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명명(命名)


  이름이란 한 사람의 정체성이다. 그가 누구인지를 세상에 알리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이름을 통해 한 사람의 생애를 인지하고 기억한다. 그가 살았던 시대를 뛰어넘어서도 이름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거침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몰라도 상관없다고 외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관계하며 많은 이름을 얻게 된다. 그 속에 그들의 역할과, 행적과, 이상이 담겨 있다. '기억‘의 주체를 나로 볼 것인가, 타인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누군가에게 기억하게 하고 누군가에게 기억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결국 이 모두가 나의 ’알릴만한 일'에 따르는 귀결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제 이름으로 기억되려면 우리는 ‘세상에 알릴만한 일’ 하나쯤은 해야 한다.

  구본형은 자신의 명함에 자신을 칭하는 알릴만한 일들의 이름을 여러 번 바꾸었다. 처음엔 저자로, 작가로 그 다음엔 자신의 책의 주제인 '변화'의 경영자로, 사상자로, 그리고 시인으로.

 

 그는 1954년에 태어났고 2013년 4월 어느 날, 59세의 나이로 이 세상과 결별했다. 그가 익숙한 이 곳과 결별하게 된 것은 폐암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마지막까지 아픈 몸을 숨기고 EBS 라디오에서 『고전읽기』를 통해 ‘변화경영’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온전히 그의 생을 ‘축제’로 승화시켰다.

 그는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이후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였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좋은 역사학자이자 대학교수를 꿈꾸었으나 1980년이라는 한국의 시대적 현실 속에서 파생된 몇 가지 이유로 그 꿈을 포기하고 직장인이 되었다. 그는 회사원으로서 평범하고 지루한 삶을 살았다며 ‘가끔 내가 가보지 못하고 끝나버린 역사학자의 길을 한숨 쉬며 되돌아보곤 했다(그리스인이야기, p450)’고 술회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지나간 삶에 대해 한번쯤은 회한을 갖기 마련이고, 그가 한국사회에서 누구나 알만한 글로벌 기업의 간부를 지냈다는 점, IMF의 고비 속에서도 한 직장에서 20년을 근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평범함을 넘어선, 안정적인 성공적 삶을 살지 않았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확실히 인간이 겪게 되는 자연스런 삶의 고민들을 겪고 있는 평범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40대란, 이른바 중년의 사춘기이다. 또한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인간이 가지게 되는 자연스러운 욕구 5단계를 설명하며 마지막 단계를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이야기하였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키워 자기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고픈 욕구라고 할 수 있는데, 욕구는 인간의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요인이 된다. 이와 같이 흔들리는 40대에 그는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통해 자아실현의 욕구를 이루어나가고 있으니, 실로 인간의 욕구에 충실한 평범한 사람이자, 또한 강한 행동력으로 변화를 이루어가는 평범치 않은 사람이기도 하다.

  이처럼 그는 40대에 그가 늘 다루던 직장의 ‘변화경영’의 개념을 스스로에게 적용하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이루며 작가로서 내딛는다. 세 번째 책이 출판된 해, 마흔 여섯에 20년간 몸담았던 직장과 이별하며 1인 기업가로서 활발한 저술활동을 했다. 그는 매일 하루 두시간을 자기를 위해 쓰기를 강조하며 자신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두 시간씩 글쓰기를 하였다고 한다. 그러한 꾸준한 글쓰기는 매년 한권씩의 책을 출간한 결과로 나타난다(혹여, ‘안 보는데 어찌 알리오?’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를 가보면 안다. 홈페이지 칼럼이나 댓글 등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의 글의 업로드 시간이 새벽시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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