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정여울, 홍익출판사, 2014.


  유럽을 여행할 때면 가고 싶은 곳, 해보고 싶은 것은 타인의 경험에서 기인한다. 먼저 여행을 한 이들을 통해 어느 장소의 노을이 멋졌더라, 어디의 무엇이 맛있더라, 어디의 뭔가가 재밌는 체험이더라. 그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뇌리에는 차곡차곡 여행지와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이 리스트로 정리되고 있다.

  이 책 내가 사랑한 유럽은 그런 여행에 대한 소개다. 작가는 정여울이지만 작가가 선정한 여행지라기보다 대한항공과 유럽 여행자들이 특정한 테마별에 따라 선정한 유럽이다. 몇몇 여행자가 아니라 무려 33만 명이 선정했다니 다수에게 인상적인 장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열 개의 테마에 각 열 곳의 지역을 선정했으니 100군데의 유럽 여행지가 소개된다. 물론 나라는 중복되더라도 같은 나라에서도 지역에 따라 느낌이 다르니 이것은 나라에 대한 기억도 더하거니와 무엇보다 ‘어떤 여행’일까 하는 그 주제를 더 떠올리면 될 것이다.

  주제, 테마는 그런데 구체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다. 내가 사랑하는 유럽이라거나 직접 느끼고 싶은 유럽, 달리고 싶은, 갖고 싶은, 한달쯤 살고 싶은, 시간이 멈춘 듯에서 볼 수 있듯이. 그러니 보다 객관적이고 실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여행의 이미지가 이 장소들을 특별하게 보이게 할 것이다. 거기에 정여울의 글이라 이 감성은 배가되는 듯하다. 작가는 10년 동안 가장 열심히 한 일이 여행을 간 일이라고 할 정도로 여행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이 장소들에 척척 감상을 쏟아낸다. 이 여행지를 다 눈에 손에 발에 담아봤다니 역시나 부러움이......

  타인들의 여행경험을 읽다 겪게 되는 문제는 여행지의 안내책자처럼 내가 그곳에 갔을 때, 나는 그들과 같은 ‘경험’을 하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누군가는 여기서, 이렇게, 누군가를, 무엇을, 어떻게…. 그런 것들. 마치 매뉴얼처럼 만나고 해야 하고 느껴야 하는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허탈하다. 하지만 사람의 느낌이란, 감성이란 차이가 있는데 어쩌면 여행에서의 감성과 감상까지 타인의 것을 가져오려는 데서 오는 선망과 욕구 때문 아닐까. 아니, 타인들이 한 것이라면 나도 꼭 해봐야 하는 그런 욕망들....

  오롯이 여행에서 내 느낌을 가지는 일, 타인이 그렇게 느꼈더래도 그것은 그의 기억이며 내가 마주치는 경험에 귀기울여야 할 것인데도 ‘익숙한 것’ ‘선망하는 것’에 치우치는 여행이 되는 때가 있다. 어떤 정보가 내게 주어지느냐,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여행 자체, 여행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에서 ‘나의 이유’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어쨌든 이 책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전해 준다. 어떤 장소. 어느 나라에 어떤 곳이 있더라, 그곳은 심금을 울리기에 좋은 장소더라, 그런 식의 정보를. 거기에 작가는 문학평론가 답게 여러 책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장소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을 떠올리고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그림을 기억에 떠올리며 여행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여행을 떠나고는 싶으나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를 이들에게 인상적인 유럽의 곳곳을 보여주고 있어 유럽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줌과 동시에 이토록 많은 여행지 중에서 어느 한 곳은 가봐야지 않겠니라는 묘한 선동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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