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글엔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제목 때문에 라오스 여행기인 줄 알았다. 역시나, 라오스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작가가 라오스를 여행했고 그리고 라오스만의 특별함을 작가식대로 펼쳐내는 이야기인줄 알았건만 라오스는 어디로 가고 보스턴이 튀어나왔다. 찰스 강변의 오솔길을 걷던 보스턴, 뉴욕과 포틀랜드, 아이슬란드, 그리스 미코노스 섬과 핀란드,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이탈리아 토스카나, 일본 구마모토. 이 여행기에서 작가가 담아온 나라들이다.

  이 책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이고 해외에서 곧잘 머물렀던 작가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이미 잡지에 기고한 에세이들을 다시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렇다면 여행을 했던 그 시간의 경험이 지금보다 더 생생한 기억일 수 있겠다 싶긴 했다. 그런데 작가는 그때도 벌써 책으로 엮기 위한 글을 따로 써두고 있었다 한다. 참, 여러 면에서 놀랍다.

  온전한 여행의 느낌보다 조금 길게 낯선 나라에 머물며 여행자와 생활인의 느낌이 섞인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기억도 끄집어낸다. 작가의 대표작인 <노르웨이의 숲>은 그리스 섬에서 탄생했다. 또한 숲과 섬, 바다 등의 풍경이 가득한 곳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 일상생활자로서 방문했던 장소에 대한 글도 상당하다. 던킨 도너츠 방문기와 더불어 스타벅스 비교하기, 재즈 클럽 ‘빌리지 뱅가드’ 및 레스토랑 방문기들이 그렇다. 자연을 보며 느끼는 감상과 이러한 현대의 공간을 마주하며 느끼는 감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린 것은 아니다. ‘여행지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라는 것이 나의 철학(비슷한 것)이다. p137


  그렇다고, 이 여행기에서 작가가 딱히 안 풀리는 얘기를 해 놓진 않았다. 작가의 철학 때문인지 작가의 여행에서 잘 안 풀리는 일들은 비켜간 건가 싶을 정도로 특별한 ‘사건’들이 있진 않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여행을 행하고 그곳을 감상하고 생각하는 한 사람의 시선만이 담겨 있다.

  책의 제목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인 만큼 라오스에 대한 인상이 기억에 남는다. 이 말은 작가가 일본에서 라오스로 가는 직항편이 없어 갈아타는 경유지 하노이에서 들은 말이다. 라오스로 가기 위해 하노이에서 1박을 하던 중에 베트남사람이 물은 말, “왜 하필 라오스같은 곳에 가시죠?” 이 말에서 작가는 “베트남에는 없고 라오스에만 있는 것이 대체 뭐길래요?”라는 뉘앙스를 읽으며 라오스 여행의 이유에 대해 생각한다. 그때까지도 이유가 없었지만, 가서 그 ‘무언가’를 찾겠다고. 그 질문은 작가에게 여행이란 본래 그런 것이라고 느끼게 만들어 주었고 보다 더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다.


“라오스(같은 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베트남 사람의 질문에 나는 아직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이 단순한 사진과 다른 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p181~182


  작가가 여행한 시간은 지금보다 오래 전이지만 그 시간의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곳에 가본 적 없고 작가 또한 재방문하지 않았으니 기억은 작가가 여행한 그 시간 속에 그곳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작가의 여행에 대한 생각은 그대로일까?

 

혼자서 낯선 땅을 여행 하다보니 단순히 숨을 쉬고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쯤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더랬다. p220


  사람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듯이 여행에 대한 생각 역시도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그리고 여행을 글로 풀어내는 방식도 감정도 차이가 있다. 작가의 여행기는 한창 노르웨이 숲이 아니라 <상실의 시대>로 번역되던 시절의 절정의 인기 시절의 글 몇편만을 기억하고 있는 터라, 생각했던 스타일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잔잔했다.

  전세계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풍이 불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있는 대표 작가이기에 이 작가의 에세이도 많은 이들에게 관심이 증폭되었을 테다. 여러 여행기를 읽다 보니 이 작가의 여행기의 차별성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건, 그만큼 작가가 유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토록 수많은 여행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를 더불어 생각한다. 출판시장에서 여전한 열풍을 지속하기 때문에?

  이렇든 저렇든 항상 여행기의 결론은 이것인 것 같다. 자, 떠나라!

  하루키 역시 그렇게 끝맺는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면, 아무도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행을 가진 않을 겁니다. 몇 번 가본 곳이라도 갈 때마다 ‘오오, 이런 게 있었다니!’ 하는 놀라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여행은 좋은 것입니다.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자, 당신도 자리에 일어나 어디로든 떠나보세요. p26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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