라 불리우고 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땔감과 함께 그 또한 성장한다. 연구원 제도를 진행하면서는 그 또한 함께 읽고 쓰는 과정을 하는 것이다. 또한 땔감의 습도와 종류에 맞추어 적절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그가 제자들에게 끊임없이 반응하고 있는 모습은 역시 홈페이지의 무수한 댓글과 땔감에 대한 글들, 땔감들이 만들어낸 서문 들을 통해 알 수 있다. 부지깽이가 되고자 하는 꿈을 이루어 가고 있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직화된 학교라는 정형화된 틀 속에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이러한 연구소를 설립하여 땔감을 부지런히 만들어 나가고 있는 모습에서 인간에 대한 그의 애정과 관심, 그 자신의 끝없는 변화와 자기혁명의 자세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가 운영하였던 이 모든 프로그램들은 그를 사부님이라 부르는 제자들에 의해 다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